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펑] 중독의 시대 - 조심히 나아가자

Chanhee Jang·2020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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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어떤 무언가를 할 때, 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며 큰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관심을 쏟아야 되는 곳의 큰 그림을 둘러보는 것은 일의 진행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내가 왜 이걸 해야되는지 알 수 있고 (이유습득)
  •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거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으며 (최적화)
  •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맥락찾기)

코딩을 할 때, 내가 구현하는 부분이 전체 시스템에 맞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노트에 적어본다음에 코딩을 한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추상적인 생각에서 출발해 점점 구체화를 시켜나가는 탑다운 방식을 자주 즐겨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중독의 시대와 같은 책을 좋아한다.

우리의 주변에 널린 다양한 중독들의 기원에 대해 알려줌과 동시에 인류와 어떤 식으로 공존하게 됐는지, 사람들을 중독에 빠뜨리게 하기 위해 어떤 빌드업을 쌓아왔는지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중독 요인이 너무 많다.

책을 다 읽고, 난 주위에 널부러진 중독들을 피해서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곰곰이 했었는데, 와 이건 아무래도 분골쇄신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릴 중독에 빠뜨리는 위험 요인이 우리의 주위에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거머리같이 기생해와서 언제든지 우릴 해칠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술, 담배만 해도 그렇다. ‘고대’라는 명칭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연도에도 술과 담배는 늘 인류 곁에 있었고,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있다.

당장 나만 해도 내 왼쪽에는 레종 블랙 한갑이, 내 오른쪽에는 보드카가 있다.

물론 내가 '담배와 술이 없다면 난 바로 죽어버리고 말거야...' 하는 정도로 중독에 빠졌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담배를 4갑정도(지금 갖고 있는 담배 포함) 펴봤는데 흡연을 한다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흡연이라는 과정이 귀찮았다.

기관지가 예민해서 목을 늘 촉촉하게 유지해주고, 몸에 향기를 남기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 담배라는 악덕은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존재였다.

친구들과 함께 방구석에서 버번 위스키를 같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필름이 끊기기 직전까지 마셨었다.

다른 양주는 숙취가 없었는데 이건 유독 심해서 하루를 골골대며 방바닥에 누워만 있었었다.

이걸 계기로 술에 손 대지 않는 기간이 길어졌고, 음주량도 훨씬 적어지게 됐다.

하지만 술과 담배 말고도 중독 요인은 더 있다.

유튜브와 웹서핑, SNS와 같은 인터넷 그리고 게임이 그 예다.


그렇지만 재밌는걸

유튜브는 왜 재밌을까?
시각과 청각에서 오는 쾌락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SNS는 왜 재밌을까?
온라인상에서 웃고 떠들면서,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해 SNS를 키게 되고,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악순환이 되는 것같다.

게임은 왜 재밌을까?
내가 누군가가 되어 게임 내의 상황에 몰입하고, 특정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로제 카이와라고 하는 프랑스 학자가 쓴 <놀이와 인간> 이라는 책에서는 각각 이렇게 부른다.

  • 미미크리
    • 누군가를 모방하거나 흉내내는 놀이
  • 일링크스
    • 몰입하는 놀이
  • 아곤
    • 규칙이 주어지고, 승패가 결정되는 놀이
  • 알레아
    • 주사위 놀이(확률)

게임은 이 네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여있기때문에 재미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이것들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들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고, 결국 일상에 악영향을 끼쳐버리게 된다.

이로운 쾌락, 이로운 중독

그렇다면 정당하게 얻은 쾌락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난 몇 개월동안 집에서만 운동을 하다, 최근에 친구의 권유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이 가장 적은 아침 8시부근에 헬스장으로 가서 러닝과 웨이트 운동을 한다.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 내 기상 이유가 되어버렸다.

점점 늘어나는 중량, 점점 늘어나는 러닝 거리은 하루를 잘 보내게 해주고 다음 날 헬스장에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논리적 사고를 통해 나온 코드를 바탕으로 잘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보면, 뿌듯해진다.

