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개발자(?) 1년차 회고

깊은종부·2024년 9월 8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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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중순에 입사하여 1년하고도 2달이 지났다. 조금 늦었지만 입사 1주년 기념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1년차라고는 하지만 1년간 회사의 업무의 대부분이 개발과는 동떨어진 일인 것 같아 “개발자 호소인 1년차 회고”가 더 정확하겠다…


From Work.


실패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 형성과 대화 스킬

회사에 나보다 엄청난 연차의 선배님들이 있었다면 배울 것은 정말 많았겠지만, 그만큼 내 생각 이야기하기도 수줍어 했을 것 같다. 그러나 회사에서 가장 연차가 많은 사람이어봐야 3년차 정도였다. 처음에 입사할 때는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많이 들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이라 어짜피 경험한 수준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어쩌면 내가 맞을 수도 있으니 많이 말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이해가 안되면 납득될 때까지 이것저것 물어봤던 것 같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틀리면 안된다, 모르면 안된다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작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감은 다른 환경의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면 다시 쌓아야할 것이겠지만, 적어도 나 혼자 먼저 지레 겁먹고 위축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이로운 경험이었다.

한편,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 경력에 호소하여 의사결정을 끌어가는 환경이 아니다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단순한 기호 쯤이 아니냐는 동료의 말을 반박할만큼 잘 알고 있지 않아서 넘어갔던 부분들이 나중에 더 복잡한 문제로 불어서 오기도 했었다.

설득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주장하는 것, 그렇게 생각한 이유, 예상 효과, 우려되는 부분이라는 나름의 구조를 세워서 이야기하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또한 상대방의 말이 이 구조에 부족한 요소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물어봐 조금 더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대화를 해보려 해본 것 같다.

제안도 많이 해보려고 했었는데, 프로젝트가 엎어지고나서 포스트모뎀 방식의 회고를 진행하자고 제안을 드려 개발에 참여한 모든 인원들이 회고를 작성하여 해당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문제들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내에 큰 문화나 생산성을 주도한 건 아니었지만, 엎어져버린 프로젝트를 그냥 넘기지 않고 이 실패로 우리가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회사 업무가 개발보다는 자료 조사가 많은, 그치만 나쁘지 않았던

프로젝트할 때는 보험 관련 서비스여서 고객사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제요율서를 하나하나 뜯어봤었다. 프로젝트 중단 이후 회사에서는 인터넷 은행을 하고 싶어해 시중 은행들의 금융 상품들의 약관과 프로세스를 전부 읽어가며 도메인을 알아야만 했다.

금융 전문가 없이 이렇게 막연하게 조사하는게 의미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생 사는데 도움이 되긴 했다. 스쿠터 보험 계약할 때 특약 선택할 때 용어들이 눈에 익어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원하는 환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찾기

회사에서는 반년동안 열심히 했던 프로젝트가 계약파기로 종료가 되어버렸다. 그 후로는 사업 건 없이 금융 시스템 솔루션이라는 막연한 주제로 금융 도메인 조사가 주요 업무로 자리 잡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회사에서 기술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고 싶었던 바램과 회사에서 정작 하는 일과의 불일치로 많은 현타가 찾아오면서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니 적지않은 기간동안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쯤 원영적 사고라는 밈을 알게 되었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장원영씨의 사고방식이라는데, 무도 키즈로써 긍정하면 노홍철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먹고 그 장면을 보니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달리보였다.

나도 내 삶을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대로 흘러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걸 해결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프로젝트가 엎어지기 전 그 당시 개발하는데 장애요소로 고통받던 문제들 혹은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었다.

시도해보고 있는 건 다음과 같다.

  • tibero for flyway : 프로젝트할 당시 db 스키마 형상관리 이슈가 있어 개발환경이 상당히 복잡했었다. flyway라는 오픈소스 db 마이그레이션 툴을 도입하려했으나 이 툴이 프로젝트의 메인 db벤더인 tibero를 지원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회사에 요청드려 flyway를 tibero가 지원되도록 컨트리뷰트하는 스쿼드를 구성해 개발을 진행했다.

  • toast man : 사실 엎어졌던 프로젝트가 특이 케이스라 Spring으로 개발했던 것이지, 사내에서 만든 자체 프레임워크로 개발해야하는게 일반적이다. 앞으로 새로할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이 프레임워크는 특이한게 websocket 기반 통신을 하며, 자체 프로토콜과 메시지 폼이 존재한다. 당연히 API를 명세할 때 Swagger와 같은 명세 자동화 툴은 사용하기 어렵고, 노션이나 컨플루언스 등에 별도로 정리해야한다는 점 + 테스트 용도로 api 요청을 날려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있었다. 해당 프레임워크의 자체 통신 방식을 취하는 포스트맨(post man)이 있으면 api 요청 테스트도 쉽고 명세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프론트 개발을 하는 입사 동기와 함께 간단한 툴을 만들었다. (툴은 만들었는데 일이 없다.. 이제 일 좀 주세요..!)


