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희망을 파는 사업이다.
오천원짜리 종이 한 장에 담긴 것은 숫자 여섯 개가 아니라, '혹시나'라는 감정이다.
아무도 당첨을 확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가능성에 돈을 낸다.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는 사람의 표정을 보라. 진지하지도, 무심하지도 않다.
뭔가 체념과 기대가 섞인 묘한 얼굴이다.
당첨될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또 전혀 기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혹시 모르니까”, “이번엔 나일지도 모르니까.”
그 말에는 확신보단 회피가, 전략보단 체념이 섞여 있다.
아마도 로또의 진짜 매력은 당첨 가능성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상 속에 있을 것이다.
번호를 고르는 몇 분 동안, 추첨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우리는 다른 삶을 꿈꾼다.
그 꿈은 오천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현실이 아니어도 괜찮다.
꿈꾸는 시간 자체가 상품이니까.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찾아오는 기회들 앞에서는 어떤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기회,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
이런 것들은 로또보다 훨씬 현실적인 확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저한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지금이 아닐 수도 있어",
"준비가 더 필요해".
역설이다.
8억 분의 1 확률에는 기꺼이 걸면서, 절반의 확률에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로또에서는 낙관주의자가 되고, 인생에서는 비관주의자가 된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곳에서는 과감하고, 진짜 얻을 수 있는 곳에서는 소심하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변화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환상인지도 모른다.
로또가 터지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는,
하지만 그 변화를 위해 내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편안한 상상.
진짜 기회는 늘 불편함을 동반한다. 노력을 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라고 한다.
로또는 그런 걸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묻고 싶다.
과연 우리가 매주 사는 그 로또는, 정말 종이 한 장뿐일까?
진짜 아까운 건 매주 떨어지는 그 추첨 결과가 아니라,
살면서 스쳐간 수많은 가능성들 아닐까.
놓친 기회들 중엔, 한두 개쯤은 진짜 ‘당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의 로또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단지, 우리가 그걸 ‘로또’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