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다 똑같은 개발자는 아니에요.

고은연·2021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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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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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님, 보너스 1억 모십니다"…나도 코딩 배워볼걸 그랬나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서 몇 글자 적어봐요.
카카오, 직방, 토스 .. 기사에 적힌 기업들은 이미 유니콘이죠. 아니면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든든한 자금줄이 있는 회사거나요.

이런 회사는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경험하지 않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에요.

냉정하게 말하면, 그저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의 언어로 바꾸는 "코딩"은 두달이면 배울 수 있어요. 개발적 센스가 좋은 사람은 한달만에도 배울 수 있지요. (물론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하지 않으신 분은 몇년이 걸려도..크흑)

개발자가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의 언어로 바꾸는 단계를 벗어나면 다음 단계는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에요. 특정 상황에 부딛혔을 때 어떤 라이브러리를 써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익히죠.
글로만 쓰면 굉장히 쉬운 것 같은데, 사실 저를 포함한 많은 개발자는 이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개발은 언어에 따라, 플랫폼에 따라, 아키텍쳐에 따라 서로 해결방법이 전혀 다르거든요. 사용자가 보기에는 똑같은 기능을 100명의 개발자에게 개발하라고 하면 100명이 다 다르게 구현할 꺼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게다가 분야별로 해결책을 다 익혀야 하죠. 프론트엔드에서 자바스크립트로 데이터를 정렬하는 것과, 서버사이드에서 익명함수나 스트림 등을 이용해서 정렬을 하는 것, 데이터베이스 수준에서 정렬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해결책을 가져요. 이 노하우가 개발자의 자산이 되죠.

여기를 벗어나면 이제 아키텍쳐적인 면을 바라보기 시작해요.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더 확장하기 쉽고 더 변경에 편리한 구조를 잡는 것에 집중하죠. 물론 이 과정에서 주화입마에 빠져서 프로덕션을 위한 개발인지 개발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아키텍쳐링인지 구분 못하는 분들도 가끔 계시지만, 그 분들은 논외로 하고 정상적인 루트를 타는 분들은 이제 아키텍트가 되는 거에요.

마지막 단계는 비즈니스와 기술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사람이에요. CTO 라고 하죠.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아주 작은 기업에서 워드프레스 같은 솔루션으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사람도 개발팀이 한명이라는 이유 때문에 CTO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런 사람 말고 진짜 비즈니스를 위한 기술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A를 깔끔하게 구현하려면 6개월이 걸려요. 하지만 약간의 코드 지저분함과 서버 부하를 무시하면서 1개월 내에 만들어 내고, 이후 5개월동안 차근히 코드를 깔끔하게 고치는 사람을 말해요.
이 때 서버 부하로 인한 비용은 100만원이 더 청구되지만, 1개월만에 출시함으로써 기대되는 기대 수익은 1,000만원이라는 것을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 CTO죠.

다시 채용 이야기로 돌아와서, 카카오, 직방, 쿠팡 이런 곳이 채용하는 스펙은 최소한 아키텍쳐면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일 꺼에요. 이 회사들에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별 의미가 없어요. 이미 그 수준을 초월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이거든요.

개발자가 아키텍쳐 사이드를 바라보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지나온 시간과 주위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평균을 바라봤을 때 최소한 7년 이상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특출나게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엄청난 노력을 하는 분들은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저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대충 그정도라고 생각해요.

그냥 6개월동안 "빌드 오류가 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카카오에 입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아얘 입사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천만 다행인 건, 누구나 좋은 기회가 주어지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 아키텍쳐의 초반까지는 바라볼 수 있다는 거에요. 사실 그 이후에는 "개발적인 재능" 혹은 "노력하는 재능"이 더 많이 영향을 미쳐요. 하지만 아키텍쳐의 마스터이든 아키텍쳐 주니어이든 간에 우리는 어느 순간 "왜" 이런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파헤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순간, 쿠팡에 로켓배송으로 입사 저 기업 뿐만이 아니라 더 좋은 기업들이 여러분을 픽업할 꺼라 믿어요.

물론, 유니콘 기업도 주니어를 뽑아요. 주니어에게 아키텍쳐링을 기대하지는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들이 뽑는 주니어는 "평균을 넘어선 사람"을 기대할 꺼에요.
낙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운 좋게 입사 동기들중에 가장 실력이 없는 내가 문닫고 회사에 입사할 수는 있겠지만, 버티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profile
중년 아저씨. 10 + n년차 웹 백엔드 개발자. 자바 스프링 (혹은 부트), 파이썬 플라스크, PHP를 주로 다룹니다.

2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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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4일

개발자이기전에 회사의 직원이고 직원으로써 회사에 이익을 창출해야 하죠
나는 5천만원의 급여를 받을 만큼의 회사에 이윤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걸 제외 하더라도 회사에 기술적 발전 과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처럼 회사측에서도 사람을 찾기 힘들죠.
그렇기에 그런 사람이 되기위해서는 필요로 하는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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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4일

제품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점점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빠르게 갖추기는 힘든 능력인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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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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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9일

글중간중간 '취소선' 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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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0일

저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아키텍쳐의 초반까지 바라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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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4일

(n년차 이상의 수준 실력의)개발자가 부족하다, 를 잘 논리적으로 풀어서 쓰셨네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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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6일

중간중간 취소선은 나무위키 감성인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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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9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러 올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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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9일

비단 개발자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손흥민 축구 선수 연봉이 현 시점 기준 110억인데 축구선수라 해서 다 같은 축구선수는 아니니까용
대중적인 분야와 달리 코딩이라는 부분이 아무래도 아직 까지는 무지에 영역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냥 그러려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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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4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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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1일

제가 추상적으로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들을 논리적으로 굉장히 잘 풀어쓰셔서 깜짝 놀랐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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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9일

스타트업 다니고 있는 UXUI디자이너인데,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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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5일

멋있는 글이네요 ㅎ 글을 토대로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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