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입사 1년차. -3

jh_leitmotif·2023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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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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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쿵야 사진을 자주 쓴다. 저 눈 큰 멍청미가 너무 귀엽다.

지난 주저리 글을 쓴지 3개월이나 지난 기념으로 고르고 골라 올려본다.

입사 회고 글을 썼던 6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좀 많이 바빴다.

6월에는 자그마한 부업, 7 ~ 8월은 행사 2개를 뛰어야 했었고...
그리고 최근엔 갑작스레 마감이 정해진 큰 일들이 떨어져 캉캉 댄스를 추고 있다.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서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또 기록을 슬슬 해볼까! 싶은 쿨타임이 돌았다.

딱히 월별로 이벤트가 없었어서 이 글에서는 소제목으로 감상들을 남긴다.

23년 5월 ~ 그리고 지금까지.

React Native를 만난 계기

저번 글의 마지막에서, React Native(이하 RN)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실 시작한게 5월부턴지.. 4월부턴지.. 년초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충 5월부터라고 하겠다.

RN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사실 우리 회사의 리소스로 만들어질 것은 아니었다.
iOS 개발자는 없으니, 외주를 줘야되냐... 껍데기만 대충 만들고 웹뷰를 심어야되냐..와 같은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도중.

한참 React만 건들고 있던 팀장님은 자바니, 코틀린이니, 노드니 눈길을 기웃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딱 좋은 먹잇감(?)이었나보다.
야근하며 뚝딱뚝딱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발표를 하더니 기어코 사업을 프론트엔드 부서로 가져오고야 말았다.

1~2달 정도 팀장님이 단독으로 맡아 버전 1.0.0을 출시하고서 자잘한 기능 추가와 버그 수정 등을 하다가 슬슬 싫증이 났는지(?) 3~4월 쯤 다른 인원에게 넘길 계획을 잡았다.

때마침 나는 슬슬 유지보수가 아닌 처음부터 내가 만들어내는 신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징징거리고 있었고?

여기구나, 하며 낚싯대를 끌어올렸고 고통과 뿌듯함 그 사이 어중간한 늪에 빠졌다가 제 힘으로 기어나오는 경험을 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구간.

잠깐 뜬금없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나는 뭔가 그룹이 만들어지면 장을 하곤 했다.

중고등학생 때도 반장/부반장을 한 경험이 있고, 대학교 조별과제는 대부분 조장을 맡았다.

그 경험 속에, 작게는 2명부터. 크게는 4~50명이 되는 그룹을 끌어보며 느낀 것은 비슷할 순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점이다.

스무살까진 달다고 초코 우유만 마시다가, 어느새 대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아메리카노를 그렇게 즐겨마시게 됐다.

회사 생활도 별반 다를바가 없다. 사람들은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며, 잘하는 것도 다르고, 뭐든 다 다르다.

크게는 프로젝트 단위로, 작게는 하나하나의 Feature의 단위로. 그리고 부서별로.

각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원이 어떻게 다른 인원들과 일하는지에 따라 퍼포먼스의 수준이 다르다.

그래서 이 얘기를 갑자기 한 이유에 대해 논하자면.
팀장님의 능력으로 RN을 빠르게 적용하고 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그만큼 코드 퀄리티는 조악했다.

많은 문제들이 있어 약 한달반 정도의 기간동안 리팩토링을 거쳐 그나마 내 눈에는 이제 봐줄만하게 됐다.

