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외주 비용 산정해 보기

고은연·2021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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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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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에선가, "천만원이나 주고 웹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엉망인 사이트가 나왔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천만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적지는 않지만, 이 금액이 현실적인지 우리 한번 계산해 보기로 해요.


개발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신 대표님들은 외주를 줄 때 비용을 어떻게 산정해야 할 지 잘 감이 안오실 꺼에요.
그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외주 업체들에게 견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 기반으로 대충 계산을 해 보는 거에요.

개발을 진행할 때는 최소 3명이 필요해요.

  • 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기획자
  • 예쁘고 사용성 좋은 화면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 기능을 만들어내는 개발자

기획자는 보통 스타트업의 대표님이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약 IT 출신이시고 기획을 해 보신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전문 기획자를 영입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사람이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는 것과 이를 실제로 정리해서 방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르거든요.
제 말이 의심이 가시거나 직접 본인의 역량을 테스트해보고 싶으시다면 파워포인트를 열고,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파워포인트에 화면으로 정리해 보세요.
예쁘게 그리실 필요는 없어요. 그저 남들에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디테일한 설명 없이" 이해시키실 수 있을 정도의 문서면 되요.
만약 이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면 재능이 있으신 거에요. 기획자 합격입니다. :)
그렇지 않으시다면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획자의 영입을 추천드립니다.

디자이너라고는 해도, 앱을 디자인하는 사람과 웹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또 달라요. 한 사람이 둘 다 할 수는 있겠지만 능력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을 꺼에요. 웹에 특화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앱에 특화된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디자인의 세계는 넓고 깊어서, "예쁜" 디자인에 특화된 사람들도 있고 "멋진 사용성"에 특화된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위 능력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웹은 "퍼블리싱"이라는 과정이 필요해요. 즉 멋진 디자인을 웹이 표현할 수 있는 HTML로 바꿔주는거죠.
이정도 능력을 갖추었다면 꽤나 고급 스킬 마스터 디자이너에요.

개발자는 플랫폼 당 한명씩은 필요해요. 웹이라면 웹 1명. 앱이라면 앱 1명. 만약 안드로이드/IOS를 둘 다 개발해야 한다면 당연히 2명이 필요하고요.
게다가 앱은 백엔드가 필요하므로 앱만 만든다고 해도 백엔드 개발자 1명은 추가로 필요해요.
요새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많이 나누어지는 추세여서, 웹 개발자라고 해도 두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이제 정신이 없어지시죠? 그냥 위 사항은 참고로 하고 아래처럼 생각하세요.

  • 간단한 웹만 만든다면 최소한 3명(본인이 직접 기획자의 역할을 맡는다면 2명).
  • 앱을 만든다면 기획자 + 디자이너 + 안드로이드 개발자 + IOS 개발자 + 백엔드 개발자 = 5명
  • 웹페이지도 필요하다면 기획자 + 디자이너 + 안드로이드 개발자 + IOS 개발자 + 백엔드 개발자 + 프론트엔드 개발자= 6명
  • 관리자 페이지도 필요하다면 ... 끝도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총 인원이 어느정도 추산되었으니, 이제 한 달에 얼마나 돈이 들어갈 지 생각해 보겠어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월 별 단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충 평균 500만원 정도라고 가정해 볼께요. 그렇다면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은요?

  • 간단한 웹만 만든다면 500 * 3 = 1,500만원
  • 앱만 만든다면 ? 500 * 5 = 2,500만원
  • 웹 페이지도 필요하다면? 500 * 6 = 3,000만원

여기까지만 계산해봐도, 답답해져 오죠? 천만원으로는 간단한 웹 페이지 하나 만들 인건비도 안나와요.


