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만큼 다가온 기말고사와 22년도 상반기 마감

KwakKwakKwak·2022년 6월 15일
0

내가 싼 똥

목록 보기
10/15

한 달 전쯤 거실에서 엄마가 EBS 다큐를 보고 계시길래 물통 채우러 나왔다가 좀 들어봤는데 내용이 너무 괜찮아서 시험 끝나면 꼭 들어봐야지 하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EBS의 '위대한 수업'인데, 내가 슬쩍 봤던 수업은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리베르트의 '일상의 철학' 편이다.
프로그램 길이도 20분밖에 안돼서 부담 없고,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나와서 이야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늘 시험 하나 치고 바로 공부하기 싫어서 6편 중 요새 내 주된 고통의 원인인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 2개를 시청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랑이란 개념은 '생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인류에게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었으며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이라고 한다. 인간의 조상인 영장류에서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하는 동물은 긴팔원숭이밖에 없다고 하며 우리 인류도 일부일처제를 문화적으로 습득한 것이지, 일부일처제가 본능에 충실한 당연한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사랑을 할 때 인간의 뇌에선 흥분 상태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진정 상태를 관장하는 '세로토닌' 신경물질의 반비례 관계를 깨트리고 두 물질을 모두 최고치로 분비시키게 하며, 이는 비정상적인 상태로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신체의 특성에 따라 짧으면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안에 소위 '격렬한 사랑'의 단계가 막을 내리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영원한 사랑을 그토록 갈구하는 것일까? 리베르트의 말에 의하면 '영원한 사랑'에 대한 만국 공통의 염원은, 18세기에 등장한 소설(특히 로맨스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 기인한다고 한다. 문학은 이상적인 낭만적 사랑을 과거부터 그려왔고 소설 자체가 허구성을 지닌 발명품이기 때문에 이것에서 파생된 '영원한 사랑' 또한 허구적인 것이다.

또한 인간은 타 영장류와 달리 비교적 오랜 기간 부모의 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 사춘기를 겪으며 그 사랑의 의존성이 재해석되고 부모가 아닌 타인에게서 그 사랑을 찾으려 하기 시작하며, 돌봄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은 인간은 자꾸 타인과 유대관계를 쌓으려 노력하는 것이고 어렸을 때 경험했던 무조건적이며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

40분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서 느낀 점은, 과학적인 설명으로 사랑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상태가 비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영원한 사랑은, 모르겠다. 가능한게 아닐까? 다만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 성향은 다르더라도 같은 지향점을 가지거나 가치관이 같다면, 가능할지도..?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시험기간 전 주는 항상 동아리나 학회나 공부에 전념하라고 활동을 아예 다 빼주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롭고 그만큼 공허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

특히나 이중전공을 컴공 쪽으로 돌린 탓에, 이번 학기부터는 예전처럼 벼락치기를 하는게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내가 잘났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시험기간이 널널해진 기분이다.

요즘 비도 한 두 방울씩 내려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삘받고 중학생 시절 비가 내리는 날에 아파트 뒷 화단에 아무도 몰래 쓰고 있던 우산을 던져놓고 흠뻑 비를 만끽했던 중2병 모먼트를 스케치하기도 했고

남아도는 시간을 온전히 기말고사 공부에 쏟긴 싫은데 그렇다고 개발 공부는 손에 안잡히니.. 괜히 시험 하나 끝나면 우산들고 집 근처를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마침 빅나티의 새 앨범이 나와서 들어봤는데 너어어무 내 취향인 노래들만 가득 차있으니 하루 종일 빅나티 노래만 듣고 있다.

되게 싱숭생숭하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여유로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입학해서 1학년 땐 과 활동하느라 바빴고-
2학년 때부턴 동아리와 연애에 인생을 바쳤고-
2학년을 다 마치고 난 뒤엔 코로나 창궐과 동시에 1년 6개월 짜리 감옥에 갇혀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바쁘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던 삶을 살다가
전역하고는 바로 개발 공부한다고 정신없이 보내긴 했다

진짜 정신차려보니까 24살이고 벌써 1학기가 끝나가고 있고 ㅋㅋㅋ

몰라.. 이런 상황은 인생 처음이라 그런지, 항상 빠른 템포의 삶을 살아왔어서 그런지 지금 당장 이 여유로움이 적응이 안된다

빨리 여름방학에 하루종일 매일매일 개발만 하고 싶다.
운동..수영..축구도.. 축구도 미치도록 하고싶다 ㅋㅋ.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잠도 잘 못자고 그래서 한 번 똥글을 싸야할 쿨타임이 되었구나 싶어 끄적여봤다. 마저 남은 시험들 공부 다시 열심히 해야지. 시험 끝나고 다시 오겠다. 오늘은 여기서 끝-

그냥 혼자 있어서 가끔은 우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내 우울함이 정말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비하면 사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긴 해서, 금방 사라질 걱정임을 알고는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기 싫어... 뭔가 나를 열심히 살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느끼고 있다. 주저리 주저리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