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대교는 무너졌나...Cursor가 욕 먹는 이유

베놈·2025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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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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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의외로 조용한 것 같은데,
요즘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불타오르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AI IDE의 선구자인 Cursor의 기습적인 요금제 너프 이다.
도대체 어떻게 너프가 됐고, 어떤 상황이며 어떤 반응들이 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기존 요금제

커서의 기존 요금제는 매우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일부 매우 비싼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를 월 500건 무료로 호출할 수 있었고,
다 썼다고 해도 좀 더 느린 속도로 무제한 호출할 수 있었다.

거기에 Cursor Tab(자동 완성 기능) 또한 훌륭한데
이 모든 걸 단돈 월 20달러에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연간 결제하면 20% 할인해서 월 16달러에 쓰는 것과 같았기에
나 또한 이건 안 쓰면 바보지~ 하며 1년 구독을 결제했었다.

아마 대부분의 개발자들(나 포함)은 커서에서 Claude Sonnet 모델을 호출했을 것이다.
모든 모델 중에서 Claude가 제일 코딩 성능이 좋았을 뿐더러,
여러 모델을 테스트 해봤을 때에도 Cursor와 궁합이 잘 맞는 모델이 Claude였다.

그나마 OpenAI 모델들은 괜찮았지만 여전히 Claude보단 별로였고,
Gemini는 문맥도 못 알아먹고 중요한 부분을 지워버리는 바보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근데 여기서 문제는, 이 3개의 모델 중에서 가장 비싼 게 Claude라는 것이다.
커서 개발사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좀 저렴한 모델도 쓰고 그래야 돈이 잘 벌릴텐데...

무제한? 오히려 좋아(사실 아님)

그래서였을까, 6월 16일에 기습적으로 요금제가 개편되었다.
Pro 요금제에 월 500건의 프리미엄 모델 요청이 사라지고,
대신 '무제한 에이전트 모델 요청'이 새로 생겼으며
Pro의 20배의 사용량을 가진 Ultra 요금제도 생겼다.

이 말만 보고 처음에는 오히려 좋아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 안에 '일부 모델에 한해 사용량 제한' 안내가 있다곤 하지만
그냥 너무 많이만 사용하지 않으면 월 500건의 제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짜잔!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개편 직후 며칠 내로 커서 공식 포럼과 레딧에 불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이 Claude 모델을 붙여서 커서를 사용했더니
기존 같았으면 건수로 계산해서 1개월 내내 쓸 수 있었던 걸
며칠만에 사용량이 바닥나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어느 팀에서는 팀원이 평소와 같이 500건의 요청을 사용했는데
7,000달러가 넘는 황당한 요금이 부과되었다는 경험담까지 나왔다.

장난 지금 나랑하냐

그러던 와중에 2주 정도 지난 6월 30일,
포럼에 CEO 명의의 공지가 올라오며 요금제 공지사항 문구가 소리소문 없이 바뀌었다.
Unlimited라는 단어 대신 Extended limits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공지에 의하면 이제 요청을 건수별로 계산하는 대신
모델별 사용요금으로 계산하여 최소 20달러치 이상은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하고,
대신 Auto(모델 자동 선택) 모드로는 무제한 에이전트 호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유저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단 첫 개편 당시에 '일부 모델만 사용량 제한'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썼다가
이제 와서 사용 요금으로 계산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여전히 어떤 모델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역시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쯤되니 사람들의 당황은 곧 분노가 되었고,
커서 측을 향해 투명하게 요금제 구조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까고 보니 반토막

결국 공식 홈페이지에 2차 공지 내지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 요금제를 바꾼 이유는 모델들의 컨텍스트 허용량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하드 유저들의 요청당 비용이 많이 증가하였고, 이를 요청 건수당 요금제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 Auto 모드에서만 무제한 요청 무료인데 이를 투명하게 고지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 현재 Pro 요금제에서는 Sonnet 4 기준 월 225건, Gemini 기준 월 550건, GPT-4.1 기준 월 650건 정도 사용 가능
  •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과도한 요금이 부과된 사람들은 환불해주겠다.

다른 것도 문제지만
결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onnet 4 사용 가능량을
500건에서 225건으로 반토막 이상을 내버렸다는 것이었다.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그것도 처음에는 잘못된 단어로 유저를 혼란시키며 말이다.

게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Cursor 대시보드에
Opt-Out of New Pricing 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새로운 요금제 대신 이전 요금제를 쓸 수 있게 하는 옵션이었다.