만약 "개인"이 아니라 "업체"에 맞긴다면요?
사업을 하시니 잘 아시겠지만, 사람을 쓰는 건 월급 외에도 유지 비용이 들어가요.
일반적으로 사원 하나당 손익분기비용을 1.8 정도로 잡는데요. 계산하기 쉽게 2배수라고 해 볼께요. 즉, 월급을 500만원 받는 사람이 "이익"을 내려면 1,000만원 이상을 벌어와야 한다는 의미에요.
업체 입장에서는 천만원짜리 사업을 수주했어요. 여기에 투입할 수 있는 리소스는 월 500만원 미만이에요.
최소한 한 달에 월급만 1,500만원짜리 인력들을 5,00만원어치만 투입하려면? 한 주만 투입하는 거죠.
그래서 "천만원짜리 외주" 프로젝트는 "전문 인력이 딱 1주일(5일)"동안만 만들어낸 결과가 나오는 거에요.

외주 "업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맞기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하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망할" 꺼에요. 그나마 외주 업체는 개발 인력들을 관리라도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관리를 못 할 확률이 높거든요.


포털에 광고를 보니 30만원으로도 만들어 준다는데요?
맞아요. 30만원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이런 곳은 "템플릿"을 기반으로 웹 사이트를 "찍어내는" 곳이에요.
그렇다면 30만원짜리 홈페이지에 리소스가 얼마나 투입될 수 있을까요? 외주 업체에 맞겼을 때 한 달에 최소 삼천만원이 드니까, 30만원이면 1/100이군요.
주 5일제일 때 한달에 약 21.5일 정도를 근무하는데 21.5 / 100 = 0.215일네요.
하루에 8시간 근무라고 해 보면 대략 2시간 정도에요. 전문 인력이 2시간을 투자하면 30만원짜리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개발자, 기획자 없이 디자이너 리소스만 투입한다고 해도 2시간 이상 시간을 투입하기는 어렵단 이야기죠.


최근에는 크몽 같은 프리랜서 외주 사이트들이 등장하면서 이분들에게 맞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이분들의 실력이 어떨 지는 아무도 몰라요. 게다가 "실력"이라고 하는 건 "특정 분야에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는가"와 어느정도 연관관계가 있어서 "이미 일을 맡겼던 사람이 만족했던 개발자여도, 내 일을 만족스럽게 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라는 것도 잘 아셔야 합니다.

코딩 교육 3개월짜리 듣고 인스타그램 클론 코딩을 해 본 다음 개발자라고 나선 사람들부터 오랜 시간동안 개발 경험이 있는 분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력풀이 있는 곳이기에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셔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외주 인력을 크몽같은 곳에서 쓰는 곳은 찬성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외주 인력이 어떤 일을 하는 지 내부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즉 관리 가능한 인력이 스타트업 내부에 존재할 때만 외주 인력을 개별 형태로 계약을 맺어 고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건비 베이스의 사업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지 이해하셨다면 이제 실전을 말씀드릴께요. (저는 아래의 업체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어요. 광고 아님.)

인썸니아라는 스타트업 전문 개발 업체가 있어요. 여기에서 견적내기를 눌러보시면 대략적인 금액을 추산할 수 있어요.

크로스 체킹을 위해서 위시캣 프로젝트 찾기프리모아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기능과 비슷한 것을 검색해 보세요. 다른 업체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올려두었고, 만약 지원자 수가 어느정도 있다면 그것이 합당한 금액인 거에요. 당연히 지원자수가 적다는 건 합당하지 않은 금액이란 뜻이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란 이야기지?" 라고 물어보신다면, 제대로 된 사이트를 만드는 데 개발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라는 것을 이해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업을 하면서 "투입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건 돈이 많아서 취미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거니까요.

몇십만원 짜리는 몇십만원인 이유가 있는 것이고, 몇천만원인 것은 몇천만원인 이유가 있습니다.

profile
중년 아저씨. 10 + n년차 웹 백엔드 개발자. 자바 스프링 (혹은 부트), 파이썬 플라스크, PHP를 주로 다룹니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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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7일

항상 현실적이고 깊은 조언을 담은 글을 재미있게 써주시네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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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8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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