Outside of work.


자취

기숙사나 고시원이 아닌 온전한 주거 시설에서 자취를 처음하게 되었다. 집에 있었을 때에 비해 장단점이 뚜렷했는다. 좋은 점은 우선 혼자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 빨래와 설거지가 내가 저질러 놓은 것만 있다는 점 정도? 단점은 혼자 있으니까 먹는 거, 청소 등 모든 걸 내가 다 해결해야한다. (미스테리한게 정말 잠깐 뒤돌면 어질러져 있다..)

그래도 나름 첫 자취니 방을 이쁘게 꾸며보고 싶었는데 그 마저도 다 돈이라서 입주 초반 열심히 하다가 카드값에 허덕여 잠정 중단했다.

독서

독서는 개발 서적 포함해서 다음과 같이 읽었다. 읽고 나서 정말 읽기 잘했다 싶은 책들이었는데, 나의 가파른 망각 곡선에 탑승하여 그 때의 감정만 남았을 뿐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 같다.

  • 가상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1

  • 함께 자라기 (강추!)

  • 헤드퍼스트 디자인패턴

  • sql 안티패턴

  • 유난한 도전 (강추!)

  • 프레임 (강추!)

  • 부의 인문학


운동

클라이밍과 헬스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특히 클라이밍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무언가 꾸준히 하는 취미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푹 빠져서 하고 있다. 폼이 떨어지지 않게 주 2회 정도는 하고 있다. 클라이밍이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까 암장을 가면 나보다 연약해보이는 잼민이들, 여성분들이 더 잘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을 겸손하게까지 만드는 운동이다. 기회가 되면 클라이밍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헬스는 내 기준 정말 재미를 못붙이겠는 운동이다. 지금 하는 것도 클라이밍을 더 잘하기 위해 힘을 기르려는 목적에 하고 있다. 하기 싫은 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출근할 때 세수만하고 출근해서 찝찝하게 만들어 점심에 헬스장 가서 씻고 싶게 만들었다. 가기 싫어도 씻으러 어쩔 수 없이 갔다가 ‘그래도 왔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기구를 땡기고 돌아왔다. 아직까진 잘 먹히는 중이다.


From now on.

오랜 취준 기간동안을 보상받고 싶었는지 조금은 달콤한 것만 찾아 다녔던 1년이었던 것 같아 반성한다. 앞으로의 1년은 조금 더 발전하는 내가 되길 바라며 다음을 계획해보고자 한다.


나는 개발자로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지, 더 나아가서 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찾기

최근 회사 동기가 “살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냐”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는데 선뜻 대답을 못했다. 살면서라니 조금 거창하니 “개발자로써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나”로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건 회사에서 하는 일 따라가는 거 아닌가라고 내심 생각해왔던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동안 개발자가 아닌 지인들에게 “개발자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야”라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의 내 인생의 원피스 정도는 세워 둬야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음의 1년은 이런 부분에서 스스로를 조금 더 돌아보고 찾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다.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 달기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나름 건재하다고 생각했던 회사들도 희망 퇴직을 받는다는 등의 뉴스들이 들린다. (티메프, 이마트, 요기요 등등..) 지금있는 회사 또한 불투명한 투자처에 사내에서 흉흉한 소문이 들려오기도 한다.

'개발자로 살아남기'를 저술한 박종천님이 한 말씀을 옮겨보자면, '새가 나뭇가지에 앉을때,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나뭇가지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지녔기 때문이다.'
https://community.rememberapp.co.kr/post/78247

위 글을 읽고,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튼튼한 나뭇가지가 아니라 튼튼한 날개구나 싶었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내가 앉아있는 나뭇가지와 수명을 같이하게 될 거란 생각에 날개 힘 기르기에 박차를 가하는 1년이 되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실전 경험 쌓기 == 사이드프로젝트 배포/운영

웃픈 이야기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실무를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다. 실전으로부터 오는, 실전이기에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있을텐데 지금 회사는 당장의 프로덕트가 없으니 실전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직접 실전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배포하고 운영까지 해보는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이 역시 기회가 된다면 블로그에 경험을 풀어보겠다.

학습 속도가 빠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

나름 1년차지만 여전히 신입과 다르지 않은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주니어가 가장 어필해야할 것은 “내가 해본 건 이것 뿐이어보이지만, 나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에요.”이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학습 속도가 빠른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학습 속도는 어떻게 하면 빨라지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새로운 지식은 이미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비교와 조합으로 쌓이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무언가 학습할 때 정확히 알고 가는 걸 우선 해볼 계획이다.

정확히 안다는 건 남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도로 아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헬스 꾸준히 하게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게 쉬운 사람이니 블로그든 사내 세미나 발표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기회는 다 하고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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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속도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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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0일

멋있네요. 저도 덩달아 회고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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