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00시간 가까이, 그리고 8시간 과제를 깼다.
사실 로켓 제일 빨리 쐈던 기록은 3시간 40분정도 걸렸다.
빌드를 철저하게 깎으면 2시간 초반까지는 나올거같은데 그렇게는 하고싶지 않다..
그래도 나름 로켓도 좀 쏴보고 철도시스템도 굴려봤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맵에 흩어진 자원을 가공해서 로켓을 쏘는 게임이다. 스토리도 정말 간단해서 미래에 어떤 엔지니어가 불모지 행성에 추락하였고, 다시 로켓 만들어서 탈출하는게 끝이다.
위의 사진처럼(실제로 저렇게 플레이하면 속터진다.) 여러 자원들을 제작기에 집어넣고 아이템을 만든 후, 이를 이용해서 고급 아이템으로 만들던가 연구에 쓰던가 적들을 막던가 하면 된다.

개발자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그냥 코딩 같은 게임이다. 정해진 문법(태크트리, 제작법 등등)이 있고 자기가 원하는 코딩(건물의 배치, 제작기의 수, 배치 등등)을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 조립기계 만드는걸 자동화하기
철을 캐는 라인 하나
이 철을 가공할 용광로 라인 하나
그러한 철을 가공해서 톱니바퀴를 만드는 라인 하나
구리를 캐는 채광시설 라인 하나
구리원석을 구리판으로 가공하는 라인 하나
구리판을 구리선으로 만드는 라인 하나
구리선과 철판으로 전자회로를 만드는 라인 하나
그리고 철판, 톱니바퀴, 전자회로를 가지고 조립기계를 만드는 라인을 만들면

이거 만드는 라인 하나가 자동화 된다.
근데 위의 조립기계는 팩토리오의 자동화 라인 중에서도 '매우 간단'한 축에 속하고, 나중에는 3단, 4단 가공된 부품들 몇개가 들어가는 시설도 있기 때문에 자동화를 하는데 진짜 말 그대로 머리의 용량이 부족해진다.
그리고 자원의 종류도 다양한데
단순한 광물 자원인 철광석, 구리광석
석유 자원인 원유(가공하면 중유, 경유, 석유가스로 나뉨)
연료 자원이자 중급 아이템의 재료인 석탄
주로 건물의 재료나 타일을 만드는 재료인 돌
그리고 고급 자원이자 채광에 황산이 필요한 우라늄
위와 같은 자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원이 5종류인것 뿐만 아니라 석유를 가공하기 위해서 물을 추가적으로 라인 공급 해줘야 한다거나, 1차 가공된 재료들이 나중에 계속 쓰이기 때문에 물류의 흐름이 15줄을 넘어간다거나, 3차 가공된 물품들의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 원자재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거나 등등 여기 고치면 다른곳에서 터지고, 그쪽도 고치면 이번에는 바이터(적)들이 몰려오고, 다 고치고 연구 태크 아이템을 생산할려고 하니 다음에 만들어야 할 아이템을 만드는 공정라인을 설계하는것 자체가 엄두가 안나는 등등... 매 순간순간이 선택과 고민의 연속이며, 계속 배우고 숙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열받게 만드는 요소는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처음에 만들었던 공정을 부수고 다시만들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정을 만들고 태크를 타고 넘어가다 다시 봤을때 맘에 안들면 다 부숴버리고 다시만들고 또 부수고.. 이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위의 설명들은 단순히 자원의 종류만을 설명한 것이고, 이것 외에도 전력시스템, 철도 시스템이 있다.
전력시스템은 처음에는 그냥 증기발전기 돌리면 되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 태양광 발전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팩토리오는 밤과 낮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밤에는 전기 생산량이 없다.
전기가 부족하면 공장이 멈춰버린다. 이걸 블랙아웃(black out)이라고 한다.
blackout이 발생하게 되면 다시 가동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돈이 아니라 정상가동할때까지 일정시간 효율이 그냥 박살나버림.)
그런데 바이터(적)들은 계속 쳐들어오니까 생산이 한번 멈추면 생산건물들이 박살남.(물론 충분한 자원을 비축해뒀으면 막아내겠지만 보통은 뚤림)
게임 오버...
와 같은 사이클을 타게 된다.
아니 그냥 저장소를 많이 지으면 되는거아님??
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맞는다고요.
위의 태양광 발전기 사진에서 나온 물품들은 기본적으로 '자원을 퍼먹는' 물품들이다.
기본적으로 태양 전지판은 그 비싼 강철판(철5개 + 시간 장난아니게걸림)과 구리를 말 그대로 '밑도끝도 없는'수준으로 소비하게 된다.
강철판을 개당 5개씩 먹으면서 발전량은 제일 처음 만드는 '증기발전기'의 1/15 수준인 60kw밖에 생산하지 못하며
베터리로 만드는 축전지는 '황산' 생산공정이 안정화되었다는 뜻인데, 그럼 석유 생산/가공라인이 안정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저 태양전지만 양산하겠다고 덤볐다가는 그대로 벽 뚤리고 게임을 리셋하게 될 것이다.
이후에 원자력 발전이 나오는데, 이건 더 가관이다.

