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velog 에 들어오니 모빈켈님 글이 핫하길래 재밌게 읽고, '학원이 답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되는데?' 할 비전공자분들을 위해 '나는 어떻게 취업을 했나'에 대해 써본다. 개발자가 되는 길에 정답은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나도 혼자서 개발 공부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 읽으면서 위로 받았다. 빚 갚는다는 마음으로 어설픈 내 취준기를 던진다.
❗ 이건 모빈켈님 저격글이 아니다. 난 그냥 내 이야기 할거다. 글에서 모빈켈님이 자주 언급되는 건 그만큼 공감하며 재밌게 읽어서 그 위에 내 이야기를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세상 모든 게 사기는 아니고, 어떤 선택과 마음가짐은 개발자가 되는 기간을 단축시켜줄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모빈켈님이 벨로그의 전설이 되게 만들어 준 예전 그 글에서 진부하기 짝이없는 글 의 기준을 봤는데 놀랍게도 내가 지금부터 말하려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1. 대학생 때 뭔 짓거리 했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고 본인은 실력 없는 병신 개발자라고 최대한 밑밥을 깐다.
2. 대기업 또는 유망 스타트업에 운좋게 합격했다고 기만한다.
3. 학생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프로'로서의 한 발을 내 딛기 위해 더욱 힘내자고 다짐함.
4. 정작 중요하고 궁금할 내용은 사람들이 댓글로 질문하게 됨. 답변은 '비밀 댓글'로 써 두거나 '메일 보내 드렸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인터넷에 널린 진부한 패턴의 글 무더기에 +1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아마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 소위 자신감 곡선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일거다.
이 곡선에 개발자의 취업을 대입해보면 아래와 같다.
모빈켈님 글에서 말하는 대졸 컴퓨터 전공자의 루트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공자라면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들으며 '내가 병신임을 깨닫고(==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노력하는 시기' 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다. 아는 것 없이 자신감 하나로 개발자에 도전하는 비전공자에게도 스스로가 병신임을 아는 것 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병신인지를 알아야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수 있다.
소위 '큰 그림' 을 그리면서 입 터는 능력을 키워온 인문, 상경계 비전공자라면 그 관성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죽이고 내가 병신임을 절실히 깨닫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 좋다. 제대로 깨닫는다면 개발자가 되든, 빠른 손절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깨닫고 나니 한참 지나서 손절을 못했다.)
대단한 비법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듣고보면 '당연한 거 아니야?' 싶은 얘기만 줄줄 할텐데, 당연한 것들에 좀 더 집중했다면 내가 좀 더 일찍 취업했을지도.. 하는 망상을 보태본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좁디 좁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특성, 또 본인의 백그라운드에 따라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또 대기업 취업만이 정답이라고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개발자를 꿈꿀 정도면 개발에 어느정도의 재미를 느꼈을거다. 그러나 내가 재밌어 한다고 돈을 주는 회사는 없다. 개발이 내 운명의 상대다 싶어 취업을 염두에 둔다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의 취업 공고부터 봐야한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알고리즘 테스트 혹은 요즘 핫한 +과제 테스트 가 분명 존재할 거다. 개발을 처음 접하고 신나서 웹 개발도 하고~ 학교에서 데이터 분석 조교도 하고~ 신기술 신기하다고 이것저것 찍먹도 하던 난 한참 늦게 취업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클론 코딩을 열심히 했든, 크롤링을 해봤든, 데이터분석을 해봤든 회사는 관심이 없다. 내가 바라는 직군이 있다면 그 직군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 조건 하나 제대로 갖춰서 면접 가는 것도 힘들다.
심지어 조건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취업하는 케이스가 존재한다. 작년 하반기 쿠* 공채에서는, 웹 개발자를 뽑는 면접에서도 웹 관련 질문 대신 알고리즘만을 풀게 한 뒤 채용한 사례가 있다.
우대사항 은 정말 '우대사항'이다.'지원자격' 부분의 '깊은 이해' 에 주목하자. 면접 질문은 주로 저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급한 마음에 자격조차 못 갖췄는데 우대받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 나)
이 당연한 이야기에 집중하기만 해도 당연한 사기꾼 을 알아볼 수 있다. 모빈켈 님 글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채용 공고만 보더라도 '네카라쿠배 개발자 몇 주 완성' 따위의 문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럴싸한 사이트 기능들을 나열하며 너도 이런 거 할 수 있어! 라고 꼬드기는 데 당해 가봐야, 깊은 이해 없이 구현하는 건 받아쓰기와 다를 게 없다. (데이터분석 광고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반대로 좋은 학원을 고르는 데 도움 받을 수도 있다. 채용공고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을 커리큘럼에서 진지하게 언급한다면 수강생의 취업에 진지하다는 시그널이다. 베스트는 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교육 커리큘럼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예: 네이버 부스트캠프, 배민의 우아한테크캠프/코스) 사설 교육기관이더라도 자극적인 문구 대신 기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곳이 최근에는 상당히 많이 생겼다. SSAFY(싸피) 나 서울42 같은 정부가 지원하는 곳도 있으니 클론 코딩 등으로 포트폴리오 채우는 데 목숨 걸지 말고 교육기관도 알아보자. 포폴은 예선 본선 다 통과한 뒤에야 유효하다.
위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의심했어야 한다' 라고 잘난척했지만 내가 바로 욕심만 많아서 패스xx퍼스에 100만원(118만원이었나?) 넘게 갖다 바친 호구다. 나 때는 온라인 강의도 없었다. 그곳에서 받아쓰기만 하고 100만원을 날려버린 충격이 컸던 나머지 난 한국 교육 시장에 ㅗ 를 날리고 udemy 와 같은 외국 교육 사이트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 선택이 내가 병신임을 늦게 깨닫게 했다.
