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도 국방 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후기

이서진·2026년 6월 2일

처음부터 거창하게 공모전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군 인트라넷을 보다가 우연히 「국방 AI 활용 아이디어 경연대회」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병력 절감을 위한 AI 기술 전장 활용 방안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이런 공모전도 있구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눈이 갔습니다.

마침 그때 저는 군에서 당직을 서며 CCTV 감시 업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직을 서면 40개가 넘는 내·외부 CCTV 화면을 계속 확인해야 했습니다.
상황일지를 기록하고, 이상 징후가 없는지 확인하고, 근무 시간 동안 화면을 계속 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당직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이 업무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은 24시간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새벽에는 피곤할 수밖에 없고, 여러 개의 화면을 계속 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상 상황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앞으로 한국의 가용 병력은 계속 줄어들 텐데 정말 필요한 전투 업무나 전문 업무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이 가만히 앉아 CCTV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CCTV 감시는 반드시 필요한 업무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계속 지금과 같아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CCTV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람이나 차량을 탐지하는 AI만으로도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화면에 무엇이 보였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왜 중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저는 그 무렵 온톨로지와 Graph RAG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팔란티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데이터를 단순히 많이 모으는 것보다 현실의 객체와 관계, 사건과 행위를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회귀이론처럼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쪽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팔란티어 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모전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군 인트라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2026 제1차 국방 AI 활용 아이디어 경연대회.

제가 제안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CCTV에 AI를 붙이자”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CCTV는 많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그 많은 화면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더 나아가 화면 속 상황을 사람이 즉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사람, 차량, 동물, 드론을 탐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탐지했다고 해서 곧바로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지나갔다고 해서 모두 침입은 아닙니다.
동물이 감지됐다고 해서 무조건 무시해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야간인지, 제한구역 근처인지, 반복적으로 발생한 위치인지, 이전에도 오탐이 많았던 구역인지,
현재 경계 등급은 어떤지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탐지가 아니라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구조는 이랬습니다.

먼저 CCTV와 센서에서 사람, 차량, 동물, 장비, 구역 같은 객체를 인식합니다.
그다음 객체 사이의 관계를 장면 그래프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야간 시간대에 사람이 제한구역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울타리 인근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전에도 같은 위치에서 야생동물 오탐이 있었다.”
“현재 경계 등급상 해당 구역은 더 높은 우선순위로 확인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객체 하나를 탐지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람, 시간, 위치, 구역, 이전 기록, 작전 기준이 함께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후 이 장면 그래프를 국방 도메인 개념 모델과 연결하고, Graph RAG를 통해
관련된 규정, 작전 기준, 과거 사례, 위협 판단 조건을 검색합니다.

마지막으로 LLM은 이 근거를 바탕으로 “왜 이 상황이 위협인지”, “왜 오탐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조치를 우선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즉,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AI가 지휘관이나 근무자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AI가 상황의 맥락과 판단 근거를 정리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한 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서류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본선 발표심사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본선 진출자는 총 지원자 약 230명 중, 12명이었습니다.

서류를 통과하고 나서는 발표자료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발표는 15분, 질의응답은 5분이었습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을 전부 설명하기에는 부족했고,
그렇다고 제가 공부한 내용이 그리 깊지도 많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CCTV 경계 업무에서 사람의 한계를 AI가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이 질문 하나로 발표자료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것을 온톨로지 기반 국방 AI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제가 말한 온톨로지는 엄밀한 의미의 온톨로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고 나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었습니다.

온톨로지를 논리 명세로 본다면, 저는 아직 RDF, OWL, SHACL 같은 형식 논리 체계를 제대로 구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톨로지를 도메인 개념 모델로 본다면 어느 정도 가까웠습니다.
객체, 구역, 행동, 시간, 위협 조건, 판단 기준을 나름대로 구조화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온톨로지를 데이터 통합 모델로 본다면 한계가 있었습니다.
실제 군 내부의 CCTV 로그, 상황일지, 작전 문서, 권한 체계, 감사 기록을
하나의 운영 데이터 모델로 통합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온톨로지를 AI Context Layer로 본다면 제가 생각한 구조와 꽤 가까웠습니다.
LLM이 아무 말이나 생성하지 않도록, 그래프 기반의 맥락과 근거를 제공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팔란티어식 운영 플랫폼 Layer로 본다면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팔란티어식 온톨로지는 단순히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객체, 관계, 권한, 액션, 함수,
업무 흐름을 하나의 운영 계층으로 연결하는 것에 가깝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가 구현하고 설명한 것은 그보다 앞 단계였습니다.

