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아는 왜 갓겜인가

김태성·2024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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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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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눈 썸네일에 나오면 놀라실거같아서 바꿨습니다. 많은분들이 보실줄 몰랐어요..)
이 글은 칼라미티 / 다른 모드들을 적용시키지 않은 '바닐라' 모드에 관한 글입니다. 모드를 적용할때마다 게임성이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참고해주세요.

하지만 이 글은 테라리아의 '계단형 성장방식'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칼라미티모드와 연관성은 있습니다.

얼마나 했는가?


약 75시간쯤 했다.
친구랑 지인들한테 끌려가서 강제로 칼라미티모드 깔고 템지원받아서 보스 트라이 몇번 해본 다음 묵혀뒀다가 정글 과정 오기 직전에 문로드를 잡았다.

고인물이라고 할 정도의 이해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위키 뒤져가면서 깼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은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인가?

기본적으로 아이템 파밍이 주로 되는 '계단식 파밍형 RPG'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겠다. 아이템을 파밍해서 특정 보스를 잡았을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조건'을 갖추게 되고, 게임이 진행되게 된다.

보통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 '마인크래프트'형식 게임이라고 착각하기 매우 쉽다.
탁 트인 필드에 보이는것이라곤 가이드와 캐릭터, 그리고 뛰어다니는 토끼와 나무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저녁에는 좀비가 나오고, 하늘에는 핏줄이 서있는 크툴루 눈알들이 날아다니며, 지하 동굴을 탐사하면 괴물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인식이 점차 바뀌게 된다.

이 게임의 기반이 되는 스토리라인이 '크툴루 신화'에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게임을 실행 한 후, 첫 보스전까지만 통과하면 게임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1차적으로 폐사를 하게 된다.

실제로 게임 시작후 필드에 널린 나무를 캐지도 않은 사람이 전체의 14프로나 되며,
게임 시작 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삭제를 하는 사람이 1/4나 된다.


이후 첫번째 보스를 잡는 사람은 시작인원에서 반토막이 나 버리며, 아이템 제작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설치물을 만드는사람도 60프로가 안된다.

이러한 심각한 인구 감소의 원인에는 '불친절함'이 너무 크다.
시작하고 나서 필드를 쭉 달려봐도 몬스터는 보이지도 않고, 땅은 파기 힘들고 목적도 목표도 없이 그저 맴돌다가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전글의 '다크소울'조차도 첫번째 통곡의 벽인 '차가운 골짜기의 볼드'를 잡는 업적 조차 66프로의 클리어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정말인지 말도 안되는 감소율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다다른 유저들은 게임의 목적을 알게되고 목표를 잡게 되며, 게임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테라리아 위키나 공략을 보며 게임을 진행해 나가게 된다.
그래서 쭉쭉 진행하는 인원의 수가 많고,

하드모드에 진입하는 유저가 40프로나 되며

최종보스인 '문로드'를 잡는 사람이 25프로나 된다.

다크소울의 최종보스 클리어가 25프로가 된다고 적었는데, 이도 대단한 것이지만
테라리아는 다크소울보다 체감 난이도가 훨씬 높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다크소울은 진행이 막혔을때 맵을 돌면서 루팅을 하다보면 무기가 강화되어 스팩이 맞춰지지만,
테라리아는 맵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광물들을 직접 캐고, 보스를 계속해서 잡으면서 '아이템 파밍'을 계속해야 한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진 고인물들이야 그거나 그거나 똑같지 라고 말을 하겠지만 이제 막 하드모드에 처음 진입한 뉴비가 아이템과 악세사리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플랫폼을 어떻게 깔아야 할지, 도핑은 어떤것을 해야되는지, 파밍을 편하게 해주는 도핑 아이템들은 어떻게 공급을 해야하는지 등등 모든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하다.

그렇기에 파밍에 투자되는 시간도 많고, 장비가 부실하면 몬스터의 공격을 버티는것도 힘들어지며, 결국은 난이도의 증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뉴비들이 이러한 이유에도 '통곡의벽'을 넘기만 하면 50프로에 가까운 생존률을 보여주는데, 이 기이한 클리어율은 테라리아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가 없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100제 신화 + 에픽 아이템 파밍 시즌 / 24년 2월 기준 전혀 다른 시스템)

무엇이 재밌는가?