혼자서 공부하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가 힘들다. 그냥 화면 속 강사가 가르치는 게 내 개발 공부의 전부고, 본인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정보 수집에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나보다 낫거나 최소한 관심사라도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얻는 게 있다. 무엇보다 혼자 열심히 할 것도 같은 스스로를 믿지 마라. 본인이 제일 잘 알거다.
물론 나는 나 자신에게 또 속아서 공부 하는 척만 하면서 몇 달, 어쩌면 몇 년을 날렸다. (한 학기 휴학도 했음 ^o^) 코딩테스트 준비도 혼자서 열심히 하는 척 했지만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던 때는 SSAFY 에서 알고리즘을 배웠을 때다. 딱히 엄청 잘 가르치는 강사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냥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중이 됐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돈 몇 푼 아깝다고 인터넷 강의에 올인하지 말았으면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턴을 하든, 교육기관에 다니든, 아니면 동아리라도 들어야 한다. 까고 말해서, 요새 개발자들 초봉부터 높다고 난리인데 혼자서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느니 돈 좀 쓰더라도 몇 달이라도 더 일찍 취업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이득 아닌가? 난 내 똥고집으로 날려버린 내 젊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풀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는 코딩 테스트는 괴롭고, 운 좋게 코딩테스트에 붙어 면접에 갔는데 아무 대답도 못하는 것도 괴롭다. 그렇지만 해봐야 내가 어떤 점에서 병신인지 안다.
본격적으로 개발자를 꿈꾼 뒤 나는 코테에 계속 떨어지면서 괴로워했고, 코테를 겨우 통과했더니 전공 시험 보는 기업을 만나 좌절해 개발을 접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결국 돌아와서는 또 기약없는 취준 기간을 보냈다. 돌아왔다고 알고리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나한테 맞는 기회가 온다. 마침 코테 난이도가 원만해서 면접 가고, 면접도 그닥 잘 보지 못했지만 뽑아준 노랑 회사(카xx)에서 인턴을 했다. 잔뜩 희망회로 돌리다가 결국 전환이 안 됐을 땐 세상이 무너진 듯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지식 덕분인지 다음 기회를 잡는 건 훨씬 쉽게 느껴졌다. 그렇게 어느새 취업이 됐다.
완벽 이란 말은 허황된 말일 수 있지만, 계속 문을 두드리고 문틈을 훔쳐봐야 저들이 말하는 완벽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안다. 그리고 두드리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열리는 문도 있다. '나를 거절 당하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과 함께하지만, 오늘의 내가 왜 거절 당했는지 분석하고 개선하다보면 내일의 나는 거절 당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실력에 확신이 없다면 돌아가는 길이라고 망설이지 말고 공채보다 인턴 및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을 추천한다.
쓰다보니 모빈켈님의 진부하기 짝이없는 글 의 4번째 기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것 같다. 더 자세하게 잘 쓰기에 너무 지친다.. 목표했던 가독성 좋고 신선한 글을 쓰기엔 필력도 체력도 없음을 깨달으면서 마무리하겠다. 진부한 글조차 남기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다들 이 악물고 살아남아 웃을 수 있기를.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고 진지하게 조사하고 접근하자. 너무 인상깊은 말이네요. 정말 누군가와 함께 공부해야 나의 부족한 점도 보이고, 또 다른 의미로 자극을 받아 노력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됐어요. 특히 취업시장에 뛰어들면서 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한다는 부분이 지금 제 상황이거든요! 글에 명시되어있듯, 채용공고 읽으면서 기술스택을 어떤 걸 다져야하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꼬동이에요 !
제 얘기인 줄 알았네요.
누구나 완벽할 순 없죠. 도전하면서 성장하는게 어느 분야에서 공통이 되는거 같습니다.
특히 취업시장에선 더더욱이요.
현재 새로운 국면을 만난 제 커리어에도 깊게 생각하게 만든 글인거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6개월 넘게 지났다니 세월 무상하네요 ㄷㄷ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하나 더 써봤습니다.
https://velog.io/@kim-taewoo/%EB%82%B4%EA%B0%80-%EA%B0%9C%EB%B0%9C%EC%9E%90%EA%B0%80-%EB%90%A0-%EC%83%81%EC%9D%B8%EA%B0%80-%EB%84%A4%EC%9D%B4%EB%B2%84-FE-1%EB%85%84%EC%B0%A8-%ED%9B%84%EA%B8%B0
오늘 싸피 떨어지고 다른 교육 알아보다가 모빈켈님 글보고 좌절의 끝을 보고 kim-taewoo님 글보고 다음 스텝의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큰 그림 그린 줄 알았던 저는 상병신이었네요. 피곤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턴이나 동아리 하기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이글을 보고 덕분에 동아리에 들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직설적이지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잊지 않고 자주 찾아 읽어서 셀프로 계속해서 뼈를 맞겠습니다 :)
열심히 공부해서 취준성공 하겠습니다 :))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저도 개발 공부하는 중인데, https://quantpro.co.kr/ 해당 사이트 퀀트 내용 어떤지 의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직장인인데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 전환 준비 중이거든요..! 좋은 취준 팁 얻고 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할 때 가끔 블로그 찾아보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혹시 저처럼 직장 병행하느라 시간 부족하신 분들은 저랑 같이 공부해보시면 어떨까요..ㅎㅎ 저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현직자분들이 직접 저녁까지 1:1로 코칭해주시거든요..!
고민 중이신 분들 있다면 한 번 들어와서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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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속편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