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먼저 코끝이 낯선 냄새를 맞이한다.
비슷한 공기지만 뭔가 다르다.
그게 무엇인지 말하긴 어렵지만,
나에게 평소의 여기가 아닌 곳에 도착했다는 감각만은 분명하다.
처음 걷는 길은 이상하게 신중하다.
평소 같으면 휙 지나쳤을 간판도,
의미 없는 벽의 낙서도
잠깐 멈춰서 보게 된다.
아무 의미 없지만, 의미가 되어버리는 것들.
낯선 장소는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든다.
의식이 예민해지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골목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슬쩍 나를 본다.
말이 안 통해도 대화는 된다.
이질적인 풍경 안에서
나는 아무 역할도 맡지 않은 존재가 된다.
그게 좋다.
누구와의 관계로써 이어져 정의되지 않고
그냥 나라는 한 인간으로만 존재하는 시간.
하루쯤은 길을 잃어도 괜찮은 그런 시간.
낮에는 빵이 눅눅하고,
밤에는 숙소가 조금 춥다.
내가 좋아하는 이불의 무게도 아니고,
내가 자던 베개의 각도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이 어쩐지 나에게 생기를 북돋는다.
감각이 되살아난다.
사는 게 뭔가 느껴진다.
결국 여행이란
'탈출'도 '도전'도 아닌,
기억 너머로 잠깐 떠나는 산책일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였는지 돌아보는 거울,
내가 아닌 모든 것들을 잠깐 살아보는 시간.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익숙했던 세상이
조금 낯설어지는 그 순간을 위해,
우린 또 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