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는 너무 흔한거같아서 미루고 미뤄왔던 iOS개발자 취업후기를 적어보려합니다
운이 좋았다는 얘기를, 노력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진 않으려합니다만 우연치않게 이 글을 읽으신다면 약간의 위로는 받으셨으면 좋겠는 마음입니다
제가 취업준비를 시작했던 9월즈음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무하던 시기였습니다(사실 지금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진 않아보이긴합니다) 시장 자체가 좋지 않으니 회사에선 사람을 뽑지 않고 개발자들은 많으니 취업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더이상 뭘해야할지 방황하거나 부트캠프를 몇 개씩하는 사람이 많았던것같습니다
지금도 취업시장이 추워요... 많이...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흔한 영어자격증도 하나 없고 컴퓨터관련 자격증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애플아카데미1기 수료생이라는 타이틀과 학생창업팀에서의 창업 경험이라는 두가지 포인트, 1년이 넘는시간 꾸준히 쌓아온 블로그라는 스펙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없었기 때문에 우선 책상에 앉아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우선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하면 나를 더 매력적인 사람처럼 보이게할까?
에 집중했던것같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회사가 잘하길 바라는걸 적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뜯어보기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써내려가며 말 그대로 그럴듯한
이력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소서 속 나의 모습.jpg
그렇게 원티드에서 세군데의 회사에 지원을 했고 아래 사진처럼 바로 탈락을 하게됩니다
에이 뭐 3개밖에 안넣어놓고 실망하면 안되지~
제가 3번의 탈락을 겪고나서 메일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아 내가 아직 이 회사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한가보다
가 아닌 진짜 솔직하게 썼어도 똑같이 떨어졌을까?
였습니다
이미 한번 떨어진 회사는 다시 넣을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6개월정도는 다시 못 넣으니까요) 떨어지고나서 깨달았습니다. 아쉬움이 아닌 후회가 남았습니다
그냥 진짜 솔직하게 써서 떨어졌으면 찜찜하고 미련이 남지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취업이란게 어쩌면 내가 나인 채로 거절당하는 연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취업전략이라는걸 세워보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에 운이라는게 큰 작용을 한다라는걸 부정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어떻게하면 그 운을 끌어올수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제가 내린 결론은 내가 제일 잘하는 것 하나
에 대해 집중해서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는 누군가는 나를 뽑고 싶고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봐주지 않을까?였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 고민은 내가 남들과 다르게 잘하는건 뭐지?
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내 서류를 읽었을 때 어떤 단어를 남기고 싶냐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해야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라는 하나의 단어가 뇌리에 박혔습니다. 누구보다 왜?
를 고민하는 사람이다라는걸 제 이력서를 읽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초, 링크드인에서 제가 가고싶은 회사의 개발자분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내서 커피챗을 했을 때 그 분들 처럼 되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간 그 분들처럼 멋진 iOS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었는데 그 분들의 공통점은 항상 왜
를 생각하시는 분들이셨다라는걸 생각해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참 겁없었던 1년전의 나...
제 블로그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수 있지만 저는 좀 남들이 안해본 것들을 굳이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굳이 코드도 없는 Combine을 코드레벨로 뜯어보기도하고 굳이 쓰기 편한 swinject를 뜯어서 내부에 어떤로직이 있는지 찾아보기도하고 굳이 남들이 다 쓰는 MVVM을 대체 왜써야하는지를 옛날 고대(?)문서까지 찾아서 이유를 찾아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블로그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곳이었습니다. 블로그만큼 나를 잘 표현할 수있는 수단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사담당자님 제발 제 블로그 봐주세요!(블로그 링크를 포폴 타이틀에 박으며...)
이력서를 쓰기전에 다양한 글을 보기도 하고 조언을 구해봤을 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가 중심이 되는 이력서는 위험하다
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많은 이력서를 봐야하는 면접관 입장에서 링크를 하나하나 들어갈수가 없으며 오히려 귀찮아서 넘겨지면 너무 기회가 아깝지 않냐는 맥락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100% 동의하긴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제 고민들의 흔적을 봐주시지 않을까? 굳이굳이 들어와서 본다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을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을까?라는 낮은 확률에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낮은 확률이지만 우연히 보게된다면 저라는 사람이 어떤사람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공부해온 방향성과 시간들이 절대로 틀리지 않았음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알게되었던 덕분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운이 좋게 제 이력서를 보고 이 사람은 언제나 왜?를 찾는 사람이구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뽑아주신 분이라면 분명 왜의 중요함을 아시는 분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피챗을 해주셨던 분들과 같은 성향의 동료와 함께 일한다면 나도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수있고 즐겁게 일할 수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내가 어떤사람인지를 보여주자와 함께 나를 좋게봐주는 사람이 어떤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고 최종적으로는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은 내가 전하고자하는 진짜 나의 모습을 봐주신 분일거고 그런 분이라면 나와 잘 맞을거야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새로운 이력서)
그렇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다시한번 추가로 10군데의 회사에 서류를 제출했고
5군데의 회사의 서류 합격을 하게되었습니다. 탈락한 5군데의 회사에도 서류탈락 메일을 받았을 때 오히려 전혀 아쉽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했습니다. 내가 나인채로 거절당하는게 훨씬 낫다는걸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 과제전형이나 코딩테스트 전형을 마치고 면접을 준비할 때 내가 나인 채로 거절당하자는 다짐
은 크나큰 장점으로 돌아온다라는걸 깨닫게 됩니다
이력서에 적은 내 모습은 진짜 나니까 그냥 면접에서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는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던지... 당시에 제 면접준비 방식을 말씀드리면 장점과 단점이라던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던가 하는 질문들을 하루에 두개씩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고 2시간정도 매일 산책을 했습니다. 매일매일 질문들을 다르게해서말이죠. 그러면서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진짜 내 장점은 뭐지?
