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실습주간이자 프로젝트 주간에 돌입했다. 이번 한 주간은 사실상 기획 주간으로 멘토분의 타오르는 회초리를 맞으며 팀원들과 고민하는 5일이 되었다. 덕분에 프로젝트의 방향성은 이제까지 어떤 프로젝트보다 명확해진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PM과정을 학습할 생각도 했을만큼, 기획에 관심이 많았다. 팀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경험을 두-세번 경험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덕분에 이번 한 주가 매우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기간이 너무나도 짧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과정이 비슷하겠지만, 프로젝트 전체의 일정이 빠듯한 만큼 기획이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멘토님께서도 극약처방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 하셨다.
사실 내게 있어서 기획은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만 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애자일에 심취해있는 나로서는 그 외의 모든 것은 당연히 "경험해보고 수정하는 것"이었다. 추가로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재어보는 정도였다.
기획의 핵심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멘토링에서 강조된 내용은 문제로부터 기술적 구현까지의 논리가 성립하는가, 근거를 가지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인가?의 두 가지 내용이라고 정리했다. 두 가지 모두 평소의 내 의사결정 및 프로젝트 진행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내 주먹구구 방식보다 월등히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기획안의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10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다.(몇 가지 질문은 조금 수정하여 작성)
- 누가 문제를 갖고 있나? (Customer)
- 이들이 갖는 문제는 무엇인가? (Problem)
- 이 문제가 왜 생겼지? (Blocker)
-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덕트는 어떤 것일까? (Solution)
- 이 프로덕트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까? (Service)
- 이 방법을 위해서 어떤 기술을 써야하지? (Tech)
- 이 프로덕트가 상업적 가치를 만들 수 있나? (Business Model)
- 이 프로덕트를 더 확장할 수 있나? (Scalability)
- 이 프로덕트와 비슷한 프로덕트는 무엇이 있나? (Competitor Analysis)
- 이 프로덕트와 다르지만,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는 무엇이 있나? (Competitor Analysis)
별다르게 특이한 질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내가 구상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문서화하고 전체의 흐름이 이어지는 가를 확인하는 과정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파편적으로는 가치 있다고 느꼈던 아이디어들이 다른 아이디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기존의 해법과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거기에 근거를 철저하게 달기 시작하는 순간, 전혀 다른 작업이 되었다.
멘토님께서 모든 기획 내용에 근거를 요구했다. "근거가 없는 것은 곧 뇌피셜이다."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멘토님께서 각자의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아래 세 가지로 제시하셨다. 일반적으로 1 > 2 > 3의 순서로 상대적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설득의 근거 찾기
1. Data 근거 / 통계 기반 근거
2. 권위나 전문성을 띄는 근거
3. 여론이나 인터뷰에 의한 근거
자그마한 근거라도 찾기 위해 다른 서비스의 인터뷰까지 샅샅히 뒤졌다.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런칭할 때는 그 마저도 IR문서에 포함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더 보수적으로 근거를 수집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위의 열 가지 답변에 대한 근거를 모두 달았다.
- 1 & 2.
- 대상A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문제1(a1)과 관련한 포스팅, 언론 인터뷰
- 대상A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문제2(a2)와 관련한 포스팅, 대상A 인터뷰
- 대상B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문제(b)와 관련한 설문통계, 단체 인터뷰
- 대상A-문제1(a1)의 원인(a1-1)에 대한 포스팅
- 대상A-문제2(a2)의 원인(a2-1)
에 대한 대상A 인터뷰- 대상B-문제(b)의 원인1(b-1)에 대한 설문통계, 관련업체 포스팅
- 대상B-문제(b)의 원인2(b-2)에 대한 기사, 대상A 인터뷰, 논문
- 4 to 8.
- 멘토링 과정을 통한 점검
- 4 to 8에서 계획된 프로덕트와 유사한 서비스 4개 조사 및 분석
- 4 to 8에서 계획된 프로덕트와 다르지만 해소하고자 하는 문제가 같은 서비스 10개 조사
4 to 8의 경우 시간 부족과 기술적 지식 부족으로, 멘토님의 의견으로 보강된 경우로 보인다. 상업적 프로젝트였다면 프로덕트 - 기능 - 기술 - 확장의 사례 조사와 기술적 증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프로젝트가 출항하다 방향을 수정하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나침반을 만들었다.
프로덕트 매니징에 플래닝과 자원관리가 포함되다 보니 프로젝트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하는 얘기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의 경우 시간과 비용, 서비스의 범위를 적절히 조절하여 요구하는 품질을 넘어서는 프로덕트를 만든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젝트는 특수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고정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완성되야한다는 최소한의 퀄리티도 고정된 상태에서 범위와 품질을 조금 조정 가능한 정도이다.
프로젝트에 비교적 큰 규모일 때 활용 가능한 개념과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보니, 프로젝트 규모와 완성 사이에서 끊임 없는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이 각자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어, 프로젝트에 기술적 증명이 포함되어 있다. 현업에서도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증명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언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점이 걱정이다.
해치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