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떠나며 알게 된 것들.

고은연·2022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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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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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원은 오너가 아니다.

직원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환상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거죠.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는 "내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해서 회사를 성공시키는 데 힘을 보태야지" 라는 마음이었어요.
그 이면에는 "내가 회사의 성공에 기여를 할 경우 나에게는 보상이 돌아오겠지.." 라는 (헛된) 기대가 있었던거죠.

하지만 근무하면서부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회사의 형태가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간에 고용주는 직원을 고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뽑고 싶어할 뿐이라는 것을요.

성공의 파이는 오로지 오너의 몫이에요.
개평을 던져주듯이 일부 금액을 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저 호의에 기대야 할 뿐 계약상의 문구가 없다면 공허한 거에요.

내 회사처럼 열심히 하는 것이 당연시되지만, 성공할 경우 보상은 오너가 가져가는 것.

당연히 오너는 회사에 책임을 져요. 그 책임만큼 더 큰 보상을 원하는 건 자연스러워요.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오너와, 그저 시간을 투자하는 직원이 결과가 똑같다면 그게 오히려 불공평한거죠.
다만 제가 기대했던 것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할 때마다 나의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투자하는 만큼의 최소한의 보상" 이었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가장 어리석은 일이더군요.

2. 회사가 어려울 때 본심이 나온다.

스타트업이라는 포장을 벗겨보면 그저 자본이 적고 규모가 작은 소기업에 불과해요.
스타트업들의 자본금 = 오너가 출자한 금액 + 투자금 형태가 되는데요.
어디선가 돈을 벌어오는 캐시카우가 없는 한 기존의 금액은 야금야금 없어지기 마련이죠.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국민연금이 연체되고, 직원들의 급여가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모습을 봤죠.
그 구조를 모르는 것 아니기에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스타트업이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상했어요.

겉으로는 미안해했지만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은 만큼 앞으로 잘 될 경우 어떻게 보상을 해 줄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더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3. 지원은 없다.

일반적인 회사는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장비는 제공해 줄 꺼에요.
하지만 놀랍게도.. 일부 스타트업들은 그것조차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개발 조직이지만 유료 IDE 지원을 아까워하기도 해요.
엑셀이 포함된 오피스도 제공해 주지 않으면서 엑셀 문서를 던져주고 업무를 지시하기도 해요.
심지어는 사내 컴퓨터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직원의 개인 컴퓨터를 가져와서 업무하라는 요구도 봤어요. (아니 고장났으면 새로 사야지..)

4. 스톡옵션이든 지분이든간에..

스타트업 직원의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이나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너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회사를 경영할 때는 지분을 주고 투자금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지분 쉐어링이 어려운 경우도 많죠.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우니 급여는 올려줄 수 없지만, 인상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지분이나 스톡옵션으로 채워주는 건 아까워서 못하겠다는 태도는 잘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5. 우리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다.

기업의 형태를 막론하고 누군가에게 고용된 이상 정확히 고용된 자의 역할만 똑바로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원이 무언가를 더 해줘야 할 때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굴지만, 회사가 무언가를 해 줘야 할 때는 원칙을 찾는 것이 기업이라는 것도요.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호의로 접근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요구해야 할 때는 계약관계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에 회의감이 느껴지더군요.

6. 모든 것에 대한 책임

스타트업은 크기가 작습니다. 사람 의존적이고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요.
바꿔 말하면 한 분야에 대해서는 한 사람이 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프로젝트가 잘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담당자가 모든 책임을 안고 가야 한다는 뜻이죠.

사실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는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경영진은 이부분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이걸 인정하는 순간 조직의 구조를 책임지는 경영진의 문제로 귀결되니까요.

심지어는 퇴사할 때도 무한책임이 주어져서...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마음대로 퇴사도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회사의 사정을 위해 내 사정을 희생하는 게 당연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7. 아무리 작은 회사도 조율자는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 오너는 개발(넓은 의미의 개발..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을 잘 모릅니다. 따라서 개발 직군들이 일을 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요.
특정 직업군의 특성은 그저 관찰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사실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거니까요.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이해 없이 직원에게 지시하게 되면 이는 자칫 경영진과 실무진 서로간의 오해로 이어집니다.
개발자도 사람이지만, 일을 할 때는 아얘 사고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이해하기 못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듣고, 작업자들의 언어로 바꿔서 말하는 조율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공식 명칭이 기획자든, CTO든, 그게 뭐든 간에 말이에요.

