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세상은 요지경

KwakKwakKwak·2022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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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싼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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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해야할 테스크들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앉던 내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잘 안되는, 그런 평일을 보냈다.

자꾸 유튜브로 빠지게 되고, 머릿 속으로 어떤 생각까지 들었냐면 '자꾸 유희를 찾게 되는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멈출 수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매너리즘에 빠졌고 뭔가에 자극을 받은지 오래되어 흔히 말하는 'couch potato'인데 TV를 보는게 아니라 과제만 수동적으로 하는 늘러붙은 껌이 되어버렸던 것.

심지어 오늘 토요일엔 정말 해야할 것들이 많았는데 절반 밖에 하지 못했다. 더 문제였던 것은 그것이 문제라고도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내 주 친구 pool인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 같은 개발 진로를 걷는 두 명의 부랄들과 정기적(?)인 회담이 있어 느즈막히 저녁먹고 쪼리 끌고 집 근처 역 투썸에 가게 되었다.

사실 이 모임도 카페 폐점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냥 안나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왠지 나가는게 내 방에 앉아서 집중 못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나간 것이었다. 그리고 나갔다 오면서 그 짧은 시간에 확실한 동기부여와 리프레쉬를 할 수 있었다.


일단 단순히 얻은 생각은, 아무리 집에서 내 공간을 편하게 세팅해놓아도(예를 들면 모션데스크라든가, 좋은 의자라든가, 좋은 키보드라든가 등등), 결국에 일에 집중할 환경이 한 곳 밖에 없다면 금방 긴장감을 잃어버리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요지는 꽤 의식적으로 공부하거나 집중하는 환경을 바꿔줘야 하고, 나의 경우에는 집에서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집 근처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든지 등의 배리에이션을 통해 어느 한 공간에 늘러붙지 않게끔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자주 공간을 바꿔준다든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간을 바꾸면 그것 또한 과유불급인 것 같다. 하지만 이따금 집중력 환기를 목적으로 하는 집 앞 외출은 그 효과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방금 체감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독립을 하지 않은 나의 상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내 집'이라는 공간은 이제 막 템포를 끌어올려야 하고 개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내 감각에 집중을 기울여야하는 내 입장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란 것을 느꼈다. 쉽게 말하면 집은 엄밀히 엄마와 아부지께서는 퇴근 후 재충전을 하는 장소요, 동생 또한 아직 나처럼 꿈을 향해 악셀을 밟을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느슨한 모습으로 지내는 공간이다. 그런 측면에서 개발 부랄 두 명 중 가장 빠른 진도를 밟고 있는 한 친구의 모습을 보면 계속해서 자극을 얻고, 내 상황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 친구는 벌써 직장에서 핵심 멤버로서 누가봐도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나는 문외한인 대출에 대해 겁내지 않아 하며, 그래도 내가 좀 알고 있다 싶은 투자의 영역에서도 꽤 괜찮은 계획을 가지고 똑똑하게 접근하고 있더라. 그 친구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진 않는다. 오히려 매우 좋은 자극을 받는다. 이 친구가 삶을 진취적으로 해쳐나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친구가 나랑 친하다는게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보면 내 인생의 은인 정도 되는 것 같다. 이새기 아니었음 문과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을 듯 싶다.(문과생들을 욕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문과가 답이 없음을 개인적으로 많이 느낄 뿐입니다.)

이야기가 셌지만 어쨌든 하루 빨리 독립해서 자취를 하고 싶다는게 내 목표다. 물론 난 우리 가족과 굉장히 깊은 정서적 유대를 가지고 있고 내 모든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엄마 아부지 동생이 있는 집이다. 아마 자취하게 되면 매주 주말은 꼭 집으로 가있을 듯 싶다. 그렇지만 평일에는 내 발전을 위해서 이 느린 템포를 가지고 있는 집과는 거리를 두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게 카페에서 나와서 집을 혼자 걸어가다가, 요즘 거의 매일 페이스톡을 주고받는 외로운 뒷방 늙은이 군필복학생 친구 두 명 중 한 명이 동네 순찰(?)차 산책을 나온 김에 마주쳐 담소를 나누며 집으로 걸어갔다. 나머지 한 명은 또 두루두루 알던 고등학교 친구 둘이랑 강릉 여행을 가서 술 취한 채로 페톡을 하더라. 인스타로만 안부를 알 수 있었던 오랜 친구들과 살짝 어색하지만 안부를 주고받았고, 동네 보안관 친구와도 투자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헤어지게 되었다. 꽤 짧은 시간 안에 6명의 친구들을 얼떨결에 만나게 되었는데, 왠지 기분이 좋고 공기가 상쾌하더라.

여러모로 기분 좋은 밤인 것 같다. 다시 리프레쉬했으니까 열심히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기말고사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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