그 사이드 프로젝트, 커리어에 도움이 됐나요? - 절망편

헤욤이·2024년 11월 7일
125
post-thumbnail

늘 같은 인트로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ㅎㅎ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은, 평범한 아이디어, 비범한 결과 - 제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를 읽고 오시면 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한 줄 요약 : 저는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세 번이나 바이럴에 성공했던, 아주 운 좋은 개발자입니다.


인트로

지난 편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 얻는 법(실전편)'을 다음 포스팅으로 예고했는데요.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고와는 전혀 다른 글을 들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


방향을 갑자기 바꾼 이유는,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시는 개발자분들께 시의성 있는 정보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슬프지만... 개발자 채용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얼어붙고 있거든요.

제가 이직을 준비했던 올해 7~8월과 비교해도 현재 11월의 채용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실감납니다.

심지어 저는 지금 구직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어쨌든, 신입 취업과 이직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이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공유해보려 합니다.

특히 회사 경험이 부족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통해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

그럼 제 생생한 경험을 담은 커리어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레츠고고싱~


당부의 말씀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제 사이드 프로젝트들은 1인 개발 프로젝트이다 보니 규모가 크거나 복잡도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개발하신 분들의 경험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직 당시의 상황

이직 당시 제 배경은 이랬습니다.

기본 정보

  • 직무: 웹 프론트엔드
  • 경력: 만 1년 9개월
  • 전공: 어문학
  • 개발 공부 루트: 퇴근 후 자비로 저녁반 학원 수강 (부트캠프/국비지원 아님)
  • 나이: 92년생, 한국나이 33살

회사 환경

  • 규모: 코스닥 상장 보안 회사 (총 직원 100명, 개발팀 30명)

  • 개발 분야: 보안 취약점 솔루션

기술 스택 & 경험

  • 주요 기술: TypeScript, React, Redux, styled-Components, SCSS
  •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
    • CI/CD (FTP 배포만 경험)
    • 테스트 코드 작성
    • Next.js
    • Tanstack-query
    • 프로젝트 설계 참여
    • 대용량 트래픽 (B2B 솔루션이라)
    • 코딩테스트 준비..(ㅠㅠ)

이직 준비 당시 목표

  • 지향점: B2C 회사, 주로 스타트업

이직을 결심한 이유

당시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답게 재무적으로 안정적이고 업무 프로세스도 체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도메인 특성과 까다로운 고객/영업팀 요구사항으로 인해 변화를 꺼리는 환경이었죠 😭


'잘 동작하는 코드는 절대 건드리지 말 것'이라는 암묵적인 룰 아래,

단순히 요구사항만 수행하는 개발을 반복하다 보니 이른바 '물경력'이 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출퇴근하며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루틴이 반복되면서 개발자로서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솔루션 회사에서 서비스 유지보수를 한 경험만 있다 보니,

이력서 작성과 기술 면접 준비 과정에서 어필할 만한 회사 경험이 부족해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이 오히려 이직에 대한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음 회사에서는 꼭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이직 준비할 때 회사 경험을 하루 종일 얘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성장하자!!!'



사이드프로젝트로 얻었던 기회들 (이게 절망편이라고요?)

들어가기 전에 주의

이 파트만 읽으시면 이번 편을 '절망편'이라 부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구직활동 결과에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사이드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서류 통과의 기회들을 먼저 소개할 거기 때문이죠... ㅎㅎ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점!

'절망편'이라는 타이틀이 왜 붙었는지 끝까지 읽어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커피챗 기회

2024년 첫 프로젝트인 '원영적 사고 변환기'를 론칭하고 그 성과를 링크드인에 공유했을 때,

신기하게도 채용 관련 커피챗 요청 메시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주로 스타트업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시리즈 B 규모의 회사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초기 스타트업까지 다양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주로 PO분들이나 대표님들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다는 겁니다.

(개발자분들이 먼저 연락하시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게 일반적인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회사 정보를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원영적 사고 변환기' 론칭 이후 총 세 차례 정도의 채용 관련 커피챗 기회가 있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채용 관련 커피챗을 마치고 나면, 대개 서류 전형은 자동으로 패스가 되는 듯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최종 합격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서류 전형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지원 결과

커피챗으로 알게 된 회사에 서류를 넣는 것 외에도,

잡코리아, 점핏, 원티드 등의 채용 플랫폼을 통해 회사에 직접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 직장과 비슷한 성격의 회사들은 과감히 제외하고, 사용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스타트업 위주로 지원했죠.

총 50여 곳에 지원했는데요, 제 서류 합격률은... 두구두구... 약 10%였습니다!

당시에는 이직 준비로 지쳐서 이 수치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꽤 높은 편이었네요.


결론

애매한 연차와 애매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주로 지원했던 3년차 공고에서 꽤 높은 확률로 서류통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실력과 경험이 3년차의 역량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말이죠.

이건 분명 사이드프로젝트의 힘이었을 겁니다.

'혹시 이게 사이드프로젝트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합격한 걸 수도 있지 않나요?'

궁금하신 분들은 바로 다음 챕터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채용 결과 (이거 절망편 맞군요!)

커피챗 이후의 현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 사이드프로젝트를 보고 면접의 기회를 주신 분들은 주로 PO님들이었습니다.


커피챗에서 저를 부른 이유를 여쭤보니, 이런 답변들이 돌아왔습니다.

