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에 종종 가곤 한다.
책을 사려는 건 아니다. 꼭 뭘 읽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 공간이 좋다.
정리된 책장, 종이 냄새, 적당히 잔잔한 공기.
도서관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한다.
내가 서점에서 하는 건 보통 둘러보는 일이다.
가운데 진열대에 놓인 책들. 베스트셀러, 신간, 요즘 잘 나간다는 책들.
그런 걸 보면 좀 감이 온다.
아,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읽고 있구나.
이런 감정을 다루고 싶어 하고,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구나.
심리학 책이 많으면 다들 불안한 거고,
자기계발서가 많으면 좀 조급한 거다.
관계나 대화법에 관한 책이 잘 팔리면,
어쩌면 사람들은 요즘 사람 만나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거겠지.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책을 읽는 일은 가능하다.
표지, 제목, 부제, 진열 방식, 지나치는 사람의 눈빛
이 모든 게 말하고 있으니까.
책은 어쩌면 그 자체보다도,
어떤 시점에, 어떤 장소에 놓여 있었는지가 더 많은 걸 말해주기도 한다.
책 자체보다는 그런 흐름을 보는 게 재밌다.
서점이란 공간은 묘하게 현실을 투영한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디쯤 있는지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여준다.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
무언가를 배워가지 않아도 괜찮다.
서점은 원래 그런 곳이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들어왔지만,
결국은 비워진 채로 나오는 곳.
그러나 그 ‘비어 있음’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볍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점에 간다.
책을 사기 위해서도, 읽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세상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나도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