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미포함은 왜 갓겜인가

김태성·2024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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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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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했는가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공략도 거의 안보고 160시간 달려서 sweet home + 로켓 앤딩 둘다 봤다.

그래도 나름 바닐라 맵에서 25~30주기 쯤에 단열 + 전해조 산소공급 + 식량 안정화 + 행복도관리 시키고 땅파기 시작할정도는 되니까 숙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인가?

생존 경영 게임이다. 정식 명칭은 우주 식민지 시뮬레이터(a space-colony simulation game)라고 한다.

게임 설명을 보면 어찌 어찌 해서 불모지 행성의 땅 깊은곳에 텔레포트되었고 , 식민지를 개척해서 로켓을 발사하거나 안락한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이다.(정확하지는 않는데 대충 이런 느낌임) 플레이어는 '복제체'(duplicant) 라고 불리는 거주민들에게 일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왜 복제체냐면 진짜 3d프린터로 사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주 식민지라고 불러달라 할 만큼 게임이 확실히 스팀펑크나 클래식한 세계관과는 거리가 멀다. 위에 보이는 입에 다리가 달린것처럼 생긴 외계생물은 놀랍게도 게임을 시작한 후 처음보는 '크리터'이다.

크리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사육 / 도축 할 수 있는 생물들을 의미하며 , 그러니까 산미포의 세계관에서는 맵에 돌아다니는애들의 평균 외모가 저렇다는걸 알 수 있다. 물론 위의 사진처럼 귀여운 애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질적이고 지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떻게 진행되는가?

위의 세계관 설명은 tmi같기는 해도 다음 설명들에 연관이 있다.
산소미포함의 맵은 '바이옴'이라고 하는 특수한 성질을 갖는 지역으로 이루어져있다. 바닐라 맵의 시작지역과 같은 '사암 바이옴' , 너무나도 추운 '툰드라 바이옴' ,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썩은 는지렁이들 세균들과 오염된 산소로 이루어진 '늪 바이옴' 등 다양한 환경은 플레이어의 복제체를 힘들게 하며 , 다양한 기체와 온도가 뒤섞이면서 기존 생활에 크던 작던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시를 들어보면 , 위의 '늪 바이옴'의 공기는 오염된 산소라 복제체들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리며 , 얼룩덜룩한 저 블럭들은 '는지렁이균'이라는 병균을 가지고 있어서 복제체에게 '독감'과 같은 디버프를 부여하는 질병에 걸리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점폐균이 만약에 식수탱크에 침범하거나 , 공기가 오염된 산소로 가득차게 된다면 복제체들은 쉽게 질병에 걸리고 , 큰 질병인 '는지렁이 허파'에 걸리게 되어 일의 효율을 크게 감소시킨다.

더욱이 이러한 바이옴들을 쉽게 우회하지는 못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작지형인 '사암 바이옴'을 제외한 모든 바이옴들에는 이러한 리스크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들자면 '정글바이옴'의 수소/염소 가스는 복제체가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체들이 기지 내부로 다량 유입이 된다면 빼내는것도 힘들고 , 산소 부족으로 복제체가 죽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큰 장점은 이러한 리스크 뒤에는 항상 큰 리턴이 따른다.
위의 '늪 바이옴'의 예시를 들자면 , '늪 바이옴'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골무 갈대는 복제체를 보호하는 방호복을 만드는데 필수 재료이며 , 한번 얻은 골무 갈대는 종자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채취 가능하다. 더욱이 '는지렁이균'을 보유하는 '는지렁이' 블럭들은 크리터의 먹이로 쓰여 고기로 바꾸거나 '어스름갓'이라는 효율좋은 농작물에 지속적으로 사용되며 , 또한 귀찮은 방법이지만 '조류 추출기'를 사용해 오염된 물을 얻어 물을 펌핑하는 방법도 사용 할 수 있다.(이후 남은 조류를 사용하긴 할 거지만 조류에 초점을 둔다면 엄청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늪 바이옴'하나의 활용도 저렇게 많지만 , 이 외에도 강력한 이점을 가진 바이옴들이 다수 존재한다. 간단하게 예시를 더 들어보자면 '정글 바이옴'의 염소가스는 세균을 소독하는 소독제로 , 수소는 액체로 만들어 로켓의 연료로 쓰거나 발전기의 연료로 , '표백석'은 식용 식물을 키우거나 복제체의 청결도를 올릴 수 있다.

또한 '기름투성이 바이옴'은 기본 온도가 75~85도나 되고 '마그마 바이옴'에 가까워 까딱 잘못했다가는 복제체가 미디움 웰던으로 잘 익어버릴 수도 있지만 , 방호복을 착용하고 기지와의 연결로를 잘 만들어 놓기만 한다면 , 중반부 필수 자원인 원유와 재련된 금속인 납을 다량 얻을 수 있다. 말이 다량이지 앤딩볼때까지는 거의 무한으로 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유는 처리과정 후 석유로 바꿔서 발전기로 돌려도 전기를 기지 전체가 쓰고도 한참 남을만큼 생산하고 , 중요한 자원인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또한 이 게임은 전선을 까는데 금속을 엄청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 , 그중 '재련된 금속'들은 기존 금속에 추가적인 노동력이나 자원을 들여야 해서 얻기 엄청 힘들지만 바이옴에 재련된 금속인 납이 다량 분포해 있으니 기지의 전선 설치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또한 기지에 설치한 재련된 금속들은 전선이 아닌 다른 시설을 만들때 사용할 수 있음으로 기지 운영에 숨통이 트인다.

