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Netflix 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타트업
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다가 스타트업에 발 담그게 됐지?'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의 이야기를 정리 할 겸 글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11년)에 제가 직접 경험 했던 이야기입니다.
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달달한 맛을 통해 즐거움을 경험했고, 이국적인 맛을 통해 색다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매운 맛을 통해 혹독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난 편은 링크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편 마지막에 등장했던 SSG를 통해 전국 대학생 패션 연합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마케터 Cavin의 추진력으로 빠르게 첫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퀄리티 있는 결과물에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활동 조건을 애매하게 협의한 것이 발단이 되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어찌보면 대학생(휴학생)이었고, 그 쪽도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계약 사항들은 대표님이 주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 때 조건은 활동에 대한 대가로 연합에서 매년 진행하던 패션쇼 무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표님의 인맥을 동원하면 모델들도 섭외해 줄 수 있고, 금전적 지원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두리뭉실하게 계획이 짜여 있었습니다. 연합도 어느 주기로 어느 정도의 사진을 올려야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회사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을 때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 전혀 상세히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영부영 활동 기간이 지났고, 연합회 측에선 패션쇼 지원을 요청 해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 입장은 활동이 미진 했는데 어떻게 다 지원할 수 있느냐, 30만원 한도에서 지원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고소 이야기까지 나오게 됐고, 결국엔 올렸던 컨텐츠 또한 모두 내리게 됐습니다. 비용 지불은 어떻게 맺음이 됐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ㅠㅠ
지금 생각해 보면 명백히 회사 측의 접근 방식이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알바 형태로 적합한 사진의 기준을 정해놓고, 해당 사진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 했다면 오히려 더 깔끔한 형태로 운영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학생들 입장에서도 30만원을 받는다고 기분 나쁠 이유도 없었겠죠.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것 이고요.
어느 정도 유저가 생기고, 외국 쪽에서도 올라오는 컨텐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음란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 한 것이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제가 거의 사무실에 상주 했기 때문에 바로 대응 할 수 있었겠지만, 마침 아버지 생신으로 인해 수원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대표님의 전화를 받고, 확인하니 너무나 적나라한 노출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즉시 대응 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식사가 끝나자마자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게시물을 삭제한 후 향후 동일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구상했습니다. 다음 날 웹 개발자 Sun, 안드로이드 개발자 Jason 그리고 아이폰 개발자 David(저) 가 함께 회의를 했고, 앱에서 관리자 계정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는 결론과 함께 긴급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꾸준히 조금씩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운로드 수를 늘릴 수 있을지를 마케터 Cavin과 함께 고민했고, 여러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가 궁금중을 일으키는 QR코드를 이용한 이벤트를 진행 하는 것 이었습니다.
주요 타켓은 한창 패션에 관심이 많을 대학생으로 하였고, 옷 그림이 그려져 있는 QR코드 스티커를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여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QR코드를 촬영하면 랜덤하게 바나나우유가 당첨되도록 했고, 앱을 다운 받고 회원가입을 해야 만 경품을 수령할 수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에 QR코드를 이용한 마케팅이 많았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찍어 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동시에 전국 대학에 진행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Cavin과 제가 소속 된 대학부터 시작해 봤습니다. 동아리 후배들 몇 명에게 알바 형태로 QR코드 스티커 부착을 요청했습니다. 부착이 완료 됐으니 이제 학생들이 찍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받은 피드백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첫느낌 : 관심 갖는 사람이 전혀 없다
2. 강의실 개수가 너무 적다
3. 회원가입을 싫어한다
4. 눈에 안띈다
5. 수업시간에 못 찍어본다(카메라 소리)
6. 쉬는시간에는 이동하느라 바쁘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회의를 진행했고, 아래와 같은 내용이 오고 갔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2차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시도해 본 것은 앱 스토어 / 플레이 스토어 리뷰 이벤트였습니다. 실 사용자 확보 보다는 다운로드 수치와 평점 관리가 목적이었습니다.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이벤트 배너도 제가 직접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벤트 홍보를 해야 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은 '뽐뿌'라는 커뮤니티였습니다. 이벤트를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어 그 곳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게시물에 댓글로 질문을 해서 답변을 해줬는데, 운영진에 의해 게시물이 삭제 됐습니다. 이유는 본인이 직접 주최하는 이벤트는 올릴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디로 다시 올려보긴 했지만 이미 반응이 식은 후 였습니다. (두번째 올렸던 게시물, 지금은 이미지는 나오지 않네요)
그리고 기존 게시물을 보고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여러 아이디로 참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도 리뷰의 개수로 카운팅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앱스토어 / 플레이 스토어에 올린 리뷰에 딜레이가 있어서 바로바로 업데이트가 안됐습니다. 그것을 악용하여 '리뷰 올렸는데 아직 반영이 안됐어요~ 기프티콘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참여자가 있었습니다. 해당 참여자는 이미 여러 아이디로 리뷰를 성실히 작성했던 이력이 있어서 믿고 기프티콘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리뷰가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낚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휑하던 리뷰를 채울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원격으로(SSH를 통해) 서버에 접속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클라우드 서비스(AWS, GCP, Azure 등)가 보편적이지 않아서 IDC센터에 서버 한대를 임대해서 사용 중이었습니다. IDC센터에 전화해서 서버 재부팅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엔 제가 분당에 있는 KT IDC센터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IDC센터는 책에서만 봤지 실제로 가본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서버들에게 동시에 들리는 팬 소리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소음 속에서 저희 서버에 접속 하자 바탕화면에 누군가가 남긴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정확한 메세지가 기억나진 않지만, '서버 관리 이딴 식으로 하니깐 털리지 ㅎㅎㅎ' 이런 느낌의 조롱 메세지였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DB까지 털리진 않아서 데이터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시 접속할 수 있도록 복구를 해야 됐지만, 서버에 대한 지식이 전무 했던 저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엔 대표님이 직접 방문해서 SSH, RDP 포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 다른 이벤트들, 홍보 동영상 제작 등의 다양한 홍보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기능 업데이트도 같이 진행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슬슬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생 많으셨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