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코스 이전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대학교 1학년 시기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C 언어를 배우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다. 그 이후로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다른 언어들과 CS 지식을 배웠으나 어떻게 응용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전공을 포기하고 싶었다. 두각을 보이는 친구들은 따로 있었고, 우리 학교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편이 아니라서 더욱 개발자라는 진로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력하기 보다는 포기하고 노는 길을 택했다. 입시에서 벗어나서 드디어 자유를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유는 누리면 누릴 수록 그 책임도 함께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자발적으로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이대로는 취업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들은 것은 있었던 터라, 웹 프로그래밍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서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처음 느꼈다.
시각적으로 내가 만든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를 붙이게 해줬고, 재미를 붙이자 욕심이 생겼다. html, css 그리고 javascript 까지... 배울 게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다. 단... 나의 완벽주의 성향과 싸우기전까지 말이다.
전 개발자에 소질이 없나봐요...
제가 이걸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간혹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내 게으름이 완벽주의 때문은 아닐까?' 라는 썸네일을 보게 된다. 나는 그런 썸네일을 보며 핑계도 좋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프론트 엔드를 공부하며 내가 완벽주의 성향을 일부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게으름은 완벽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완벽주의 때문이라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일은 무조건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문제였다. 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멀어서 개발을 나와 떼어놓고 싶었다. 좋아하는데, 잘 하진 못하겠으니 내가 개발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완벽주의 성향을 어느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실패에 무뎌지는 방법을 택했다. 대학교에 들어와 3년이란 시간을 허비한만큼 다른 사람과의 격차가 더 크게 느껴졌고 괴로웠다. 하지만 실패는 실패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려줬고, 다음 방향을 잡게 해주었다.
도전을 거듭할 때마다 매번 실력이 부족한 나를 마주하는 것은 겁나는 일이지만 더이상 예전처럼 지레 겁을 먹고 못하겠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떨어지더라도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3학년 2학기가 끝나자마자 졸작을 회피하기 위해 1년 정도 휴학할 생각이었다. 원래는 놀고 먹으려고 했는데, 프론트 엔드를 접하고 난 뒤라 1년동안 프론트 엔드 능력을 키워야겠다 다짐했다.

이 휴학 기간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20대 초반의 삶은 원래 이렇게 파란만장한 것인가, 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졌다.
휴학을 하며 대인관계에서도, 성격에 있어서도, 생활습관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년지기 친구와 절교를 하기도 했고, 청소가 재밌다는 걸 알았고, 솔직하지 못한 성격을 고치려고 부단히 애쓰기도 했다.
감정이 왔다갔다 하는 1년을 보내고, 드디어 복학을 하게 되었다.
개강 시 다짐한 것은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엔 공부를 하고, 쉬더라도 하루를 통으로 날려먹지 않는 게 내 목표였다.
지켜봐주는 애인이 있어서 8시에 일어나고 12시에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는 조깅을 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학과 공부는 서브로 두고, 프론트 엔드를 메인으로 둔 공부 루틴을 짰다. 처음엔 힘이 들기도 했지만 스터디 플래너에 기록된 공부 시간을 보며 하루하루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나갔다.
지원이야 여러곳에 해볼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가장 합격하고 싶은 곳이 데브코스였다. 커리큘럼을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1년간 공부를 하며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그간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던 게, 모든 코딩 테스트를 풀었었고 홀가분하게 시험을 종료했다. 면접까지 볼 기회가 주어졌고,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인생 첫 면접이니만큼 떨어지더라도 다음을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결과는 합격이었다.
데브코스를 진행하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공부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한 번더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내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학과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고, 인간관계는 대게 좁고 깊은 걸 선호했다.
그런데 데브코스에서 여러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말을 섞다 보니 어느새 우리 팀의 진행 담당을 맡게 되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 말을 하길 좋아하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팀원들에 대한 것들이 궁금했다. 어릴 땐 한 붙임성 했는데, 그게 잠깐 사그러 들었다가 다시 생겨난 듯 했다.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슬랙에서도 자주 보이는 분들에게 말을 종종 붙인다. 데브코스를 이끌어주시는 매니저님과 멘토님과 잡담을 나누는 것도 즐겁다. 데브코스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남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성격인 줄 꿈에도 몰랐을 것 같다.
6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실습을 얼마나 한 건지 모르겠다. 간단한 투두 리스트부터, 노션 클로닝까지... 그리고 그 사이 자잘한 실습까지 못해도 4번은 한 것 같다.
그 많은 실습을 진행하면서도 못해먹겠다! 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오히려 내 코드에 대해 적절한 칭찬과 피드백이 오가니 더 잘하고 싶었다. 한 번 코드를 보면 몇시간씩 훌쩍 지나있는 게, 오랜만에 CSS 까지 신경써서 실습을 하는 게 즐거웠다.
아직 헷갈리는 것도 많고, 여전히 나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도 부지런히 공부해서 지금보다 더 개발을 좋아하고 싶다.
데브코스를 진행하면서 부가적으로 한 일이 꽤 있다. 우선 학과 공부를 했어야 했고, 데브 매칭에 지원했었고, 네이버 웹 모바일 부스트 캠프도 지원했었다.

어느 것 하나 지나치게 기대하기보단 그냥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다. 데브 코스에 합격한 직후라서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대충하진 않았다. 그리고 연이어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 모든 게 한달만에 다 이뤄진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고생하지 않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어서, 내 노력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왜 일찍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조금의 후회는 한다.
여러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조바심도 날 거고, 생각한 것만큼 잘 풀리지 않아서 좌절도 할 것이다. 또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잖아? 하고 다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나를 지탱해주는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회고를 작성한다.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애인과 친구에게도, 나를 지켜봐주는 가족, 그리고 데브코스에서 함께 성장하는 팀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 7월달에는 또 어떤 회고를 쓰게 될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수연님 안녕하세요! 4기 우창욱입니다 ㅎㅎ 회고글 잘 봤습니다!! 솔직하게 잘 작성해주셔서 저도 감정이입해서 봤네요.... 카톡도 짱 웃겼어요 🤣 남은 기간도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