추가적으로 조율자는 반드시 "조율하는 역할" 만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조율자가 "작업자"가 되는 순간, 둘 사이의 통역사가 아니라 작업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되어요.

조율자는 아무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괄시할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제점을 찾고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8. 실패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제가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내 사업을 언젠가 다시 시작하게 될 때 지금의 경험이 좋은 영양분이 될 꺼야."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단어는 멋지지만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저는 제이슨 프라이드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패로부터 배우는것은 실패 하나뿐. 오히려 성공한 경험에서 성공의 씨앗을 얻는다. 성공했던 경험이 중요하다.

9. 나는 반드시 잘해야 하지만, 내가 잘한다고 비즈니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의 공을 높이 삽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제 포지션의 개발자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고, 제가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아니었어요.
저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 회사를 일으켰다면 제가 핵심 멤버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 비즈니스의 조력자일 뿐이에요.

사실 스타트업은 그냥 인원이 적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각자 중요하지만 그 누구도 핵심 인력은 아닌 것이 포인트입니다.

10. 연봉은 절대로 폭발적으로 오르지 않는다.

회사가 규모가 작고 돈이 없으면 급여를 많이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아서 내 급여는 조금밖에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 스타트업 멤버들은 "회사가 잘 되면 연봉이 폭발적으로 오를꺼야.."라는 허황된 기대를 품죠.

하지만 이는 경영자가 되어 보지 않은 순진한 사람들의 생각이에요.

회사가 작을 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많은 돈을 지불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공하고, 회사가 규모가 커지고 돈이 많아진다면,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토사구팽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굳이 오래된 사이의 정을 생각하기보단 더 실력이 좋은데 더 연봉이 저렴한 사람을 찾는 것이 자명한 이치니까요.

11. 나는 리스크를 지지 않았다.

쏟아부은 것은 능력과 시간 뿐, 비용적인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자처럼 행동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몹시 부끄럽네요.
창업자처럼 생각한다는 것. 즉 마치 내 회사처럼 회사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고, 늦은 시간까지 잠 못 이루어가면서 회사를 위해 일하고 때로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돈을 잃는 리스크이지, 그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나 있는 시간 리스크 혹은 기술적인 리스크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이건 뭐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작업은, 돈을 리스크로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저는 급여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욕심쟁이였어요.

12. 저는 스타트업을 떠납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욕만 잔뜩 쓴 것 같은데.. 사실 제가 몸담고 있던 회사는 꽤나 좋은 회사였어요.

급여가 최상급으로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지만 큰 불만은 없었고..
처우나 사내의 분위기도 꽤나 수평적이려고 애를 썼던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긴 하지만) 개발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많았죠.
정말 실력 좋고 잘하는 동료들도 있었어요. 이부분이 가장 행운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타트업 업계를 떠납니다.
스타트업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며 상상하던 것들이 실제와는 다르고 냉정한 현실에 좌절했거든요.

중견 크기의 회사에만 몸담아도 더 많은 급여를 받고, 더 적게 일하고, 더 편한 혜택을 누리면서 더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데, 굳이 고생하면서 힘들게 일한 후 어떤 추가적인 보상도 바랄 수 없다는 점은 저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마무리하고 회사를 떠날 계획입니다.
제가 무슨 필수 인력은 아니지만 현재로써는 대체 가능한 인력도 없기에.. 너무 무책임한 것은 나쁘니까요.

13. 아주 만약에 다른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다면..

지금으로써는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만, 아주 만약에 다른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다면
이미 (투자 말고, 자력으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에 조율자로써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이제 개발은 지겹다구 (아닙니다.)
다만 그때는 욕심내지 말고, 그저 성공에 힘을 보태면서 성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만족하려고요.

profile
중년 아저씨. 10 + n년차 웹 백엔드 개발자. 자바 스프링 (혹은 부트), 파이썬 플라스크, PHP를 주로 다룹니다.

