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피하고 싶지만,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그림자가 그렇듯,
빛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잃을까 봐, 미움받을까 봐, 틀릴까 봐.
그 감정은 우리를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바로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만든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가 되고,
너무 멀어지면 잊혀진다.
공포는 그 사이 어딘가,
우리가 서로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준다.
어떤 이들은 공포를 불신의 증거로 여긴다.
그러나 오히려 공포는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신중해지고,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 조심스러움이 바로, 관계의 시작이다.
공포는 감정이라기보다는 기억이다.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그 경험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무방비로 나아가기보다는,
조금 멈춰서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그 멈춤이,
서로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 되기도 한다.
공포는 판단을 흐릴 때도 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을 살피는 기회도 담겨 있다.
누군가의 향기, 말투, 눈빛에서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을 때.
그건 공포 덕분이다.
이성의 눈에는 비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공포는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증거다.
가까워지고 싶기에 조심하고,
지키고 싶기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공포는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다루어야 할 감각이다.
우리 사이를 망치지 않도록,
그러나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가끔은 그 공포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더 조용히 사랑한다.
더 천천히 이해하고, 더 길게 지켜본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 있는 방식이며,
상처 입은 존재들이 택한,
가장 인간적인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