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저는 조직 단톡방에 AI를 붙여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AI-native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이미 쓰고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가져오고,
긴 링크를 빠르게 요약하고, 간단한 AI 기능을 호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픈채팅방 뿐만 아니라, 이미 모두가 매일 쓰는 단톡방 안에 작은 AI 기능을 넣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학생생활관 관생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기숙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실험을 실제 관생자치위원회 단톡방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교양 프로젝트였다
처음 이 프로젝트는 GPT 활용 교양 수업 발표 과제로 시작했습니다.
주제는 단순했습니다.
유튜브 링크를 카카오톡방에 보내면,
봇이 영상을 요약해서 다시 보내줄 수 없을까?
긴 유튜브 영상을 매번 끝까지 보기 어렵고, 필요한 내용만 빠르게 확인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방에 링크만 보내면 요약된 텍스트를 돌려주는 챗봇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유명한 솔론봇을 만드신
유사개발자 솔론님의 구현 방식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저는 그 구조를 참고해서, 제가 속해 있던 학교 생활과 생활관 조직에 맞게 작게 변형해보고 싶었습니다.

구조는 메신저봇R + FastAPI + Gemini API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안드로이드 공기계에 메신저봇R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JavaScript 기반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감지했습니다.
사용자가 특정 명령어나 링크를 보내면, 메신저봇R이 그 메시지를 읽고 제 로컬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FastAPI 서버로 요청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FastAPI 서버에서는 Python 코드가 실행됐습니다.
웹사이트 링크라면 HTML을 파싱하고,
유튜브 링크라면 자막을 가져오고,
그 내용을 AI API로 보내 요약한 뒤 다시 카카오톡방으로 응답을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체 흐름은 대략 이랬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 안드로이드 공기계 + 메신저봇R →
JavaScript 코드 → FastAPI 서버 → Python 크롤링 / 유튜브 자막 처리 →
Gemini API 요약 → 카카오톡방으로 응답

메신저봇R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감지하는 입구 역할을 했고,
FastAPI 서버는 실제 Python 코드를 실행하는 처리 서버 역할을 했습니다.
요약 모델로는 Gemini 1.5 Flash를 사용했습니다.
당시 Google이 Gemini API에 대해 하루 약 1,500회 수준의 무료 호출 정책을 제공하고 있었고,
개인 프로젝트나 교양 발표용 프로토타입에서 사용하기에는 꽤 파격적인 조건이었습니다.
유튜브 자막이나 웹페이지 본문을 요약하는 용도라면 속도와 비용 면에서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거운 모델을 붙이기보다는, 빠르게 테스트하고 실제 단톡방에 적용해볼 수 있는
Gemini 1.5 Flash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먼저 적용된건 AI가 아니라 웹크롤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들다 보니, 가장 먼저 체감됐던 기능은 유튜브 요약이 아니라 식단 조회였습니다.
당시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기숙사생 입장에서 매일 확인하는 정보 중 하나가 식단이었습니다.
기숙사 식단을 보려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했고, 학생식당 메뉴도 따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매일 반복해서 확인하기에는 은근히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긱식'을 입력하면 기숙사 식단을,
'/학식'을 입력하면 학생식당 메뉴를 가져오도록 만들었습니다.
학교 웹사이트를 크롤링해서 필요한 부분만 파싱하고,
카카오톡방에서 보기 좋게 정리해서 출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링크를 보내면 내용을 요약해주는 기능으로 확장하며
이후에는 단순 명령어 응답을 넘어서, 카카오톡방에 링크를 보내면 내용을 요약해주는 기능으로 확장했습니다.
일반 웹사이트 링크를 보내면 FastAPI 서버가 URL을 받아 HTML을 파싱하고,
본문 내용을 추출한 뒤 Gemini API로 요약했습니다.

유튜브 링크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유튜브 링크는 youtube.com 형식도 있고 youtu.be 형식도 있어서,
두 주소를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따로 잡았습니다.
또 유튜브 자막을 가져오고 요약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기 때문에, 먼저 “유튜브 영상을 분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출력하고, 처리가 끝나면 요약 결과를 다시 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arXiv 같은 논문 링크도 테스트했습니다.
영어 논문 페이지를 파싱하고, 핵심 내용을 한국어로 요약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 요약 챗봇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웹사이트 요약, 논문 요약, 학교 생활 정보 조회까지 붙으면서 단순 챗봇보다는 작은 정보 자동화 도구에 가까워졌습니다.
서버는 기숙사 방에서 24시간 돌아갔습니다.
재밌는 점은 서버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별도의 클라우드 서버를 쓴 것이 아니라,
당시 기숙사 방에 있던 제 컴퓨터를 24시간 켜두고 FastAPI 서버를 돌렸습니다.

기숙사 전기와 랜선을 사용했고, 안드로이드 공기계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감지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 크롤링과 요약 처리는 제 로컬 컴퓨터가 담당했습니다.
지금 보면 꽤 거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장 빠르게 만들고, 가장 빠르게 실제 단톡방에 붙여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부분
당시에 비전공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GPT가 코드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바로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ChatGPT에게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코드를 생성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메신저봇R은 자료가 많지 않은 환경이었고, GPT가 최신 버전과 맞지 않는 코드를 제안하거나
실제 동작 방식과 다른 코드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FastAPI와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비동기 처리 문제, HTTP 요청 오류, 응답 구조 문제, CORS 문제처럼 직접 부딪혀야 하는 것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결국 ChatGPT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Claude도 함께 사용하면서 코드 흐름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AI가 코드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 내가 만들고 싶은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떤 도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메신저봇R에서 처리하고,
어디부터는 FastAPI 서버에서 처리해야 하는지,
AI가 만든 코드가 왜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AI를 잘 쓰는 능력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만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의 구조를 이해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실제 적용은 기숙사 학생회 단톡방에서
이 봇은 당시 제가 활동하고 있던 학생생활관 관생자치위원회 단톡방에 적용했습니다.
단톡방 안에서 기숙사 식단을 확인하고, 학교 웹사이트 링크를 요약하고,
필요할 때는 AI API를 바로 호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협업툴을 새로 도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모두가 이미 쓰고 있던 카카오톡방 안에 작은 자동화 기능을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경험이 꽤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AI를 조직에 도입한다고 해서 꼭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일하고 있는 흐름 안에, 반복되는 정보 조회와 요약 기능을
작게 붙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작은 AX 실험이 아니었나
기술적으로 깔끔한 제품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실제로 돌아가게 만든 실험에 가까웠으나,
조직에서 이미 쓰고 있던 단톡방 안에 정보 조회와 요약 기능을 붙여봤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반복해서 확인하는 식단,
매번 읽기 귀찮은 링크,
바로 물어보고 싶은 간단한 질문.
이런 작은 불편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조직 안의 AI 활용은 시작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즘은 특히 2025년도를 거치면서 AI Agent, LLM, AX라는 말이 익숙해졌고,
Notion이나 Slack 같은 업무 도구에 AI를 붙여 자동화하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2024년 당시에는 카카오톡 단톡방 안에 AI 요약 기능과 정보 조회 기능을 붙여
실제 조직에서 사용해본 것만으로도 나름 신박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이미 쓰고 있던 흐름 안에 AI를 넣어본 첫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