5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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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7일

👏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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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8일

저는 경험상은 한 5군데정도 접했고, 회사가 어려운적도 있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직원에게 '자기 회사다' 라는 마인드를 갖게 해줄수있게 하는 요인은 있어요.
월급쟁이 마인드면 돈이 최우선이겠지만, 제가 경험한 곳중 하나는 일, 업무자체는 굉장히 원활하고 자유로웠고 연봉은 동결이었지만 그래도 직원들끼리 일하는건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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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8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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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0일

경력 1x년차 분의 글이라 그런지 글의 내용이 더 잘 느껴지네요. 덕분에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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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1일

스타트업에서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지분을 꼭 받아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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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2일

좋은 글이네요 ㅎㅎ.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잘봤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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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저도 불과 저저번달까지 겪던 일이입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저의 경우는 야근하는데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는데 법카로 사달라고 직원들을 선동했다고, 그리고 오레오 2+1 을 당장 다 먹을 것도 아닌데 고른다고 욕하는 그런 대표가 있는 회사를 다녔었습니다.

정말 스타트업은 소기업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단어일 뿐입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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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 ) 3번쯤 정독 한것 같네요.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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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1. 직원은 오너가 아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바램은 함께 오너처럼 일할 직원일 것이다. 똑같이 투자한 동업자도 깨지고 평생을 약속한 부부도 3분의 1이 갈라서는 마당에 세상에 오너처럼 일할 직원은 환상일 뿐이다.

  2. 회사가 어려울 때 본심이 나온다.
    단 며칠만 급여가 연체되도 사기꾼으로 바뀌는 것이 사장이라는 직업이다. 특히 큰 파도일수록 결코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 업친데 덥치는 것이 세상 인심이다. 영화 친구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칼은 한 방 맞으면 계속 들어온다.

  3. 지원은 없다.
    복지... 회사의 복지가 아무리 좋고 경조사에 근속보상까지 다 챙겨줘도 그건 특별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서 직원의 도움이 필요해 질때 그들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은행문을 두드려야 한다. 당신이 지원해준 모든 과거가 직원에게 손을 내미는 현실을 상쇄시켜주지는 않는다.

  4. 스톡옵션이든 지분이든 간에...
    한 번 건네진 보상은 절대 되돌아 오지 않는다. 회사가 잘나가면 급여와 보상을 당연히 올려야 하지만, 회사가 쓰러진다고 그것을 내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톡옵션이든 지분이든 간에... 상대방에게 건낼 때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것은 상대방의 것이 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

  5. 우리는 그저 비지니스 관계다.
    내가 무언가를 더 해줄 때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굴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안면을 바꾸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호의를 베푸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타인의 호의를 요구해야 할 때는 계약관계를 찾아봐야 하는 것이 회사다.
    ..........................
    "9 대 1"
    노동자 편에서 노사갈등과 소송, 중재를 수없이 경험하신 노무사에게 법적인 판결을 떠나서 노사 중 어느쪽이 더 악한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니 저렿게 답하시더군요. 저는 9가 회사인줄 알았습니다...

글쓴 분에게 악의적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공감가는 글이기에 어쩌면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상대방을 이해하고 갈등을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램에 댓글을 달아 봤습니다. 저라면 글쓴분같은 분을 채용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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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3일

중요한 것을 깨달으셨네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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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4일

응원합니다.
현실적 타협은 하셔도 포기는 하지 마시길 ...
예전에 선배가 그러더군요. 불만족하는 부분을 고치자고 해봤냐고요.
가만 생각해보니 어떻게 바꾸자고 기획해 위로 푸시한적이 없었던것 같더군요.
그래서 포기하려던걸 접고 20+년 개발자로 계속 도전중입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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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4일

중견기업을 관두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좋은 글을 읽게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보통의 스타트업들이 어떤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아직 1년차 개발자라서 그런지,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그런데 글에서 적으신 것처럼 중견기업은 돈을 조금 더 받으면서도 더 편하고 워라밸도 잘 지켜져요 복지도 나름 있고. 역설적이지만 그게 싫어서 1년차 임에도 이직합니다. 실무에 도입해보고 싶은 기술들을 다 써볼 수 있는 회사로.. 개발 말고 딱히 하는 취미라고는 운동밖에 없어서 대단히 워라밸을 바라지 않고, 어차피 연봉이야 실력대로 오를테니 당장 젊은 나이에 연봉보다는 성장의 기회를 더 가치있다 판단했습니다. 제 결정이 좋은 방향으로 저를 이끌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언젠가 그 스타트업에서도 퇴사하게 되는 날 글쓴이 님 만큼 깨우치는 게 많다면 좋을 것 같네요:)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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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4일

좋은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스타트업에 재직한 경험이 있으면서 연봉의 인상 지분 등 다양한 꿈을 꾸었지만, 현실에서는 임금 체불, 연협 장기화 등 여러 현실을 느끼니 더욱 이글이 와닿네요.

