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네이버 개발자의 "진작 그럴걸" 🙃

kim-taewoo·2021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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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velog 에 들어오니 모빈켈님 글이 핫하길래 재밌게 읽고, '학원이 답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되는데?' 할 비전공자분들을 위해 '나는 어떻게 취업을 했나'에 대해 써본다. 개발자가 되는 길에 정답은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나도 혼자서 개발 공부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 읽으면서 위로 받았다. 빚 갚는다는 마음으로 어설픈 내 취준기를 던진다.

❗ 이건 모빈켈님 저격글이 아니다. 난 그냥 내 이야기 할거다. 글에서 모빈켈님이 자주 언급되는 건 그만큼 공감하며 재밌게 읽어서 그 위에 내 이야기를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세상 모든 게 사기는 아니고, 어떤 선택과 마음가짐은 개발자가 되는 기간을 단축시켜줄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 무슨 이야기 할거냐

모빈켈님이 벨로그의 전설이 되게 만들어 준 예전 그 글에서 진부하기 짝이없는 글 의 기준을 봤는데 놀랍게도 내가 지금부터 말하려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1. 대학생 때 뭔 짓거리 했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고 본인은 실력 없는 병신 개발자라고 최대한 밑밥을 깐다.
2. 대기업 또는 유망 스타트업에 운좋게 합격했다고 기만한다.
3. 학생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프로'로서의 한 발을 내 딛기 위해 더욱 힘내자고 다짐함.
4. 정작 중요하고 궁금할 내용은 사람들이 댓글로 질문하게 됨. 답변은 '비밀 댓글'로 써 두거나 '메일 보내 드렸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인터넷에 널린 진부한 패턴의 글 무더기에 +1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아마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 소위 자신감 곡선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일거다.

이 곡선에 개발자의 취업을 대입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멋모르고 개발자 되겠다고 다짐할 때만 해도 뭐 하나 배울 때마다 재밌고 내가 재능있는 것 같고 드디어 내 운명을 만난 것 같고 신난다.
  2. 그래서 개발자 해야지~ 하고 취업 시장에 진입하면 잔뜩 얻어맞고 나서 스스로가 얼마나 병신이었는지 깨닫는다.
  3. 스스로 병신임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의지가 남은 사람만이 살아남아 병신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순간 취업이 된다.
  4. 스스로의 행운에 감사해하며 진부한 패턴의 글을 남긴다.

모빈켈님 글에서 말하는 대졸 컴퓨터 전공자의 루트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공자라면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들으며 '내가 병신임을 깨닫고*(==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노력하는 시기' 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다. 아는 것 없이 자신감 하나로 개발자에 도전하는 비전공자에게도 스스로가 병신임을 아는 것 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병신인지를 알아야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수 있다.

소위 '큰 그림' 을 그리면서 입 터는 능력을 키워온 인문, 상경계 비전공자라면 그 관성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죽이고 내가 병신임을 절실히 깨닫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 좋다. 제대로 깨닫는다면 개발자가 되든, 빠른 손절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깨닫고 나니 한참 지나서 손절을 못했다.)

대단한 비법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듣고보면 '당연한 거 아니야?' 싶은 얘기만 줄줄 할텐데, 당연한 것들에 좀 더 집중했다면 내가 좀 더 일찍 취업했을지도.. 하는 망상을 보태본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좁디 좁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특성, 또 본인의 백그라운드에 따라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또 대기업 취업만이 정답이라고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간단 요약

  1.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고 진지하게 조사하고 접근하자.
  2. 혼자 공부하지 말자.
  3. 완벽할 때 도전하지 말고 도전하면서 완벽해지자.

💔 직업으로서의 개발자

적어도 개발자를 꿈꿀 정도면 개발에 어느정도의 재미를 느꼈을거다. 그러나 내가 재밌어 한다고 돈을 주는 회사는 없다. 개발이 내 운명의 상대다 싶어 취업을 염두에 둔다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의 취업 공고부터 봐야한다.

예)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채용공고

여기에 기본적으로 +알고리즘 테스트 혹은 요즘 핫한 +과제 테스트 가 분명 존재할 거다. 개발을 처음 접하고 신나서 웹 개발도 하고~ 학교에서 데이터 분석 조교도 하고~ 신기술 신기하다고 이것저것 찍먹도 하던 난 한참 늦게 취업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클론 코딩을 열심히 했든, 크롤링을 해봤든, 데이터분석을 해봤든 회사는 관심이 없다. 내가 바라는 직군이 있다면 그 직군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 조건 하나 제대로 갖춰서 면접 가는 것도 힘들다.

심지어 조건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취업하는 케이스가 존재한다. 작년 하반기 쿠* 공채에서는, 웹 개발자를 뽑는 면접에서도 웹 관련 질문 대신 알고리즘만을 풀게 한 뒤 채용한 사례가 있다.