게임 진행에 따른 고민

상세한 디테일이 대부분 빠져서(금속마다 비열/녹는점 , 가동온도 , 전력 등등) 아마 처음듣거나 게임을 많이 진행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상당히 난해하게 들릴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전부 설명하면 분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니 새로운 바이옴을 탐험할때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하고 ,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하면 리턴이 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게임을 진행하면 할 수록 느끼는것은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기지가 발전되고 , 새로운 기술과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자원들이 필요하며 , 그러한 자원들을 얻기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주위에 있는 위험한 바이옴들을 탐사하며 기지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저 기지에서 안전하게 플레이 하고 싶어하는 유저도 있을것이라 생각하는데(나도 그랬다), 기지에는 한정적인 산소와 물이 있기 때문에 빨리 안나가면 굶어죽거나 숨막혀 죽게 된다..

그럼으로 산소미포함은 자연스럽게 유저를 야생을 탐험하도록 설계해놓았으며 , 탐험할때 주어지는 리스크들을 극복한 후에는 상당한 양의 '리턴'을 보장해주게 되고 , 유저들은 이러한 확장을 하다 템포조절을 잘못해 일이 쌓이면서 리셋을 하고 , 실수해서 복제체가 죽어서도 리트를 하고 , 설계를 잘못해 비효율적인 기지를 만들어서 리셋을 하는 등 앤딩을 볼 때 까지 수많은 지구들을 리셋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도 운영자가 미리 계산해 놓은 장치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한 단계를 뚧고 나가는것도 힘들지만 , 리셋을 통해서 학습을 한 유저들은 초반 단계는 금방 적응을 해 효율좋게 진행하게 될 것이며 , 이때 얻은 추진력으로 후반의 어려운 난관들을 뚧고 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난관을 해쳐나간 끝에 볼 수 있는 앤딩들은 더욱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근데 어렵다고 하긴 해도 이정도로 마이너한 게임의 앤딩이 1.3%라는건 말도안되게 낮은 수치이긴 하다.

결론

상당히 마이너한 게임이고 플레이어에게 고난이도의 난관을 계속 제공하며 , 끝까지 클리어한 사람도 거의 없을만큼 힘든 게임이다.

산소 미포함은 편안암에 안주하지 못하게 제한적인 상황을 게임의 컨샙으로 잡았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를 위험지역으로 유도한 다음 , 리스크를 통과하면 확실한 리턴을 돌려주는 전형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성취감을 얻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과정을 버티고 해결해 나가며 게임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 이번 지구를 리셋하여도 지금까지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운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국은 게임을 리셋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러한 '좋은 게임의 전형적인 예시'들은 게임의 구조도 그렇지만 , 다른 갓겜들과 마찬가지로 치밀하고 집착에 가까운 레벨 디자인이 기초에 깔려있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 좋은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것을 잘 구현한 , 기초가 탄탄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여담

벌써 게임 리뷰 10번째 글을 썼다. 이게 말이 10개지 일수로 환산해보면 2.5달에 달하는 엄청난 시간이다.. 7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하게 된다.

사실 쓸거는 한참 남았다. 예를들면 바이오쇼크시리즈나 데드스페이스, 어렸을적 했던 노바1492라던가 500시간이 갈렸던 몬헌이라던가 고등학생때 인생을 갈아넣었던 유비트 등의 리듬게임이라던가..

하지만 이런건 쓸때 생각이 참 많아진다. 이때까지 썼던거들은 정보도 잘 튀어나오고 했던 기억들이 세세한 디테일까지 싹다 기억나는 수준이라 그냥 긍정적이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나열하면 되지만

  • 노바1492같은 옛날겜들은 자료가 없고

  • 바이오쇼크나 데드스페이스 시리즈는 게임 시스템을 뜯지 않으면 그냥 '깔끔한 스토리로 모든게 설명이됨'으로 글이 끝날거같고

  • 리듬게임을 적을려니 특정 리듬게임이 아닌 장르자체를 다뤄야 할 거 같다.(도저히 건반형이나 패드형 리겜의 한 장르만 가지고 글의 분량을 체울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때까지 적었던 게임들도 다 하나같이 '적절한 리스크와 합리적인 리턴 , 그리고 이것들이 충실했던 게임이다.'와 같은 결론이 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싶기도 하다.

다르게 보면 그러한 리스크/리턴의 개념이 사라진 , 많은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강제적인 평등'을 만들어버린 요즘의 메이저게임들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시리즈인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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