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계속 써내려가던 회사 일기가 이만큼 밀린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회사 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일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덧 프로젝트 1차 점검할 때가 다가왔다. 처음 프로젝트 설명을 듣고 나에게 어떤 업무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던 때를 지나 열심히 일한 증거물을 제출해야 했다. 덕분에 이번 일주일은 말그대로 일의 연속이었다. 일주일 내내 야근하며 업무를 쳐냈음에도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였다.
9시 출근, 9시 반 퇴근. 그조차도 부족해서 출근하자마자 갖던 티타임도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만 두드렸다. 다른 팀 부서원 분들도 우리 팀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점심 시간에 '요즘 연구소가 엄청 조용하다'며 힘내라고 화이팅을 불어넣어 주셨다.
21주차, 9월 1주차의 가장 큰 이벤트는 '수술'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 다니고 난 후 갑자기 생긴 병은 아니고, 예전부터 관리하고 있던 게 결국 터졌다. 수술 자체는 간단했지만 1박 2일 입원에 마취까지 해야 해서 금요일 반차를 내고 입원 및 수술 절차를 밟았다.
보통 우리 회사는 오후 반차를 내면 점심시간에 바로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하필 그날에 프로젝트의 중간 보고가 있어서 머지하느라 아슬아슬한 시간대에 나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술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여럿 읽어보았을 때 마취를 풀린 순간부터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나 매우 다행히도 고통이 크진 않았다. 다만 수술한 몸이니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서 무통주사를 달고 퇴원했다.
이후 주말 내내 누워서 지냈던 것 같다. 무통 주사 부작용 때문에 잠이 쏟아져서 쉬는 동안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주말만 쉬고 월요일부터 바로 출근했다. 다만 병원에서 한번 내원해 상태를 봐야 한다는 안내를 받아 월요일 오전엔 반차를 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무통 주사를 떼어냈다. 출근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니 주사로 진통제를 놔주셨는데 이게 정말 큰 일을 해주었다.
일주일만 버티면 추석 연휴니까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계속 앉아있자 통증보단 불편함이 지속되었다. 더불어 왕복 3시간 반의 출퇴근길도 큰 부담이 되었다.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가 없나요... 를 외치며 꾸역꾸역 회사에 출근했다. 사실 1차 마감 이후 받은 피드백을 빨리 반영해서 이번주 금요일까지 다시 보여드려야 했는데 나는 수술을 받았으므로 좀 더 기한을 길게 받았다.
야근을 아끼고 정시 퇴근을 한 건 지금 돌이켜도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출퇴근을 못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오래 버티고 앉아 있을 상태도 아니었으니까.
금요일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간단한 점심 회식과 빠른 퇴근이 이루어졌다. 오전 근무를 마치자 사업부에서 치킨, 피자, 맥주를 준비해 주셨다. 안타깝게도 수술을 했기에 맥주를 마실 수는 없었으나 연휴 이전에 회사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별 이벤트로 회사 내 비치된 다트 게임이 진행됐는데, 개인전에서는 0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단체전에선 무려 잭팟!을 터뜨렸다. 아쉬운 점은 다른 팀이 막판에 역전을 했다는 점 정도일까....
고대하고 고대하던 추석 연휴가 드디어 다다랐다. 신기하게 참 쏜살같이 지나가더라. 최근에는 일 때문에 바빴지만 여유가 있을 때 오후 시간이 참 안 지나간다 싶었는데 쉴 때는 순식간이었다.
목요일에 출근하자 연차를 낸 사람들로 인해 회사가 제법 한산했다. 연휴동안 푹 쉬어 한결 나아진 몸으로 힘내서 일하고 빠르게 칼퇴했다. 후후.
쉬고 왔기 때문인지 집중력이 좋아 피드백 받은 부분도 거의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다음 주는 한결 편안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