RPG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것은 '성장의 체감'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사진은 필자가 던전엔파이터 시로코 시즌때 먹은 본캐의 총 에픽 아이템을 보여주는 것이다.
100제 극초반에 시작한 건 아니고, 시로코 나왔을때도 바로 레이드를 뛰지 못했다.

왜 저 사진을 굳이 들고와서 옆잘던을 시전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던전앤 파이터의 저 파밍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랜덤드랍에서 오는 도파민'과 '성장체감'을 정말 극심하게 주는 시스템이다.
아이템을 하나하나 먹을때마다 내 캐릭터의 방향성을 정할수 있고, 수련의 방에서 샌드백을 치며 빌드를 깎고 점차 증가하는 딜량을 보면서 내가 과거와 비교했을때 이만큼 강해졌구나! 라는것을 뇌에 때려박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아이템을 먹었을때 만족감을 가질 수 있고, 나의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성장욕구'가 충족되는 결과를 가질 수 있었고, 던전앤파이터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잘 충족시켜줬다.




약간의 사족이 붙긴 했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성장의 재미'를 줄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테라리아의 개발자는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정말 완벽하게 이해하였다.

보스를 잡기 위한 최소스팩은 낮게 잡아두고, 컨트롤과 부가적인 수단을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보스를 편하게 잡을 수 있으며, 그렇다고 과한 편법은 막고 권장스팩은 높게 잡는 것이다.

물론 기계지렁이를 폭탄으로 잡는 기괴하고 글리치스러운 기술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뉴비'들에게는 위와같은 공식이 정말 잘 먹혀들어갔다. 보스를 잡는 최소스팩 자체는 엄청 낮다. 월 오브 플래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보스들은 잡는데 제한이 없으며, 보스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만 있다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또한 부가적인 도핑/플랫폼/npc사용/아이템, 지형지물 이용 등등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클리어를 낮출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잡고자 하는 보스 단계에서 파밍할 수 있는 최고의 장비를 맞추게 된다면 뛰어난 컨트롤이 없더라도 '할만한'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스 레이드에 실패하게 되더라도 여러가지 선택지가 생기게 되는데,

  • 파밍을 더 해서 스팩을 올리던가
  • 도핑과 회복수단을 늘리던가
  • 플랫폼을 더더욱 크게 깔아서 플레이어가 유리한 지형으로 바꾸던가
  • 추가적인 편법을 인터넷에 검색하던가

등등의 수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보스에 도전하게 된다.
위의 이유와 '크툴루' 컨샙에 어울리는 보스 디자인, 그리고 단순하고 정직하지만 잘 짜여진 보스의 패턴 등은 이 게임의 주 컨탠츠인 '보스레이드'는 많은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성장의 재미를 확실하게 돌려준다.

