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펑] 폴리매스 - 밀도 높은 삶을 결심하게 해준 책

Chanhee Jang·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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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하고 싶었던 것

각자 삶을 살면서 한 번쯤, 자신에게 닥쳐온 문제를, 오로지 내 힘으로 해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 어머니의 손을 떠나, 내가 직접 차리는 밥상
  • 뷔페혼밥
  • 새벽에 영화관 가서 공포 영화 보기

와 같은 사소한 것들로 시작해서

  • 다국적기업 들어가기
  • 스카이다이빙
  • 사랑 쟁취

같은 나름대로 동기와 희생이 필요한 것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취업해서 홀로서기였다.

대체 왜?

간단히 말하자면 경제적 의존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생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지만, 집안 사정이 나아지면서 점점 희석됐다.

하지만, 직업을 빨리 갖고 싶다는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특성화고등학교를 갔었다.
물론, 과는 내 적성에 적합하다 생각했던(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어서 후회는 안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로 갔었다.

운이 좋게도, 들어간 학교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학교와 회사를 병행하며 다니는 것)라 2학년 때 회사 3곳을 면접 보고, 그중에서 한 곳을 다닐 수 있었다.

어.. 뭐지

학교에서 익히고 공부했던 것도 웹 개발이라 빅-데이터 계열인 이 회사도, 다니면서 웹 개발을 할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첫 출근 날, 난 회의실에서 부사장님이랑 영어로 대화했어야만 했고, 그 모습은 흡사 회의실 문턱을 경계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영토로 나뉜 꼴이었다.

그러고 나서 몇 주 후, 사내에서 쓸 영어 이름을 정하고, 영어 원서로 된 전공 책을 한 주에 한 챕터씩 공부해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회사에 다녔었다.

가뜩이나 모르는 내용인데 영어로 돼 있어서 난이도는 더 올라간 데다 내가 학습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뱉으려니 일주일이 너무 짧았었다. 도중에 드랍하고 싶었는데 진짜 힘들 때마다 옆에서 푸시해주는 부사장님 덕분에 어떻게든 마쳤었다. (내게 있어 귀중한 성공 경험이다.)

그렇지만, 책 한 권 뗄 때까지 하루에 잠을 3~4시간 정도만 잤었다.

이런 형식으로 고2가 지나고, 고3 때는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문제설정부터 데이터 정제, 머신러닝까지)를 혼자서 진행했었다.

부사장님이 토픽 하나만 틱 던져주셔서 엄청 힘들었었다. 아마 작년 6월에 시작해서 9월 말에 갈무리했었는데 프로젝트 진행 내내 고2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엄청 못 잤었다.

문제 목표를 설정하고, raw 데이터를 목표에 맞게끔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만들고, 또 이걸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보고, 트레이닝시켜보면서 피드백하고... 고통의 시간이었다.

가을이 됐을 때, 회사가 어려워져서 계약 기간까지만 하고, 향후 정식 채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project

당시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모습

하지만 몇 주 후에 나한테 다시 기회를 주고 싶다고 인터뷰를 보자고 사측에서 내게 제안했지만, 회사에 남은 미련이 없었고, 따로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익혀나가 홀로서고 싶었기 때문에 거절했었다. (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나의 정당한 노력이 아닌 남들보다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0년이 되고, 나는 지금까지 공부하고, 익히며, 어떻게든 결과를 내놓는 삶을 살고 있다.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 제일 기뻤던 건 회사와 학교를 안 다녀도 된다는 해방의 기쁨이 아닌, 누군가에게 내 지식의 정수를 알려준다는 알려줌의 기쁨이었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탑 그리고 이런 탑을 잘 쌓는 법이 주변인들에게 도움이 돼서 엄청 기뻤었다.

주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이 그 타겟이었는데, 덕분에 그들로부터 존경심과 밥🍚을 받았었고, 연말 회고록을 쓸 때, 2020년은 (코로나를 제외하면) 나름 잘 보냈다고 쓸 생각이다.

📖책을 읽어보니까

polymath

책을 다 읽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이전보다 더욱 밀도 높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냐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내 목표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그리고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폴리매스가 될 것을 권하며 그 방법들을 알려줬다.

그리고 내 목표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이든, 내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두 다 말이다.

이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나로 인해, 내 코드로 인해 사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이걸 계기로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한 줌이라도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남을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바뀌어야 하므로 내 삶을 계획을 통해 바꿔나가고 있었다. (계획 세운걸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전용 데스크탑 앱도 만들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바꾸고 싶으면 개발 외의 분야에 발을 들여서 내 영향력을 넓혀야 한다. (그러려면 개발이라는 분야에 상위 10%에 들 필요성이 있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폴리매스를 목표로 정진할 것이다.

🔥불을 가지고🔥

이런 노력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노력할 수록 그 가중치가 커져 버려, 놓고 싶은 마음도 커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자연 발화파와 함께 있을 것이다.

일본전산이야기 라는 책에서 일하는 사람을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 자연 발화파
    • 확 타오르는 열성파
    •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 책임지고 일을 처리해가는 사람
  • 수동 발화파
    • 스스로 불타오르지는 못하지만 주위에서 불타오르면 같이 불타오르는 사람
  • 발화불가파
    • 불타오르지 않고 전혀 반응이 없는 사람
    • 자기 할 일에 대한 관심은 저 멀리

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인해 수동발화파에서 자연발화파로 바뀌었다. (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불씨의 크기가 작아서 내 몸으로 감싸 보호하려 해도 픽-하고 꺼질 수도 있는 그런 불이다.

그래서 자연 발화파들과 계속해서 곁에 있어야 한다. 멋대로 불을 지르는 이런 방화범들로 하여금 우리의 마음에 걸려있는 빗장을 열어 불을 얻도록 하자.

스무 살의 4분기를 독서모임의 방화범들한테 불을 빌리는 기간으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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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o give light must endure burning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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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3일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저는 수동발화파에 가깝지만 늘 운이 좋게도 자연발화파분들 곁에서 일을 하고 있었네요.
그럼에도 그 불씨가 일찍 꺼져버려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2020년 회고 중 이 글을 읽게되어 2021년 새해의 시작을 다시금 불씨를 키워 열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서평들도 기대가 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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