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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계획에없었던 글쓰기지만 약간은 공허한 마음으로 끄적여볼까합니다
올해 시작하고 처음으로 뭔가를 했던일은 젠티라는 팀에 합류했던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개발자로서 제 스스로에 대한 불안을 채울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이기적일수도있지만 제 불안을 채우고 해소하기 위해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올해의 시작을 젠티와 했고 올해의 마무리를 젠티와 작별인사로 마무리하게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팀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여러 차례 수상을 거치며 사업자가 있는 초기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팀이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이야기는 이틀 전에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 그렇게 됐구나” 정도로만 느꼈는데, 퇴근길에 앱에 들어가 “서비스를 종료합니다”라는 알림을 보니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그 순간 제 마음에 스친 여러 감정들 중 몇 가지를 글로 남겨보려 합니다
젠티를 하면서 알게된게 하나 있다면 돈과 명예가 내 불안을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던것 같습니다. 돈 명예이외에 아직 찾지못한 무언가가 있다는걸 알게해준 경험이었습니다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저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꽤나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더 벌거나 더 큰 명예를 가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닐겁니다. 젠티라는 팀에서 활동했을, 지금보다 모든것이 부족했던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불안한걸 보면말이죠
젠티라는 팀에서 활동하며 보냈던 1년은 제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듭니다. 그 팀이 이제는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제가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해보려합니다
앱을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나의 앱스토어 리뷰가 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새벽에 잘준비를 하고 있었던거같은데 팀 채널에 올라온 글을 보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xcode를 켜고 기존에 대응하지 않았던 se를 디자이너 없이 혼자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앱 출시하고 유저들의 유입이 생길때이기도했고 처음으로 지인이 아닌 유저에게 들었던 피드백이어서 최대한 빨리 대응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진도 만들고 싶다는 마지막 문장에 새벽까지 대응을 하고 심사를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당시엔 강제업데이트기능을 넣지 않았어서 저 유저분은 문제가 해결된 버전이 앱스토어에 올라가도 문제가 해결된걸 모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들어서 서버분에게 저 유저분을 위해 전체 push알림을 보냈었습니다
se도 앞으로 문제없이 사용하실수있어요~
라고 말이죠
지금생각해보면 오로지 한분만을 위한 알림이고 업데이트였습니다. 유저트래킹툴로 push를 보낸 다음날 다시 사진을 생성했다는 알림을 보고 개발자로서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을 경험했던것같습니다
취업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이미 많은 유저가 사용하고 있는 앱을 만들어나가면서 유저한명보다는 다수의 유저를 위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듣고 개발을 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게 나쁜게 아니라 어쩔수없고 어떤측면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젠티가 아니었다면 단 한명을 위한 업데이트
를 해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개발자는 누군가 내 앱을 사용할 때 힘을 얻나봅니다
첫 출시 2주를 남기고 지인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뭐하면서 사는지얘기하다가 당시에 취업준비생이 저뿐이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하길래 시연용 앱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당황했던건 그 자리에있던 5명중 누구도 사진생성을 제 도움없이 완료하지 못했던것이었습니다. 사진생성을 해야되는 앱이고 지금까지 지지고 볶고하면서 결정한 나름대로의 최적의 앱 flow였는데 터치도 안되는곳을 터치하고 있고 반대로 터치를 해야하는데 하지도 않고 왜 안넘어가냐는 질문을 할때마다 제 얼굴엔 물음표가 하나씩 생겼습니다
뭐지...?
사실 저야 앱의 초기 기획부터 참여를 했고 제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앱의 흐름을 결정하기도 했고 하루종일 개발을 하면서 익숙해진탓에 처음 써보는 유저도 당연히 나와같은 생각으로 우리앱을 사용하겠지라고 생각했다는걸 집가는길에 알게되었습니다
오히려 익숙함이 유저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하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이력서에, 면접에서 유저가 버그라고 느끼면 버그다!