우대사항 은 정말 '우대사항'이다.'지원자격' 부분의 '깊은 이해' 에 주목하자. 면접 질문은 주로 저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급한 마음에 자격조차 못 갖췄는데 우대받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 나)

이 당연한 이야기에 집중하기만 해도 당연한 사기꾼 을 알아볼 수 있다. 모빈켈 님 글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채용 공고만 보더라도 '네카라쿠배 개발자 몇 주 완성' 따위의 문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럴싸한 사이트 기능들을 나열하며 너도 이런 거 할 수 있어! 라고 꼬드기는 데 당해 가봐야, 깊은 이해 없이 구현하는 건 받아쓰기와 다를 게 없다. (데이터분석 광고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반대로 좋은 학원을 고르는 데 도움 받을 수도 있다. 채용공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을 커리큘럼에서 진지하게 언급한다면 수강생의 취업에 진지하다는 시그널이다. 베스트는 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교육 커리큘럼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예: 네이버 부스트캠프, 배민의 우아한테크캠프/코스) 사설 교육기관이더라도 자극적인 문구 대신 기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곳이 최근에는 상당히 많이 생겼다. SSAFY 나 서울42 같은 정부가 지원하는 곳도 있으니 클론 코딩 등으로 포트폴리오 채우는 데 목숨 걸지 말고 교육기관도 알아보자. 포폴은 예선 본선 다 통과한 뒤에야 유효하다.

👨‍👨‍👧‍👦 혼자 하지 말자

위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의심했어야 한다' 라고 잘난척했지만 내가 바로 욕심만 많아서 패스xx퍼스에 100만원(118만원이었나?) 넘게 갖다 바친 호구다. 나 때는 온라인 강의도 없었다. 그곳에서 받아쓰기만 하고 100만원을 날려버린 충격이 컸던 나머지 난 한국 교육 시장에 ㅗ 를 날리고 udemy 와 같은 외국 교육 사이트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 선택이 내가 병신임을 늦게 깨닫게 했다.

혼자서 공부하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가 힘들다. 그냥 화면 속 강사가 가르치는 게 내 개발 공부의 전부고, 본인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정보 수집에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나보다 낫거나 최소한 관심사라도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얻는 게 있다. 무엇보다 혼자 열심히 할 것도 같은 스스로를 믿지 마라. 본인이 제일 잘 알거다.

물론 나는 나 자신에게 또 속아서 공부 하는 척만 하면서 몇 달, 어쩌면 몇 년을 날렸다. (한 학기 휴학도 했음 ^o^) 코딩테스트 준비도 혼자서 열심히 하는 척 했지만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던 때는 SSAFY 에서 알고리즘을 배웠을 때다. 딱히 엄청 잘 가르치는 강사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냥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중이 됐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돈 몇 푼 아깝다고 인터넷 강의에 올인하지 말았으면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턴을 하든, 교육기관에 다니든, 아니면 동아리라도 들어야 한다. 까고 말해서, 요새 개발자들 초봉부터 높다고 난리인데 혼자서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느니 돈 좀 쓰더라도 몇 달이라도 더 일찍 취업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이득 아닌가? 난 내 똥고집으로 날려버린 내 젊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 완벽할 때 도전하지 말고 도전하며 완벽해지자

풀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는 코딩 테스트는 괴롭고, 운 좋게 코딩테스트에 붙어 면접에 갔는데 아무 대답도 못하는 것도 괴롭다. 그렇지만 해봐야 내가 어떤 점에서 병신인지 안다.

본격적으로 개발자를 꿈꾼 뒤 나는 코테에 계속 떨어지면서 괴로워했고, 코테를 겨우 통과했더니 전공 시험 보는 기업을 만나 좌절해 개발을 접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결국 돌아와서는 또 기약없는 취준 기간을 보냈다. 돌아왔다고 알고리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나한테 맞는 기회가 온다. 마침 코테 난이도가 원만해서 면접 가고, 면접도 그닥 잘 보지 못했지만 뽑아준 노랑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잔뜩 희망회로 돌리다가 결국 전환이 안 됐을 땐 세상이 무너진 듯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지식 덕분인지 다음 기회를 잡는 건 훨씬 쉽게 느껴졌다. 그렇게 어느새 취업이 됐다.

완벽 이란 말은 허황된 말일 수 있지만, 계속 문을 두드리고 문틈을 훔쳐봐야 저들이 말하는 완벽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안다. 그리고 두드리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열리는 문도 있다. '나를 거절 당하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과 함께하지만, 오늘의 내가 왜 거절 당했는지 분석하고 개선하다보면 내일의 나는 거절 당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실력에 확신이 없다면 돌아가는 길이라고 망설이지 말고 공채보다 인턴 및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을 추천한다.

마무리

쓰다보니 모빈켈님의 진부하기 짝이없는 글 의 4번째 기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것 같다. 더 자세하게 잘 쓰기에 너무 지친다.. 목표했던 가독성 좋고 신선한 글을 쓰기엔 필력도 체력도 없음을 깨달으면서 마무리하겠다. 진부한 글조차 남기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다들 이 악물고 살아남아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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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azy coder with passion init

2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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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0일

너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속편도 기대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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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7일

그 어떤 글들보다 너무 와닿는 글이네요. 전공자인데 제 상황이랑 너무 똑같네요 ㅋ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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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

저도 무식하게 혼자 공부했네요 ㅠ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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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고 진지하게 조사하고 접근하자. 너무 인상깊은 말이네요. 정말 누군가와 함께 공부해야 나의 부족한 점도 보이고, 또 다른 의미로 자극을 받아 노력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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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좋은글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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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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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ㅋㅋㅋㅋㅋㅋㅋㅋ구구절절 맞는말만있군요! 잘읽고갑니다 ㅎㅎ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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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뼈맞고 갑니다...^_^!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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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너무 좋게 잘보고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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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거침없이 솔직담백 포장 1도 없는 글사위가 존나 취향저격이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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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시간 전

Ssafy 5기중인데 반갑습니다 선배님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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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시간 전

내가 개발자로써 면접에서 통할까? 싶으면 그냥 면접 다녀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더라구요.

안 통한다는걸요 ㅋㅋ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