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본래 죄가 없다.
그들은 태어난 대로 살아간다.
먹고, 눕고, 배부르면 잔다.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누구를 속이거나 꾸미지 않는다.
문제는,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따라가는 인간들이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으되
그 이성을 가장 먼저 팔아먹는다.
절제를 약자라 부르고,
자제를 무능이라 치부하며
오직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연다.
그들은 말한다.
“사는 게 뭐 별거냐.”
그리고는 먹고, 쓰고, 쌓고, 자랑한다.
몸이 불어나고, 정신은 쪼그라든다.
그리고는 웃는다. 그게 행복인 줄 알고.
이때의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의 껍질을 버린다.
더 이상 추구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
욕망에 몸을 던지고, 본능에 기대며,
자기를 망치는 줄도 모른 채 쾌락을 논한다.
돼지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거울을 보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거울은 진실을 비추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무서운 건, 그들은 자신이 돼지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탐욕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방임이고 퇴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러워지고, 관계는 피로해진다.
돼지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부끄러움을 잃는 순간,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돼지란 육체가 아니다.
그건, 절제 없는 삶에 적응해버린 정신의 이름이다.
욕망은 본래 수단이다.
그 수단에 먹혀 사는 자는,
더는 인간일 수 없다.
그러니 기억하라.
살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만 정신이 무뎌지는 것을 두려워하라.
돼지는 거울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인간은 거울 속 양심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짜 돼지는 농장에 있지 않다.
도시의 식탁 위, 침대 위, 스마트폰 너머
오늘도 꿈 없는 쾌락에 파묻힌
많은 인간들이, 진짜 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