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2024년을 되돌아보는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지난 포스팅인 입사 1년차 회고를 작성하고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많은 일들도 있었고, 다른 관점으로 한 해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아 작성하기로 마음 먹었다.

2023년 7월 입사하고부터 참여하던 보험 기간계 시스템 구축 SI 프로젝트가 올해 3월 부로 중단됐다. 1차, 2차 개발 범위로 구분지어 진행이 되었었던 프로젝트였고 1차 개발 범위에 대한 QA 진행 중 종료되었다. 종료된 배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지만, 몇주간 밤샘 작업을 하던 회사의 모든 이들이 보람을 느껴보지 못하고 끝나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계기로 건질 수 있던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고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럼에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구나 싶었다.
포스트모템 회고란?
포스트모템은 사후 부검을 의미한다. 포스트모템 방식의 회고는 시체를 부검해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 것처럼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과 과정을 돌아보는 방식의 회고 방법으로 원인을 파악해 추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프로젝트는 종료되어 더이상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을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없던 일로 치기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없던 셈 치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결론을 내려야할 것 같아 포스트모템 방식의 회고를 진행할 것을 개발 조직 전체에 건의했다.
개인적인 회고를 작성하고 이를 팀 내에서 공유한 뒤, 조직 전체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파악한 원인과 전체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었던 것 같다. 개인의 차원, 조직 문화적 차원에서 개선점도 분명 있었지만, 회사의 사업 방향성 측에서의 개선점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많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회고를 통해 개인적인 수확이 있었다면 이 정도로 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업은 생각보다 중요했고, 그 협업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몸부림을 쳐야 달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앞선 회고에서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스키마 변경 작업이 복잡하고 얽힌 게 많아서 이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다른 작업을 못해 불편했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프로젝트 특성상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였고, 기획도 자주 변경되어서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변경이 되게 빈번했다. 데이터베이스는 환경 별로 별도로 구축하고 있었는데, 스키마가 변경되면 코드 merge 전에 모든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를 변경하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했어야 했다. 수작업으로 하느라 놓치기 일쑤였고, 팀마다 스키마가 달라져서 함께 모여서 작업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프로젝트 과정 중 스키마 형상관리 오픈소스인 flyway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했었으나,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Tibero로 flyway에서 지원하지 않는 DB라 적용하지도 못했었다고 한다.
이는 개발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고, 추후 다른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Tibero를 사용하는 이상 발생할 문제라고 생각해서 이런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Tibero를 지원하는 버전의 flyway를 만들 스쿼드를 꾸렸다. 결과물을 만들어 사내에 공유하고, flyway 오픈소스 기여 차 pr을 올렸다.
회고를 하자고 제안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조직의 개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발이라는 달란트를 이용해봤다는 점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엎어졌지만 그 이후 상황 속에서 뭐라도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거 같다.
나는 생각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심인 사람이고, 문제 또한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 그렇게 되고 싶어서 발버둥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언젠가 이런 경험과 태도들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도 빛을 발하도록 잘 길러나가 볼 생각이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이다. 해야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은데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하기 어렵고, 미루는 성향이 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이런 성향이 무언가 꾸준히 하는 것을 막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요행을 바랄 수 없는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못할 거 같아 지레 겁먹고 안하는게 아니라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운동을 대하는 자세를 내 본업의 영역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 최근 2개월 째 아침 수영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는 내가 평생 수영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처음엔 물을 실컷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 밥 생각이 안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에이 처음이니까 잘 못하는 거지.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 될거야'라는 생각으로 한달 정도 하다보니 레인 시작부터 끝까지 자유형으로 한번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킥판없이 배영 동작까지 하게 되었다..!)
당장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나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 회고에는 꾸준한 것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놔보고자 한다! 빠샤!
만약 제가 자퇴를 하지 않고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컴퓨터는 어쩌면 멋진 글꼴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연설 중 -
모든 단편적인 경험은 언젠가 적절한 형태로 활용되어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직 준비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오랜만에 취업 전선에 놓여 내가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봤는데, 그동안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 경험들을 잘 떠올려 살리는 것에는 과거의 내가 기록했던 것들이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실제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업무를 하면서 생각을 메모를 해뒀던 것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반면, 기록하지 않았던 것들은 활용하기 어려운 까마득한 추억 정도로만 남아서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끄집어내는데 어려웠다.
경험들을 추억으로만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적절히 활용 가능하도록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2025년의 또다른 목표로 두기로 했다. (단,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

회고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 감사하게도 한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아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지난 수년간 꿈에만 그리던 IT서비스기업의 개발자라니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ㅎㅎ
잘 해서라기 보다는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와 응원해주는 분들이 덕분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 (기도가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
나에게 주어진 어떤 것 하나도 내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겸손하고 진심을 다해 매일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장황한 회고를 마친다!
2025년도 배우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