  • "바이럴이 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기획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제 개발까지 이어줄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했어요."

  •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개발로 직접 실현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었습니다."

  • "프로덕트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아이디어 도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발자가 필요했죠."


실제로 PO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뭣도 없는 2년차 개발자'를 왜 만나고 싶어 하셨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저를 찾았던 대부분의 회사가 바이럴이 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었고,

'원영적 사고'와 '내가 춘자라니' 서비스를 보고 그런 역량을 회사에서도 발휘해주길 기대하셨던 거죠.

PO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신 포인트가 보이시나요? 여기까지는 정말 꿈만 같은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면접장에는 저를 적극적으로 어필해 주시던 PO님들 대신,

제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하는 개발자님들이 눈앞에 계셨죠. 👀


물론 저는 기술 면접 전 열심히 공부했고, 예상 질문과 답변도 나름 잘 준비해 갔습니다.

실무 지식을 묻는 질문에도 크게 버벅이거나 막힌 부분이 없었고요.

하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분명 부족했다는 걸요.


회사에서의 실질적인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하고,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이 미숙한 게 기술 면접에서 그대로 드러났을 겁니다. 😭

결국 저를 채용하려 애써주신 담당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역량 부족으로 기술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커피챗으로 서류 통과를 한 후, 쉬운 난이도의 코딩 테스트에서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바보 ㅠㅠ)


직접지원 서류통과 이후의 현실

커피챗을 통한 채용 기회를 놓친 것도 모자라...

네, 맞습니다. 직접 지원한 회사들의 최종 결과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커피챗 요청했던 담당자들과 직접 지원 시 개발자분들이 생각하는 제 강점이 조금 달랐다는 겁니다.


(면접 때 역질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 "퇴근 후에도 꾸준히 개발하는 성실성이 돋보여서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음"

  •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배포까지 해서 성과를 낸 게 인상적이었음."

  • "개발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같았음"

아마 제 사이드프로젝트가 이런 부분들을 개발자분들께 어필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무 면접의 벽을 넘지 못하고 쭈루룩 미끄러져버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부분이겠죠. 핵심 역량 부족...!


확실히 신입 면접을 준비하던 때와는 달랐습니다.

기술 면접 질문과 답변을 줄줄 외우는 것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면접관들이 주로 물어보시던 건 회사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거기서 마주했던 문제와 해결 방식이었는데요.

경험이 부족한 게 답변에 묻어났던 것 같습니다.


요약

사이드 프로젝트의 힘으로 서류 통과의 기회를 꽤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애매한 경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결국 실력이 부족한 건 면접에서 영락없이 드러났고,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면접 기회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실무 역량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요.



결론 : 개발자는 개발로 승부해야 한다.

제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실무 면접을 통과하고도 임원 면접이나 컬처핏 면접에서 떨어진 케이스도 있었거든요. 무려 두 번이나요 🙈

(미친 짓만 안 하면 임원 면접은 통과라는 가설은 이제 옛 말인 걸로...)


아마 개발 실력 말고도 제가 그 팀에 합류할 수 없었던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더욱 확고해진 명제가 있습니다.


"개발자는 개발로 승부해야 한다."

저는 다양한 강점을 갖춘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결국 개발 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실력으로 승부를 보게 됩니다.

개발 외적인 것들은 (제가 경험한 것처럼) 서류 통과 등 다양한 기회를 얻어다 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이상은 아닙니다. (단호한 척ㅎ)


개발자라는 본질을 잊지 말자

아무리 화려한 부가 능력이나 세컨드 스킬로 면접관을 유혹해봐도...

여러분이 가고 싶은 진짜 좋은 팀의 개발자분들은 그런 스킬을 귀신같이 캐치하실 겁니다 ㅎㅎ


올해는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제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많은 분들께 어필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것들을 챙기기 전에, 우선 제가 '개발자'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깊게 고민하려고 합니다. :)


그리고 내년부터는 개발 역량과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이직 때는 저에게 찾아와 준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해봅니다.


그럼 오늘 글은 여기까지...! 궁금하셨던 내용이 속 시원하게 풀리셨나요?

다음 글은 어떤 글이 될까요? 네~! 희망편을 들고 돌아와야죠.

이번에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그 사이드 프로젝트, 커리어에 도움이 됐나요? - 희망편!" 많이 기대해 주세요 :)

댓글도 달아줘요잉~~

profile
상상을 현실로

21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7일

개발자는 개발로 승부! ㅎㅎ 열심히 하다보면 그 열심을 인정받을 날이 올거에요 응원합니다 내 짝꿍!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8일

적절한 이미지, 솔직한 고백과 미래가 기대되는 다짐... 완벽한 글이었어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8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잘 읽었습니다.

1개의 답글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9일

저도 보안솔루션이 첫회사라 진짜 혜욤님이랑 똑같은 고민 한것 같네요 공감가고 도움되는 내용이였습니다
저도 이번 회사에서는 따로 사이드 프로젝트건 개인프로젝트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10일

블로그 너무 재밌게 읽고있습니다^0^ 팬이에여ㅎㅎㅎ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12일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1월 13일

사이드 프로젝트 끝나고 여러 의미에서 현타가 왔었는데
해당 글 읽고 다시 힘내서 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6일 전

화이팅 !!👍👍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6일 전

글이 너무 재밌어요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4일 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3일 전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답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