근데 슬슬 너프되었다는 소문이 커뮤니티에 퍼지자
커서 측은 해당 버튼도 소리소문 없이 없애버려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고,
포럼과 레딧에는 커서를 떠나겠다는 사람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네

그러다가 오늘 새벽에 다시 공지사항이 커서 포럼에 올라왔다.
기존에 이미 결제한 사람들은 여전히 남은 기간을 이전 요금제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연간 결제 등을 한 사람들은 hi@cursor.com으로 요청 메일을 보내면
빠른 시일 내에 구형 요금제로 되돌려주겠다고 한다.

단, 여전히 새로운 요금제가 메인 BM이 될 것이며
지금 새로 구독하는 사람은 새로운 요금제만 구독 가능하고,
기존 결제한 사람들도 갱신 시에는 새로운 요금제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일단 남아 있는 연간 결제를 구형 요금제로 되돌려 사용 후,
커서 측의 별다른 롤백이나 변경 등이 없다면 다른 대안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디지털 난민 급증, 대안은?

해외 포럼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커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대안을 찾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들은 다음과 같다:

1. Windsurf

이전에 Codeium이라는 확장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가서
아예 Cursor처럼 Windsurf라는 AI IDE까지 출시했다.
한 때 Cursor의 대항마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OpenAI가 3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핫하기도 했다.

그런데 OpenAI가 인수한 2025년 5월경부터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일단 Claude Sonnet 4 모델이 나온지 언젠데 아직까지도 지원하고 있지 않다.
(정확히는, 본인의 별도 API를 호출하여 사용하는 건 되는데 IDE 자체에서 제공하진 않는다.)
버그들도 커서보다 많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월 요금 기준 커서보다 5달러 더 저렴한 15달러로 500건의 요청을 사용할 수 있고,
거기에 본인들이 직접 만든 SWE-1 모델을 한시적 무제한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다는 평이 많기는 하다.

그래도 후발주자의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지만,
Cursor와 가장 유사한 제품을 찾는다면 Windsurf가 유력 후보일 것이다.

2. Trae

Tiktok의 개발사인 Bytedance가 만든 AI IDE로,
이쪽도 Cursor나 Windsurf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동일한 VS Code 포크)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이다.
첫 달 요금은 3달러이며, 이후 월 10달러 or 1년 90달러(월 7.5달러꼴)라는
매우 압도적인 가성비의 요금제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월 500건도 아니고 600건의 모델 호출을 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일단 Cursor와 같은 프라이버시 모드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본인의 코드가 통째로 바이트댄스에 넘어간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재고해봐야 한다.

또한 모델 호출에 자주 실패한다는 후기가 종종 올라오기도 해서
버그에 민감하거나 시간이 금이라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VSC 포크인데도 아직까지 Linux 버전을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개발 중이라고는 하는데 언제 될지는 미지수.

그래도 가성비가 우선이면서 Cursor와 유사한 UX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3. Claude Code

사실 요즘 Claude Code가 시니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매우 핫하다.
Cursor가 삽질하기 전부터 인기를 몰고 있었는데
삽질이 들통난 이후 많은 국내외 개발자들이 Claude Code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Claude의 성능이 워낙 좋은데다 Sonnet의 상위 버전인 Opus도 사용할 수 있고,
터미널 환경(TUI)에서 돌아가다보니 모든 IDE에서 호환이 되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은 아무래도 무지막지한 가격이다.
20달러의 Pro 요금제로도 사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요청할 수 있는 프롬프트 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본격적으로 사용하겠다 싶으면 최소 100달러의 Max 5x 요금제는 사용해야 하고,
그마저도 부족하다는 사람이 많아 200달러의 Max 20x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능은 확실하다지만
나같은 사회 초년생이 결제하기엔 너무나도 부담되는 금액인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윈도우에서는 WSL로만 작동이 가능한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였는데
2~3일 전에 조용히 윈도우 네이티브 버전도 출시했기에 해결된 단점이다.

4. Gemini CLI

Anthropic의 Claude Code의 인기가 핫해지자
이에 맞서 구글이 Gemini CLI를 무료로 공개했다.
Claude Code와 동일하게 TUI 환경이다.

Gemini CLI를 공개하면서 Gemini 2.5 Pro 모델을 사실상 무료로 풀어버렸는데,
Google OAuth로 로그인하면 분당 60회 / 일당 1,000회 요청을 할 수 있다.
사실 개인이 하루에 1천번 요청을 보내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 싶다.