라고 말했던 제스스로가 창피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디자이너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요소를 유저친화적으로 고쳤고 출시후에는 큰 문제없이 유저분들이 사용하는걸 확인하면서 만약에 이 경험이 없었으면 큰일날뻔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앱을 쓰는 사람은, 더군다나 창업을 한다면 우리 서비스에 대한 아무런 익숙함도 경험도 없는 사람이고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줘야만이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창업관련 혹은 스타트업관련 책을 읽거나 동아리에서 팀프로젝트를 하면 꽤나 자주나오는 이야기중에 하나가 우리의 아이디어 혹은 핵심가치를 한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는겁니다
개인적으로 할때마다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시간아까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한두달하고말 프로젝트면 출시하고 한두달 운영할 프로젝트라면 굳이 팀의 가치
는 딱히 필요없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출시하고 버그를잡기도 바쁘기 때문이죠
다만 지속적으로 운영할 프로젝트라면, 계속해서 기능을 추가하고 때로는 큰 규모의 업데이트를 기획하거나 개발할때라면 유저에게 전달하고자하는 팀의 가치
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같은 숫자를 보더라도 해석하는 방식에따라 생각이 달라집니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만장일치보다는 합의를 봐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집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는 전적으로 개인의 생각과 판단 취향에의해 일어납니다. 맞다틀리다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미래이기때문에 개인이 그리는 이상향에 빗댄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당연한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결정을 내린다고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때문입니다
팀의 핵심가치는 이런상황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팀이 1차적인 목표치를 달성했을때(일정수의 유저 및 다운로드수 확보) 다음으로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고 개인적으로 젠티라는 팀에서 가장 활발하고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다양한 근거들이 있었습니다. 개발자로서의 근거, 출시경험자로서의 근거, 비지니스적인 설득(투자자)을 위한 근거, 디자이너로서의 근거, 개인적인 성향으로부터의 근거등 말이죠. 하지만 어떤 근거도 모든 팀원을 설득하진 못했습니다
실제 의견을 나눴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크게두가지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고보면 만약 팀이 유저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AI사진의 생성인지 공유인지가 초기 아이디어 설계부터 정해지고 모두가 공감했었다면 아래와같은 주장이 가능했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우리팀은 이러한 핵심가치를 유저에게 전달하는 팀이기 때문에 000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이러한 핵심가치
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고 발생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및 논의과정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는걸 알았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텐데, 그랬다면 팀이 좀더 빠르고 확실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추진력을 잃지않고 움직일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 사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것이 아닌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눌때는 정답이 없기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팀의 이정표가 되어준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같습니다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이야기하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논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설득에 있어서 논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되는거 아닐까요?
라는 질문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닐걸요?
라고 대답할겁니다. 그에못지 않게 중요한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고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것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꽤나 큰 부분으로 차지하는것이 설득
입니다. 개발자체가 유저를 설득하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의사결정안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물론 저를 포함해서) 논리가 완벽한데 설득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많이 답답해합니다. 누가봐도 이게 맞는데 논리에 허점도 없는데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보류당하거나 마지못해 승낙을 받기도합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래 내말이 맞잖아
하며 끝나는 때도 있습니다
제가 젠티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점은 같은걸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고 해석하는것이 다르다는겁니다. 당연한말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사실입니다. 예를들면 70%의 유저가 회원가입후 사진을 생성했다
라는 문장을 보고 누군가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표본이 너무 적은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70이라는 숫자를 보고 사람마다 해석을 다르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설득을 당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으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설득은 당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반대로말하면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설득이 될수도있겠다는 말로도 들릴수있겠네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기이기에 논리는 주관적인 해석과 감정에 의해서 유효하지 않을수도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 의견을 긍정적으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쌓아왔느냐가 어쩌면 논리보다 중요할수도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이지 않은데 무조건 설득이 되는건 좋지 않지만 적당한 논리가 있는 의견이라면 이후로는 사람 혹은 팀내에서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논리로만 팀원들의 동의를 억지로 받아냈다고 해보면 내 말이 맞잖아
라고 생각하며 일시적인 자존감은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후로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선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다음에는 더더욱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죠
코드를 짜는건 논리가 중요합니다 컴퓨터한테 감정호소할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코드를 짜기까지의 모든 의사결정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일인데 컴퓨터와 소통하는것처럼 논리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필요한건 소통이고 개발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기에 어떻게하면 좋은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함께자라기라는 책에서 예전에는 그냥 읽고 넘어갔던 에피소드가 아프게 와닿지 않게 노력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어떤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다른 이들이 반대한다면,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나, 팀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이러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나는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취업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망설이게 만드는것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위로가 될 수 있는 점은, 이러한 질문 자체가 꽤나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팀에 도움 되는 사람일까?
나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일까?
이런 고민은 대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오는 불안감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고민이 오히려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나는 지금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냉정한 깨달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은 꽤나 명확하고 스스로 어떤 핑계를 대기 어려운 무게감을 지닙니다
그러니 ‘나는 팀에 도움 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팀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그 질문은 잘하고 싶은 멋진 마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나는 팀에 도움 되는 사람일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지금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저는 조금 일찍 마무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플러스가 될 수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고민은 여러분이 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자체로 이미 멋진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무언가를 얻었고 당연히 어떤걸 잃었을겁니다. 다만 그것들을 아직 말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여전히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나는 젠티를 통해서 이런걸 배웠다며 듣기좋은 그럴듯한 문장이 아닌 저만의 문장으로 말할 수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젠티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를 사용하고 매일매일 방문해서 사진을 만드는 소위말하는 팬분들이 한두분씩 생기는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가설을 검증해보기위해 작은 기능들을 추가하고 지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결과와 상관없이 말이죠)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움도 참 많았던것같습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고 많은 회의과정에서 제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던 적도 참 많았거든요. 그리고 더 많은 시도를 하지 못한게 어쩌면 제 책임인것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 내가 조금 더 실력있는 사람이었더라면
지금과는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결과를 마주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마음한켠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더 성숙해져서 그때의 저는 이 기억을 더 나은 기억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년동안 느꼈던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아쉬움과 후회는 앞으로 더 나은 저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족함을 느끼고 아쉬움을 곱씹을 순간들이 더 많지만, 이조차도 언젠가는 성장의 밑거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많은 선택을 하고,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모든 경험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같은 열정과 노력으로 채워나가겠습니다
유저 한분을 위해 전체푸시 알람을.. 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