정말 많은 결점과 내 상식과는 다른 코드의 밭에서 뒹군 나머지,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고생한만큼 RN을 내 서브 기술 스택으로 추가할 수 있게 되서 절대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만약 내가 팀장의 자리에 있었다면 이 프로젝트를 과연 내가 끌어왔겠는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C언어를 대학교 때 1년 정도 버티며 배우고 나서부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어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사고력의 차이에서 격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충의 무엇인가를 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 일이라는 것은 곧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지금 다루지 못하는 기술을 습득해서 써먹겠다는 것은 마음 속으로는 가능하다고 느끼더라도 좀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오히려 나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리 팀장님은 코드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계속 찾고, 갈구하고, 일단 실행에 옮길 줄 안다. 대단한 장점이고, 그 덕분에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그가 놓은 오작교를 따라 걷기도 한다. 덕분에 지루한 회사 생활 중 신선한 경험을 종종 하고 있고, 그 중 좋은 것은 도입하기도 한다.

솔직히 그의 코드를 좋아한다곤 못한다. 그러나 나와 다른 그가 있기 때문에 우리 프론트엔드 팀이 굴러가며, 미래와 현재를 함께 챙겨가고 있다.

(그래도 제발 코드 좀 정리하면서 썼으면 좋겠다.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빨간 모자를 써보다.

6월에서 8월 사이. TV에서 계속 역대 최고의 더위라며 신나게 떠들고 있을 때 우연히 개발 코치일을 2주 정도 했다. 부트캠프 멘토 같은 것이었고, 경험 중 한 분이 떠올라 여기에 적어본다.

어느 날 장문으로 디스코드 DM이 왔다. 요약하면 도저히 수업을 못 따라가겠고 이해가 안되서 힘든데, 그럼에도 꼭 뭔가 작업을 해서 최대한 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싶으니 도와달라 라는 이야기였다.

많은 용기를 냈구나싶어 과외처럼 숙제도 내주고... 코드 해설도 해주고... 사적인 시간도 많이 할애하는 등 어떻게든 뭔가 만들게끔하려고 노력했다.

그 가운데 인상깊었던 점은,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그는 항상 '왜요?' 라는 질문을 달았다.

'왜요?' 라는 문장은 내가 개발해오며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강력하기도 하며, 무섭기도 한. 개발하는 사람들이라면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문장을 뱉을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그저 그런 개발자가 될지, 핵심 개발자가 될지가 가려진다고 나는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던 그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엄청 거창하다거나 매력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페이지의 한 귀퉁이를 순수한 본인의 노력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난 또 다시 한 번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만 같았다.

여기에 자극을 받게 되어 여유가 있을 때 꼭 개발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다시금 마음 먹었고, 이렇게 또 입사 1년차 회고 3번째 글을 끝내기 직전이 됐다.

'왜요?' 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다른 글로 분리해서 적을 생각이다.


근데 이제 뭐함?

대충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것이 8월까지의 이야기되시겠다.

그 후의 근황을 요약해보면 8월 말일 쯤 갑작스레 내 앞으로 큰 안건이 2개가 떨어졌고, 7~8월 2달 동안 한 번도 야근을 하지 않았던 나는 저번 주 거의 매일 2시간씩 추가 업무를 하고야 말았다.

그 다음 내 앞으로 떨어진 일은 총 4개.

내가 개발하다가 이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리팩토링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3개의 페이지가 있고, 그리고 내가 사용자라면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개진한 안건 1가지를 해결해야된다.

어쩌다보니 모든 일감들이 내가 꺼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들로 생긴 거지만, 평소의 고민 포인트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글의 중간에 썼던 것처럼 사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던지,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맛본다던지하는 것들은 애초에 내겐 문제가 아니다. 물론 입사 초기엔 처음보는 것들 투성이라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으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프론트 프로덕트를 알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일감이 크던 작던,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해서 되도 않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이 우물가에서 평소와도 같이, 늘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서도, 은은한 관종인 나는 좀 더 특별한 것을 원한다.

그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나라는 개발자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언젠가 이 정리를 글로 풀어내고, 결론을 지을 수 있게되면 그 때는 내 스스로 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줄 아는, 더 좋은 개발자가 되어 있을거란 확신이 든다.

그 때 즈음이면 그토록 미뤄오던 제대로 코테 준비하기 라는 인생의 과업(???)을 떨쳐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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