물론 구글이 워낙 무언가를 개발했다가 금방 abandon하는 경우가 많아서
Gemini CLI를 언제까지 이렇게 관대한 정책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고,
지금도 종종 써보고 있지만 여전히 Claude 보다는 코딩 성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건 유머 반 진담 반인데,
어떤 한국인이 Gemini CLI를 쓰다가 DB를 날려먹었는지
Gemini CLI 깃헙에 장문의 성토글을 Issue란에 한글로 남겼다. 한국인 망신
본인이 Write/Delete 권한을 부여한 것일테고, 백업도 안 한 것이니 사용자 잘못이 제일 크지만
아무튼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Gemini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도 할 수는 없겠으니 사용할 때 주의하자.

이번 커서 사태의 교훈은?

1. 커서는 낚싯대를 너무 성급히 집어들었다

이런 속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다 잡은 물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된다

사실 스타트업이 초기엔 저렴한 요금으로 유저를 유혹하여 모집한 뒤에
기능을 업데이트 하며 요금도 증가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수익 구조이다.

그러나, 이미 Windsurf와 같은 대체재들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Claude Code라는 새로운 문물이 부흥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유저들의 뒷통수를 치는 것은
도의적으로나 기업 이미지면으로나 매우 부적합했다.

차라리 요금을 5달러씩 인상을 하거나 그랬으면 모를까,
사용자를 혼란시키는 단어 선택으로 눈을 가리는 시도까지 하였기에
유저들의 민심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모든 상품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 개발 바닥에서는 소문이 훨씬 빨리 나기에
더욱 중요한 게 투명성과 일관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커서는 이 둘을 모두 다 땅에다 버리는 행동을 했다.

2. 개발할 때 하나의 툴에 매몰되지 말자

필자가 이번 커서 사태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필자는 아직 응애 수준의 주니어 개발자라서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Cursor의 힘도 많이 빌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커서의 삽질이 있고 나서,
"만약 AI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개발할까?" 라는 상상을 해보니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매우 불편해질 거란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미 이렇게까지 AI가 발달했는데
커서 하나 없다고 AI를 못 쓰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필자가 Claude Code에 관심이 생겨서
그 비싼 걸 결제하기 전에 유사한 TUI 환경인 Gemini CLI를 사용해보고 있는데
터미널이 그닥 익숙하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였다.

특히 스크린샷을 context로 줄 때
커서에서는 그냥 Ctrl+V 하면 됐지만
CLI에서는 일일이 경로 지정을 해줘야 하다 보니 너무 불편했다.
(다른 시니어 개발자 분들께 여쭤보니 스크린샷 폴더를 따로 지정하셔서 쓰는 것 같긴 하다.)

AI를 필두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쓰던 툴에서 대체재로 넘어가도 큰 러닝커브 없이
이러한 불편한 점들을 빠르게 해소하는 능력도
마땅히 길러야 할 소양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여담: 커서는 망할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No'라고 생각한다.

일단 당연히 AI IDE의 선구자인만큼 초반 입지가 워낙 탄탄한 건 자명한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Cursor Tab이 워낙 사기급 스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Github Copilot이나 Windsurf 등에서도 자동 완성 Tab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반응도 느리고 (특히 Copilot은 너무 느리다) 퀄리티도 커서에 못 미친다고 느꼈다.

UI/UX도 타사 대비 제일 괜찮은 편이기도 하고
최근 들어서는 Background Agent와 같은 새로운 기능도 내놓는 거 보면

조만간 한 번 더 사과하면서 정신 차리고 요금제 재개편하면서 회생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굴려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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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tter Jr. Dev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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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5일

오우. 무제한이 sonnet 사용량을 더 줄어들게 하고 있었군요..

사용자 중 누군가는 의견을 내주고 있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진행중이었네요.

간단히 소식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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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8일

하루종일 커서 쓰면서도 몰랐던 소식을 덕분에 알게 되네요. 글 너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커서야 정신차려라... 말장난한건 레전드 짜치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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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0일

Cursor 대신 Claude Code 사용하면 비용이 더 나오지 않을까요? 어쨌든 Claude 성능이 좋다는 얘기!
이런 일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개인 사용자로는 요금 초과없이 Cursor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중 DB는 저도 날려봤지만 확인 안한 본인의 잘못..

2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