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잘 지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가장 정직하게 지어버렸네요. 지난 11월 14일, 지금 회사에 첫 출근을 했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적어보는 회고글입니다. 마침 오늘 입사 한 달 차 동료 평가 및 개인 평가에 대한 내용을 공유받았는데, 지금이 아니면 휘발될 감정과 생각들일 것 같아 오늘은 주저리주저리 적어보려 합니다.
졸업 예정자가 된 걸 확인하자마자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최근 개발 시장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고, 특히 iOS 분야는 신입 개발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년 정도는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반년 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당시의 저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더 컸습니다. "지금 내 실력으로 운이 좋아서 취업을 한다고 해도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그런 마음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드러났던 건지 초반에 지원했던 세 개의 회사는 서류에서 광탈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이후 이력서를 고치고 몰아치는 코딩 테스트와 과제를 제출하니 면접이 훌쩍 다가왔습니다. 제대로 준비할 틈도 없이 면접을 보고, 어쩌다 보니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취업이다!"라는 느낌보다는 "다음 주부터 출근이라고?"라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습니다.
합격 후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저는 저를 가장 잘 알거든요. 저는 임기응변에 능하고, 제가 가진 능력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잘 포장하는 사람입니다. 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불안했습니다. 평가받은 모습보다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압박감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황
나를 좋게 봐준 만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나는 잘 적응하고 있고, 여러분과 잘 맞는 사람입니다"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이 모든 게 두 시간 반의 출근길 내내 저를 짓눌렀습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죠. 매일매일 처음 겪는 상황들이 쏟아졌고, 마음 한 켠에는 그 힘든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입사 후 금방 일주일이 지나고 아주 작은 업무를 하나 배정받았습니다.
사실 정말 쉬운 업무였습니다. 취준생 시절의 저라면 "10분이면 끝나겠네!"라고 했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회사에 있다는 이유와 신입이라는 이유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이 커밋을 해도 되나?
PR을 올려도 되나?
이 함수를 내가 감히 바꿔도 되나?
이런 고민들을 계속하다 보니 이틀을 끙끙 앓았습니다. 그렇게 겨우 업무를 끝내고 머지를 하고 배포까지 마쳤을 때, 팀원분이 "첫 배포 축하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동안 온몸에 힘을 주고 있던 마음이 조금 풀렸던 순간이 그때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팀에 조금씩 적응하고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입사한 지 3주 정도 되었을 때, 팀원들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적응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HR에서 한 달 차 본인평가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동료 평가도 포함된다는 내용을 보는 순간, 점심때 먹었던 햄버거가 역류할 것 같았습니다.
피드백을 듣는다는 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긴장되더라고요. 평가 결과를 들으러 가는 짧은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졌는지...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걸어가던 제 표정은 꽤 볼 만했을 겁니다.
다행히도 팀원분들이 너무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한 달 동안 내가 잘한 건 모르겠지만, 잘 지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면접 때 "저의 강점은 이런 겁니다!" 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던 것들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최근에는 제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몰랐던 부분이 튀어나오고, 배워야 할 점들이 끊임없이 쏟아지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들어 더 자주 합니다.
사실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어떤 상태가 되어야 '잘하게 되었다'고 느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제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본다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기회와 신뢰에 보답하고 싶고,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꽤나 자주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제가썼던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지금 이 글이 이전과 좀 맞지 않는 옷(?)같은 느낌이겠지만 어떤 주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제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글을 올려도 괜찮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 어쩌면 금방 비공개로 돌려버릴지도 모르겠네요ㅎㅎ... 그래도 이 순간의 생각들이 언젠가는 흐릿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남겨봅니다
취업을 하면 많은 것들이 변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보니 변한 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느끼는 것조차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겠죠ㅎㅎ
최근들어, 한 달을 겨우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물론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가야 할 길도 멀지만, 그 과정 속에서 사람으로서도 개발자로서도 얻고있는 성장들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첫 출근의 긴장감과 두려움, 첫 배포의 뿌듯함과 안도감, 그리고 동료들의 따뜻한 평가까지. 이 모든 순간이 제게는 값진 한 걸음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리라 믿으며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