저는 CCTV 경계 상황을 객체, 행동, 위치, 시간, 위협 조건으로 구조화하고,
그 구조를 Graph RAG의 검색 맥락으로 활용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만든 것은 팔란티어식 온톨로지 운영 플랫폼이 아니라
Graph RAG 기반 판단 보조 아이디어에 가까웠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Graph RAG는 LLM에게 더 좋은 문맥을 주기 위한 기술에 가깝습니다.
반면 팔란티어식 온톨로지는 단순히 검색 성능을 높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현실 세계의 객체를 정의하고, 그 객체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사용자가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으며, 그 액션이 어떤 권한과 감사 기록 아래 실행되는지를 포함합니다.

즉 Graph RAG가 “AI가 더 잘 답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팔란티어식 온톨로지는 “조직이 더 잘 판단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당시의 제 아이디어는 분명 후자를 지향했지만, 실제 구현 수준은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이 차이를 알게 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배움이었습니다.

발표 당일에는 계획운영과장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당일치기로 서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새벽 4시에 부대에서 일어나 창원중앙역으로 이동했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발표 장소는 용산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발표 순서표를 보니 그때서야 조금 실감이 났습니다.

솔직히 발표장에 가서는 조금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영관급 장교를 포함한 간부님, 군무원, 병사분들의 주제를 보니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깊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주제는 이미 현장에서 바로 실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주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발표를 마치고 나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안한 것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시스템을 만든 것도 아닌, 데모 영상 정도를 보여준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구조화하고, 그 문제를 AI와 그래프 구조로 풀어보자는 방향에 가까웠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는 조금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였고, 발표는 끝났고, 이제 결과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장려상.
전체 4등.
한국오픈소스협회 협회장상.

솔직히 놀랐습니다.

다른 분들의 주제가 워낙 좋아 보여서 수상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제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완성된 기술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CCTV 경계 업무의 구조적 한계와 탐지 이후 판단의 문제를 이야기한 점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 것 같았습니다.

행사 이후에 관련 기사에도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저에게 단순히 상을 받은 경험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온톨로지라는 말을 썼지만, 그것이 논리 명세인지, 도메인 개념 모델인지, 데이터 통합 모델인지,
AI Context Layer인지, 운영 플랫폼 Layer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당시 제안한 것은 완성된 온톨로지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국방 경계 도메인을 객체와 관계로 구조화하고, 그 구조를 LLM의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Graph RAG 기반 판단 보조 아이디어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알게 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배움이었습니다.

앞으로는 RDF, OWL, SHACL, SPARQL 같은 시맨틱웹 계열의 기본기를 더 공부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Neo4j 같은 LPG 기반 그래프 모델링도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의 출처, 신뢰도, 감사 로그, 액션 모델, 운영 앱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단순히 “온톨로지 기반”이라는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판단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당직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장면이 다르게 보입니다.

가만히 앉아 40개가 넘는 CCTV를 바라보는 사람.
반복되는 경보와 피로.
줄어드는 병력.
그럼에도 놓치면 안 되는 현장의 위험.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감시 업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병력, 피로, 경보, 판단, 책임, 데이터 구조가 계속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현장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AI와 Graph RAG, 그리고 온톨로지라는 도구를 가지고.

저는 팔란티어식 온톨로지를 꿈꾸며 시작했지만, 실제로 만든 것은 Graph RAG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알게 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진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그런 문제를 보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쳤던 현장을 다시 보고,
그 안의 객체와 관계를 정의하고,
사람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와 AI로 번역하는 사람.

이번 국방 AI 활용 아이디어 경연대회는 그 방향을 확인한 첫 번째 작은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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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온톨로지에 관심이 있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진심입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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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일

멋져요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