긍정적이라면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울수 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꽃길만 걸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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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4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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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첫 회사가 스타트업이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견디긴 했지만 2번을 느끼는 순간 나와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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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안녕하세요. 저도 작년에 스타트업을 퇴사한 입장에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어제 글을 읽다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팬 레터도 하나 보내드렸더랬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velog에 가입하고 개발자는 아니지만 가끔씩 글을 올려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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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맘고생하신 것이 보이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꽃길만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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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고생하셨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비슷한 경험으로 몇년전에 스타트업 갈때 저는 계약서로 명시된 스톡옵션(보상)을 원했고, 친구는 회사 잘 되면 주지 않을까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상은 없더군요.
그 이후 스타트업 합류할때는 친구가 먼저 "우리가 계약서 없이 움직일 나이가 아니잖아?" 라고 하더군요.

스타트업에 가는것은 개인으로도 리스크가 있는건데 보상에 대한 계약서를 요구 했을때 대충 넘기는 회사는 최소한의 준비조차 되지 않은 회사라고 봐야 하는것 같아요.
일이 잘 풀렸을때, 안 풀렸을때 결국 나의 몫은 계약서에 있는건데, 나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면 몇년의 시간이 아깝게 날아갈뿐이더라고요.
다들 믿고 따라오라고 하지만 믿은 결과는 항상 배신뿐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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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6일

글 잘보고 갑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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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가지고 열심히 임해보려고 하셨기에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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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입사하기 전까진 그 회사가 좋아보였던 이유도 따로 글을 적어주시면 많은 인사이트를 받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지원자가 '착각'하는지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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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8일

개발 경력이나 주어진 상황이 저랑 매우 흡사하네요. 저도 떠나야하나 계속 남아있어야 하나 하는 와중에 은연님이 적어주신 글로 인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되네요. 상당히 많은 부분 공감도 되고요.
앞으로 은연님의 가시는 길에는 행복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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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8일

음... 박진영이 유빈에게 했던 말 "회사를 한다는 건 뭐냐면, 모든 사람이 너한테 서운해 하는 거야 그게 회사야"가 생각나는 군요.

저는 월급쟁이, 사업가, 투자자 다양한 경험을 일찍 해볼 수 있었는데, 사업가 입장일 때는 확실히 직원들 월급만 주어도 각종 비용에 부가세 내고 제게 남는 것이 없더군요. 우리가 가정을 꾸리고, 3~4인 가족이 되면 나 혼자 살 때보다 숨만 쉬어도 생활비가 몇 배 나가잖아요? 법인도 똑같은 것 같아요. 상위 10% 매출을 기록해도 그 정도이니 법인으로 살아 남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직원, 거래처, 가족 등)이 너한테 서운해 하는거다, 그래서 사장은 외롭다... 라는 말이 어느정도는 공감 가더라구요.

진짜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이 필요해서 동업자 수준의 오퍼를 줘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직원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근로계약서란 것은 애초에 힘들겠죠. 팀빌딩 레벨인 10명 수준일 때나 이것도 가능하고... 말씀하신대로 채용 시장에서 n값의 연봉이면 m능력의 스펙의 구직자를 데려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지불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이고, 그 이상을 지불하는 곳은 업계 탑 순위권이라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영업이익률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면 인건비에 스스로 무너질 위험성이 있죠.