아무리 재밌게 보스를 트라이하고 잡아내더라도 달라지는게 없다면 그저 보스잡기 시뮬레이터 깡통에 불과하다. 일부러 제약을 두고 하는 플레이거나, 명예나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특수목적 플레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닐라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했음에도 달라지는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라리아는 이러한 성장체감을 가장 근본적인 시스템에서 느끼게 해줬는데, 그건 '곡괭이'이다.
뭔 땅파는 도구따위로 성장체감을 느끼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테라리아는 기본적으로 지하 깊이 들어가서 광물을 캐내는 것이 기본적인 진행방식이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타임 중 많은 시간을 땅을 파면서 보내게 된다.(실제로 도핑 물약중에 채광이 빨라지는 포션, 주변 광물들을 밝게 만들어서 위치를 파악하는것이 가능해지는 포션이 있다.)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 받는 곡괭이는 채광 속도가 너무 느려서 동굴 탐험을 하는것이 시간적으로 이득이며, 실제로도 초반 플레이의 핵심은 상자 루팅을 통해 필요한 아이템을 얼마나 빨리 얻느냐 이다.
하지만 게임 극초반을 넘기게 되면 백금티어/용암석 파밍을 시작으로 해서 고급 단계로 가기 위한 광석파밍이 필연적으로 되는데, 이때 체감이 극심하기 되는것이 곡괭이의 티어이다. 어느정도 빨라지나면 최종 곡괭이를 만들게 되면, 땅을 파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자신의 발 밑을 땅으로 파면 거의 캐릭터가 떨어지는 급으로 땅을 파고 내려가게 된다. 이러한 속도의 변화는 게임을 할 때 정말 크게 작용하는 것이지만, 성장의 체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게임 시작을 하고 어떤 보스도 잡지 않았을때는 몬스터가 생긴게 참 평범하다.
그저 영화에서 흔히보는 좀비, 거대 개미귀신, 영화에서 보는 악마, 어딘가에서 본적 있는거같은 눈알달린 괴물 등등 저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힘이 드는 건 내 캐릭터가 약해서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실제로 하드모드 진입전의 무기들은 기껏해봐야 칼 휘두르기/화살쏘기/총쏘기/하급 마법 쓰기가 전부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도 못대던 몬스터들을 잡고, 어려운 보스를 잡는 등 계단형식으로 강해지는 내 캐릭터의 성장을 보고 있자면 묘하게 성취감이 든다.
노말 난이도에서 체감이 되는 변화라고 하면 점프기능인데, 상자에서 랜덤으로 루팅가능한 2단점프 신발과 달리기 신발 , 고블린 땜장이 npc에게 구입할 수 있는 로켓신발 등이 대표적이다.

극초반을 넘어서 노말 난이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밤의 칼날'을 만들게 되면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데, 칼을 단순히 휘두르는것이 아닌 전/후방을 커버하는 공격을 하며, 공격력도 강력하고 검기로 배어 2번씩 공격하게 된다. 게임 시작 이후 단순히 수치만 높아졌던 무기가 갑자기 변화가 생기고, 이는 유저들에게 플레이가 상당히 쾌적해지는 체감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하드모드에 진입하게 되면 난이도가 리셋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 디아3 포니방 비주얼의 맵이 추가되며 해골들이 갑옷을 입고 마법을 쏘게 된다. 또한 미믹이라는 유저들을 속이는 몬스터도 나오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게임 플레이가 튜토리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전의 게임 플레이로 '성장의 체감'을 극심하게 느꼈기에 게임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는 상태이며, 하드모드의 최종보스를 잡고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이후에도 이러한 '계단식 성장'은 계속된다. 단순한 공격이지만 데미지가 정말 강력한 무기, 유도기능이 추가된 총알, 큰 범위의 검기를 날려 광역으로 몹을 쓸어버리는 테라블레이드 , 그리고 최종보스를 잡고 얻는 재료와 기존의 검들을 합쳐서 만드는 최종무기 제니스 또한 그렇다.

최종보스 클리어 이후에는?

여기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 만족하고 테라리아를 졸업한다.

  • 바닐라 모드에서 난이도를 높힌다.

  • 보스레이드를 더 즐기기 위해 칼라미티 모드를 깐다.

  • 다른 모드들을 깔면서 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을 선택한다. 보통 바닐라에서 공략안보면 20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라리아가 정말 자신에게 잘 맞는 게임이고, 더 하고싶은사람들은 2,3,4번 선택지로 넘어가게되고...


망자가 되어버린다.





결론

테라리아는 잘 알려진 게임들 중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았고, 어렵지 않은 게임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이머들 대부분이 하지는 않지만 명작으로 알려져 있고, 어렵다고 악명이 높지는 않지만 보스 클리어에 필요한 피지컬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주기에 테라리아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계속되는 유저의 유입 때문에 강제로 업데이트를 강행하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In February 2012, the developers announced that they would not continue development but would release a final bug-fix patch. However, development resumed in 2013 with Spinks asking the community for ideas to include in future content updates. (english wiki - terraria)
대충 해석을 해보면 2012년에 마지막 업데이트를 한다고 했지만 커뮤니티에서 아이디어를 계속 받아서 2013년에 개발을 다시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계속 테라리아는 개발을 그만하고 싶다고 해도 팬들의 지지 덕분에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하게 되고....

결국 지금도 하고 있다.
1.4.5 버전은 2024년에 출시한다고 한다.

참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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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되고싶은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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