, 내 단점은 뭐지?
, 나 언제 제일 힘들었더라?
그렇게 약간은 특이하게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봤을 때 1차면접은 서류합격한 회사에 모두 합격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남들은 저를 보면 어떻게 면접에서 그렇게 긴장을 안하냐
라고 하는데 사실은 엄청나게 긴장하는 편입니다.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죠
대충 면접장 들어가기 직전 나의 모습.jpg
이전에 누군가가 긴장은 어쩌면 내가 준비한것보다 더 많은걸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가진것보다 더 큰 결과를 얻어내고싶어서 하는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취업준비를 하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던것같습니다.
그 순간부터 면접은 더 뛰어남을 보여주기 위해 긴장과 싸워야하는 자리가 아닌 이력서를 보고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대화의 자리라는 마인드로 진행할 수있었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면접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에서 1차면접을 봤을 때 기술면접에서 답변을 아얘하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어렵기도 했고 제가 준비해간 방향이랑 많이 달랐어서 고전했던 기억이납니다.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냐는 질문을 해주셨고 평소같으면 술술 대답을 했을텐데 조금만 고민할 시간을 요청드렸었습니다
순간 제가 든 생각은 아마 나는 오늘 봤던 1차면접이 떨어지거나 붙거나에 상관없이 오늘 답변못한 내용은 면접끝나고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가서 노트북 켜고 공부하겠지...
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더 내일보다는 이틀후에 조금더 발전하는 개발자가 되어있겠습니다. 연이 닿아 다음면접때도 뵙게된다면 그때는 오늘 보시는 제 모습보다 더 발전한 개발자가 되어있겠습니다
그리고 1차면접을 합격하고 2차면접에 들어갔을때 분명 인성면접인데도 불구하고 1차면접때 기술질문을 하셨던 면접관분이 들어오셨고 그때의 제말을 기억하시고 제가 답변하지 못한 주제와 관련된 다른 지식들을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칠판 앞에서 1차면접이 끝나고 대답을 못했던게 분해서 공부했던 내용들과 함께 답변을 드렸고 웃으시면서 그때 더 발전하겠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정말 발전했네요?
라고 해주셨을 때 소름이 돋았을정도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좋게 봐주셨음에도 떨어진건 아쉽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기억은 제가 준비한 과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총 3군데의 오퍼를 받았고 지금 회사에 입사해 두달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iOS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첫 이력서를 내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내가 너무 부족한것같아서, 어차피 떨어질거 차라리 안 넣으면 거절당하고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라는게 당시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는 저보다는 상대방에 맞춰서 쓰는것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맞지 않은 표정을 짓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거절까지 당하는게 저는 조금 많이 무서웠던게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마치 엄청난 사람인것처럼 보이고자 애쓰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욕심에 더 부풀려 쓸 수는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욕심이나 욕망은 조미료 같은거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뿌려주면 맛이 살지만 너무 많으면 전부를 버리게되니까요
최근에 글또모임에 나갔을때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아직 너무 부족한것같아서 이력서를 내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때 나도 비슷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있는 그대로 거절당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듭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끔 조언을 구하면 블로그를 꾸준히 쓰세요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내가 보기위한 기록용인가요?라고 반문하곤 하시는데 저는 남들을 보여준다는 마인드로 쓰시는걸 추천드린다고 말하곤합니다. 누군가 내 글을 본다고하면 논리의 허점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공부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꾸준히 쓰라고 말씀드리지만 저 스스로를 꾸준한 사람
이라고 정의하기엔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없지않아있습니다. 물론 꾸준함이란 뭘까 어떻게해야 꾸준해질 수 있을까같이 꾸준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긴합니다. 그 덕분에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위한 방법을 터득해왔습니다. 나름대로 말이죠. 근데 그렇게 터득한 방법이 꾸준함을 만들었냐라고 물어보면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것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효과적이었던것은 누군가의 관심과 지지였습니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며 댓글을 달아주시던 개발자분, 평소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개발자분의 응원 댓글, 가끔씩 들리는 블로그 잘보고 있다는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쌓아나가지 못했을겁니다. 최근에 글또에서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고있습니다
취업이라는 힘든 과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나갈 수 있었던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었습니다. 그전에는 나의 능력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나라는 사람을 너무나도 멋진사람으로 생각해준다는 것 그 사실 덕분에 내가 나인채로 거절당하기를 각오할 수있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지지가 무엇이든 해내게 만든다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배운것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성공과 성취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돌이켜보면 곁에 늘 우리는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던것같습니다
하고 싶은말을 다 썼더니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다시 읽어봐도 참 재미 따위는 없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있어서 제 글이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아마 작년 말, 올해 초라서 쓰는 회고글이 최근 많았던것같은데 아마 이 글이 마지막이지 않을까싶습니다 올해가 끝날때쯤엔 또 모르겠지만 말이죠. 또 다른 재미있는 iOS관련 글을 쓰러가봐야겠습니다. 그럼 20000!
의성님 글 잘읽었어요. 노력하신게 너무 잘느껴지는 글입니다.
저도 기운받아서 취뽀갑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