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나는 3년 넘게 전공을 살려 프리랜서로 근무 중이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시작한 일로 꽤 많은 회사로부터 일을 받았으며, 졸업 후 입사를 제안한 회사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개발자로 전향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한 사람은 다름아닌 가족들이었다. 벌이도 괜찮고, 일이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다른 일을 찾아가느냐는 게 주된 반대 사유로,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게 좋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만이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텍스트에서 미디어로, 미디어에서 기획으로, 기획에서 개발로.
글만이 나를 살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며 과제와 각종 대외활동에서 기획을 도맡았다. 시장을 분석하고 아이템을 구상하여 기획안을 작성하고, 예산을 받아 직접 실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시간 내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코로나 시국을 맞이했다.
모든 활동이 온라인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기획도, 마케팅도, 빠질 것 없이 온라인 위주로 돌아갔다. 오프라인을 이용할 수 없으니 온라인에서 파훼책을 찾아야 했는데, 그때마다 한계를 느꼈다. 항상 편하게 사용했던 인터넷과 웹이 어렵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온라인 위주로 작성된 기획안은 언제나 공백이 있었다. 실행까지 맡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으나, 개발에 관한 지식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제시에서 모든 게 멈췄다.
이걸 극복하고자 컴공과 친구와 협업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때까진 어떤 아이디어든 뚝딱하면 만들어낼 줄 알고, 일정 푸시를 상당히 심하게 했다.
개발의 기역자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니, 개발자의 설명도 제대로 못 알아듣기 일쑤였다. 몇 번이고 다시 물어가며 모르는 부분을 공부해보려고도 했으나 결국 물음표였다.
결국 답답해진 친구는 나에게 코딩을 배워볼 것을 제안했다. 마침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비교과 강의가 있어서 즉시 신청하고 수강하기 시작했다.
파이썬 기초 강의였는데, 놀랍게도 재미있었다.
과제가 끝나면 바로 강의를 틀어 코드를 쳤다. 문서작성용으로 샀던 오래된 노트북이 굉음을 내며 폭발 직전까지 뜨거워졌으나, 그래도 계속 하고 싶었다. 20여 개 되는 영상을 일주일만에 정주행하고, 또 듣고, 다시 들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찾아가며 공부했다. 그렇게 기초 강의를 다 떼었을 때, 교수님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학교에서 국비교육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코딩 취업캠프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취업캠프는 23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5개월 간 진행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할 생각이 없었으니 개발에 관한 교양을 쌓을 생각으로 수강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었다. 자바 캠프였고, 객체지향이 뭔지도 모르겠고, 수업 진도는 빨랐지만 상관 없었다. 수업이 끝난 6시에 후딱 저녁을 비우고 새로 산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깃허브에 올리지도 못한 어설픈 프로젝트 몇 개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최종프로젝트도 좋았다. 열정 넘치고 능력 있는 팀원들이 모였다. 비록 의욕이 너무 넘치는 탓에 기획도 DB도 엎어지며 남들보다 늦게 개발을 시작했지만, 우리 팀은 소통도 좋았고 작업할 때 탄력도 곧잘 받는 편이었다. 최종 발표 후 프로젝트 최우수상을 받기까지, 약 3주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진정한 몰입이란 걸 경험해 보았다. 기획보다 개발이 더 짜릿하다는 것도 이때 느꼈다.
개발자 붐이 일었던 시기,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던 사람들의 일화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불안했으나 아직 일은 계속 받고 있던 때였기에 그것만 믿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개발자 취직을 알아보며 유명 부트캠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국비교육과 연계해 주었기에 별 고민 없이 내일배움카드를 소진해버렸는데, 이때 첫 번째로 진한 현타를 맞았던 것 같다.
SSAFY, 우아한테크코스, 네이버 부스트캠프, 멋쟁이사자처럼. kt 에이블스쿨.
위와 같은 부트캠프를 비롯하여 여러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취업 연계형 부트캠프까지.
내일배움카드 발급이 필수인 부트캠프가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이미 소진한 상태라 지원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SSAFY는 10기에 지원하여 면접까지 갔으나 최종 프로젝트와 겹치면서 어영부영 준비한 상태로 넘어갔고 결국 불합격했다.