그래도 이런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회사에 기여하실 때 마침 J커브를 잘 그리는 기업에 근무하셨다면 좀 더 좋은 인상을 스타트업에서 받으셨을 텐데... 그게 가능해서 시리즈 C까지 받고 직원이 세자리수 단위까지 성장하는 법인이 일단 상위 5%보다 작은 값 일테니... 위추드립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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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일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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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8일

지방에서 초기멤버로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8년정도 있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는 5명 미만으로 시작해서 문화, 복지 등 뭣도 없었고, 좁은 원룸건물에 낡은 책상과 컴퓨터가 전부였죠. 여러가지 삽질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쓸데없는 일도 많이 했고, 제 분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웹개발)도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밤낮없이 일하며 집에 못들어가는 날이 훨씬 많았고, 1년동안 쉰 날이 3일이 전부였던 적도 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 가족등 전부 뒤로하고 20대 후반, 30대 중반까지 오로지 일만 하며 지냈죠. 그랬던 회사가 현재는 서울 강남 사옥을 비롯해 국내 여러 지역과 해외에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커져가고 많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제 제가 원래 맡은 업무만을 하고 싶어서 대표에게 상황 어필을 했습니다. 이미 대표도 예전부터 제가 웹개발 업무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웹개발 업무를 가져갈 사람을 뽑거나 여의치 않으면 고사리손이라도 제 업무를 도와줄 사람을 뽑아줄 것이라 기대를 했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던가요? 아무리 웹개발이 제 분야가 아니지만 수 년간 밤낮없는 실무로 다져진 제 결과물은 까다로운 정부기관 사업등도 문제 없이 잘 통과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잘 하는것이 문제였을까요? 전 아직도 대표가 왜 그랬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개발과 아무런 관계없는 제가 애사심 하나만으로 누군가는 해야했을 웹개발을 수년간 소위 말하는 '땜빵'을 하고 있는데, 왜 웹개발자를 우선으로 뽑지 않았을까요? 술자리에서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며 주말에 일하고 있는 절 위해 사무실에 나와 격려하던 그는 다른 사람인걸까요? 밤을 새다 잠든 제가 깰까봐 조용히 옆에 피로회복제와 힘내라며 메모를 남긴 그 사람은.. 그 대표는 일 외적으로도 본받을 것이 많아 정말 믿고 따르던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술자리와 대화를 나눴지만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아직도 모릅니다.)

그러나 수 년이 지나도록 어떤 조치도 없어 저는 정말 지칠대로 지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일이 너무 힘드니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더군요. 다른 부서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채워지니 더욱 비교되어 힘든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거기에 연차가 쌓이니 실무는 그대로에 PM업무까지..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더군요. 그래서 통장에 있는 돈 다 쓰고 그냥 죽자는 심정으로 앞뒤보지않고 그만두었습니다만 지난 10년넘게 저만 바라보고 있던 여자친구를 생각하니 죽지도 못하겠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외주 프로젝트관련 검색중 우연히 이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글들을 읽다가 이 글을 보다보니 퇴사 후 몇 달이 지나 공허함만으로 가득찬 현재의 제 모습이 오버랩되어 두서 없는 댓글을 남기게되네요.

저는 만약 다른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제 분야가 아닌 일은 절대 안하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스타트업에서 저와 비슷한 분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자기 자신의 원래 포지션 외의 것들은 털어내세요. 본인의 업무만 열심히해서 경력과 실력을 제대로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다닐적에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떻게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며 존경한다고 말을 해왔습니다. 대표도 고맙다고 고생한다고 인정한다며 스타트업치고는 월급을 많이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이렇습니다. 웹개발을 맡아서 진행하겠다고 처음 말했던 그날이 너무나 후회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앞날에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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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이런 글들이 있는 블로그를 이제야 접하네요. 공감이 많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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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4일

안녕하세요!
스타트업 취업 준비하고 있는 신입 개발자입니다.
우선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참고 되었습니다.

이번에 배달앱 스타트업 면접 준비하고 있는데 면접 질문이 도저히 예상이 가지않아서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댓글 달게 되었습니다.
회사측에서는 스타트업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문제가 생겼을 때 OO씨라면 어떻게 해결하실건가요?" 같은 질문으로요.
개발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를 물어보겠지만, 개발 지식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추가로 그 방법이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이펙트를 줄 수 있을지도 설명 가능하면 좋다고 합니다.
직무는 앱 개발입니다!

혼자 생각해봤을 때는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문제를 제게 질문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로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꼭 취업하고 싶은 곳이라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문의드립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스타트업에서 무슨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무슨 문제가 생길지 조언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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