대충 위와 같은 시설을 짜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복잡하다.
일단 기본 원자로부터가 강철 500개에 콘크리트 +a의 자원을 먹고(1개당)
열 전달 선도 구리를 장난아니게 먹고
열 교환기와 증기 터빈 또한 철을 퍼먹고
우라늄을 캔 후 처리과정을 통해 0.7%의 확률로 나오는 연료통을 구해야 하며
농축과정을 통해 이 귀중한 우라늄의 양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기본 적재량이 필요하다.(우라늄238 40개 + 우라늄235 5개 + 60초 = 41개
그러니까 재료도,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어가는 이 공정들을 설계단계부터 할려면 정말 머리가 터지는 것이다.
단순히 배치만 하는게 아니라 원자로가 어떻게 붙어있으면 열 증폭률이 몇 %이고, 이것을 어떻게 전달해야하고, 동선 최적화를 어떻게 해야하고... 등등 다 계산을 해야 최적화된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게임 하는 사람들의 뒷목을 부숴버리는 다른 시스템은 철도 시스템이다.

필자는 팩토리오의 철도 시스템을 공부하다가 현실의 철도가 어떻게 교차로를 지나는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냥 1줄로 지어서 삥삥 돌리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수 있는데
맞습니다.

대신에 게임은 클리어하기 정말 힘들어질 겁니다.
위와 같이 한 자원 허브에서(채광장소일수도, 보급허브일수도, 메인 창고일수도 있음.) 다른 리퀘스트(요청)까지 자원을 보내기 위해서는 단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의 사진만 봐도 열차 화물칸 16개~20개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데 열차선이 5줄이나 필요하다. 사실 로켓만 쏘고 앤딩을 본 후 게임을 삭제할것이라면 1줄~2줄로도 충분하긴 하겠지만 철도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게임이 질질 끌릴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효율과 물류의 속도가 중요한 게임이라..
언젠가는 본인이 답답해서 철도 신호를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철도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한게 적으니 쉬운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유튜브에 factorio train signals 만 쳐도 강의영상이 수십개씩 있고, 이러한 영상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기차들이 멈추고 터지고 하는 일은 자주 발생할 것이다. 직접 안해보면 완벽하게 이해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 외에도 운송 벨트 까는법, 2줄 input, 기차 주유소 등등 다양한 잡기술과 노하우들이 있지만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다.

이게 진짜 골때리는 부분이다. 분명 할때는 머리 아프게 공장 설계하고 때려부수고 다시 만들고 태크를 올리는 게임인데 하고있으면 뭔가 빠져든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팩토리오도 '성취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처음 시작했을때 유저는 단순히 자원을 손으로 채광하는것 이외에는 자원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이후 손으로 조합해서 채굴기를 만들고, 발전시켜서 전기 채굴기로 발전시켜 자동으로 채광이 되게 만들 수 있고, 아이템 이동 벨트도 처음에는 1초에 30개까지 이동되는 느린 벨트를 쓰다가 나중에는 90개가 이송이 되는 벨트로, 그 이후에는 기차를 이용한 대규모 물류 수송 시스템을 구축 할 수 있다. 더욱이 손으로 아이템을 배치하다가 나중에는 드론까지 사용해서 자동으로 아이템을 배치 할 수 있으니 유저들은 게임을 진행할수록 내 공장이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유틸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는 커다란 체감을 안겨준다.
예시로 들면 극후반에 기차 수송으로 한 사이클에 아이템을 수만개씩 옮길 수 있으며, 지도를 켜고 캐릭터를 움직이지 않아도 청사진과 드론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공장을 건설 할 수 있다.

팩토리오는 자신만의 공장을 건설하는 게임이다. 불모지에 떨어져서 맨손으로 공장을 건설하던 플레이어는 점차 발전되는 기술과 늘어나는 공장의 산출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를 체감하게 되고, 늘어나는 유틸과 증가하는 편의성은 유저로 하여금 후반의 다양한 도전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많은사람들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손대지 않는 게임이지만, 취향만 맞다면 수천시간은 그냥 태워버릴 수 있는 무서운 게임이다.

내가 그래도 스팀겜 상점을 꽤 돌아다녀봤는데
이정도 시간대의 유저는 처음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