이후 나는 다른 부트캠프 합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SSAFY 11기에 지원하고, 우아한테크코스 6기에 지원하고….
취업은 뒷편으로 미루고 더 나은 부트캠프에 붙어서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발버둥쳤다. 물론 모두 떨어졌다.
취업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도 전에 좌절이 몰려왔다. 취직을 하기 위한 부트캠프에도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데, 취업시장은 얼마나 박이 터질까. 도전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때, 프리랜서로 일하던 일감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경제의 여파가 내 일까지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에서 가장 간단하게 줄일 수 있는 인력이 바로 프리랜서로 일하던 나였다. 인원감축이 시작된 마당에 나를 정규직으로 뽑아줄 회사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계획을 조정해야 했다. 유망한 부트캠프를 수료하면서 취업 준비를 다지려고 했으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관계로 취업을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정리했다. 닥치는 대로 자기소개서를 써서 취업 연계형으로 소개받은 회사에 서류를 넣었다. 취업준비를 시작한 건 24년 1월부터였는데, 나는 이미 교육 수료 후 반 년이 넘어간 때라 취업설명회 외에는 참여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 힘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3월. 첫 면접이 잡혔다. 괜히 집에서 공부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 카페에 잠시 나왔다가,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류 합격하셔서 연락드려요." 이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기뻐서 몸을 가만 둘 수가 없었다.
다만 가족들에게 면접 사실은 비밀로 했다. 면접을 보러 간다고 했다가 그 면접을 말아먹는 일이 상당히 잦았기 때문에 일종의 징크스처럼 취급하게 되었다. 가족들에게는 서울로 잠시 놀러갈 일이 있다고 했다.
면접 난이도는 상당히 평이했다. 공채로 다대다 면접이 진행되었는데 00명을 뽑겠다고 명시된 공고였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면접을 본 팀원들은 쟁쟁하다 못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답변이 나쁘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장을 나오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비합격. 즉, 최종 합격자 중 입사하지 않는 인원이 발생하면 내가 합격하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나의 최종 발표에 필요한 시기는 일주일 반 정도가 더 추가되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제발 합격하게 해달라고, 다른 사람이 더 좋은 회사로 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 물론 운이 따라주는 건 거기까지였다. 결원이 발생하지 않아 최종 불합격처리가 되었다.
가족들에게 면접 결과를 말하고 본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와중에 이력서를 넣었던 또다른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이미 버스 예매까지 끝내놓은 상태였지만, 어떤 기회도 놓칠 수 없었으니 버스 표를 취소했다.
여기서도 과정이 참 녹록치 않았다. 머물던 곳에서 약 1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기에 2시간 일찍 출발했는데, 하필 광역버스를 반대로 타면서 멀리 넘어가게 되었다.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께 사정사정해서 겨우 1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두 번째 면접은 반 정도는 대답을 못 했다. 프로젝트보단 Java와 DB 기초와 응용에 관련한 질문을 하셨는데, 정보처리기사 공부하며 습득한 내용 몇 가지와 면접 준비하며 급하게 외운 이론 몇 가지 외에는 제대로 대답한 부분이 없었다.
그렇게 이번 면접도 좋은 결과는 못 받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고 있는데....
헌혈에 참여하던 와중에 합격 전화를 받았다. 하필 헌혈 중이라 크게 소리도 못 지르고 내적 환호만 내질렀던 것 같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면접에서 간단한 이론 질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내가 실무에 투입되어도 괜찮은 걸까? 커뮤니티에서 곧잘 보이던 비전공자 개발자 일화의 주인공이 내가 되면 어떡하지?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헌혈을 마치고, 꾸준히 듣던 스프링 강의를 틀었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질 않았다. 결국 남은 기한은 스프링 강의만 들으며 나머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찌되었거나 파란만장하게 입사한 첫 회사인 만큼 여기서 충실하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현업에서 1인분은 하는 주니어가 되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지!
축하드려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지식 부분에서 더 채우고 싶으시다면
부트캠프 추천 드립니다 저는 직장인인데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 전환 준비 중이거든요..! 저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현직자분들이 직접 저녁까지 1:1로 코칭해주시거든요..!
고민 중이신 분들 있다면 한 번 들어와서 보셔요..! https://zrr.kr/oC1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