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꺼에요.
(저를 포함해) 마지막에 해당하는 분들은 "급여" 외에 "스톡옵션" 혹은 "지분"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스톡옵션과 지분은 성격이 조금 달라요.
스톡옵션은 나중에 주식을 특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에요. 예를 들어서 스타트업에 합류한 팀원의 스톡옵션이 1% 오천원이라고 한다면,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천원이 되든 백만원이 되든 간에 오천원에 한 주를 가진 비율만큼 살 수 있는 권리죠.
지분은 회사의 일부분을 주식의 형태로 소유하는 거에요. 뭔가 사고 팔고 할 필요 없어요. 그저 회사가 매각으로 인해 엑싯(exit)을 하거나, 상장을 했을 때 가진 지분만큼 받아갈 수 있는 권리죠.
일반적으로는 "지분"이 "스톡옵션"보다 훨씬 좋죠. 뭔가를 살 필요도 없거니와, 회사의 일부가 자기 것인 이상 더 열심히 하는 동인이 되는 거니까요.
스타트업은 당장 많은 돈을 지출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톡옵션이나 지분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스톡옵션을 회사에서 받았다고 해도 그게 실제로 내 돈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는 잘 될꺼라며 창업을 하지만, 10명 중 6명은 3년 이내에 폐업을 해요.
살아남은 4명은 승승장구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 중 3명은 "간신히 버티고" 있죠. 잘 나가는 사람은 1명이에요. 10%가 채 안되요.
운 좋게 내가 탄 로켓이 상위 10%라고 쳐도 난관은 또 있어요. 일반적으로 스톡 옵션은 3-5년 내에 행사해야 하는 권리에요.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5년 내에 IPO(기업 공개)를 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10% 중에서도 10% 이내이지 않을까요?
IPO가 아니라 주식 회사라서 엑싯일 때 주식 인수 형태로 회사가 합병될 경우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지분 희석이라는 것도 빼먹으면 안되요.
간단하게 말하면, 벤처에 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들이 돈을 투자하면서 일정 지분을 가져가는 건데요. 이 때 보통 총 주식수가 늘어나요. 총 주식수가 늘어나도 지분은 비율이 아니라 주식 수로 계산하기 때문에 처음에 10% 지분(엄청난거죠)을 가지고 있더라도 VC가 여러차례 투자함에 따라 8%, 5%, 3%로 지분이 줄어드는 (마이너스의) 기적이 일어나요.
내가 있던 회사가 급 유니콘이 되어 천억에 팔렸다고 생각해 볼께요. 처음 지분이 10%였으니까 나는 백억 부자가 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VC의 투자로 지분 희석이 일어나므로 매각시 내가 가진 지분이 3%라고 해 보면 삼십 억 부자가 되는거죠.
물론 삼십억이라는 것이 직장 생활만으로는 만지기 어려운 돈이므로, 굉장한 것이기는 해요. 하지만 처음 기대했던 백억에 비해서는 작다는 것도 잘 인지해야 해요.
이제 대충 큰 흐름을 알았으니 냉정하게 기대 수익을 계산을 해 볼까요?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엑싯을 하거나 IPO를 할 확률 1% 이내. 현실적으로 지분을 5% 이상 주는 회사는 거의 없고, 이 지분이 희석되고 나면 아무리 높아야 엑싯을 할 때 1%정도의 지분이에요.
천억 / 100 / 100 = 천만원. 천억짜리 회사를 성공시켰지만 기대 수익률은 천만원이네요. 천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정도 금액은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고생하면서 몇 년을 보내는 일반 기업 선택을 할 때에 비해 그다지 큰 금액 같지도 않아요. 게다가 엑싯을 할 때까지 최소한 5년인데, 개발자 인생에서 5년동안 이직 한두번만 하면 천만원 정도의 연봉은 쉽게 올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 도전을 하는 이유는 그저 돈만은 아닐 꺼에요. 거기에 뭔가 가슴 뛰는 것이 있고, 나를 성장시킬 경험이 기다릴꺼라 믿기 때문이겠죠.
예상 수익률을 계산하면 돈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마지막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개발자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 돈은 중요하지만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doodle jump
실제로 기대수익률을 계산해보면 단순 벌어들이는 돈은 크지 않네요, 사실상 마지막이 제일 중요한 문장인 것 같습니다. 역시 개발자라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얻는 희열이 있기 때문에! (돈 물론 중요하지만, 저도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에서 재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