내가 아웃풋을 냈구나. 어떤 점을 개선할까? 다음은 무엇을 할까? 등등… 성공해서 얻은 쾌락은 점점 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준다.


되돌아보기

책을 읽고 나서, 내 주위의 중독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내가 깊이 빠지진 않았는지 피드백 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하고 피드백하는 삶은 이전부터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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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글씨가 흰색으로 써져있는데, 보여주기 부끄럽다 ㅎㅎ; 파랑은 다 한 것, 빨강은 못한 것, 초록은 하다 만 것으로 표시해서 색칠하고 있다. 최근에 치과 치료를 핑계로 안 쓴 날이 너무 많고, 목표를 못 이룬 날이 많아서 속상하다.)

한 시트지에는 월별, 요일별 할 일을 적어 놓고, 또 다른 시트지에는 주별 할 일을 적어 놓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를 해보자면

  • 웹 프로그래밍
    • 웹개발자라서 웹서비스 개발 혹은 그에 맞는 공부를 한달에 하나씩 컨셉을 잡아놓고 하고 있다.
      최근에 한 건 포트폴리오 사이트 만드는 것과 알고리즘 공부였고, 11월달부터 진행할 건 웹서비스 클론코딩이다.
      이미 사이트를 정해놨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노트에 다 기록해뒀다.
      남은건 실천뿐, 친구들중에 사이트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을 위해, 페이지 디자인 하는 것만 코드를 따로 분리 해서 A-Z까지 떠먹여주는 디자인 문서를 만들 예정이다.
      반응이 좋으면 조금 더 다듬어서 독서모임 톡방에 코딩을 전파해볼까...생각중이다.
  • 운동
    • 헬스장을 월~금, 주 3~4회를 가고, 약 1시간 30분정도 운동을 한다.
  • 독서
    • 씽큐온 말고 개인적으로 독서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건, 미아키 스가루 작가의 너의 이야기 라는 책이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말해주자면, 인공기억을 사거나 자신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세계관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지우길 바랐지만, 오히려 기억이 심어졌고 그 때문에 주인공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다루는 내용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Why We Sleep이란 책이다. 수면에 관해서 다루고 있는데 대략 40페이지 정도 읽었다.
  • 그외
    • 게임
      •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동기상실같다. 다만 이 충동에 휩싸이게 되면 그 날 하루 이룬 목표는 없다고 봐야 된다. 올해 1~3월때가 엄청 심했는데 지금은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런다.
    • 유투브
      • 공부와 독서를 할 때 유튜브에서 재즈를 듣는다. 하지만 유혹에 못 이겨서 구독한 유투버들의 영상을 볼 때가 있다.
    • 낮잠
      • 회사 다닐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못 버린 습관이다. 회사 다닐때 늦새벽에 3시간 내외로 잠을 잤는데, 이 때문에 너무 졸린 때가 오면 점심을 스킵하고 점심시간 내내 잔다. 회사를 안 다니는 지금도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불구하고) 졸릴 때 30분씩 잔다.
    • 기타등등
      - 간혹 코딩을 하기 싫을 때가 닥쳐온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바닥에 벌러덩 눕고 눈을 감으려 들거나 딴짓거리를 하기 시작한다.
      웹서핑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킨다든가 등등…

이렇게 나눠볼 수 있다.

낭비되는 곳이 확연히 보이는데 이걸 줄이고자 한다. 사실 줄이기보다는 멈추게 만드는 것 까지가 최종목표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마무리

p. 350 - 악덕을 제거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타당한 이유는 명확하다. 포식자의 제품들이 우리와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제품을 파괴해야 한다.

맞다. 내 손으로 손 수 빚어온 악덕을 내보내야 된다. 이것이 커지면 분명 우리의 몸을, 우리의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될 테니까.

그렇기때문에 삶은 고통스러운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주위에서 뻗어오는 유혹의 손길들, 포기하라는 주변 사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등… 의욕을 깎아먹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악덕을 버리고 미덕을 취하면 삶의 가치는 더 윤택해진다고 말이다.

무릎을 꿇고 있던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 것처럼 우리가 가진 악덕을 짓밟아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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