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Netflix 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타트업
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다가 스타트업에 발 담그게 됐지?'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의 이야기를 정리 할 겸 글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11년)에 제가 직접 경험 했던 이야기입니다.
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번 편에서는 스타트 업에서 자금이 부족해 지면 겪을 수 있는 짠내나는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편은 링크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이벤트들을 말아 먹으면서... 그렇게 5 ~ 6개월 가량이 흘렀습니다. 매출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투자를 받지도 못 했기 때문에 슬슬 자금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엔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와 Cavin의 경우 대학생 신분으로 정부에서 인턴 지원금을 100만원 씩 받고 있었습니다. (세금 떼고 926,140원이네요. ㅠㅠ) 그런데 그 지원 기간도 끝나서 두 달 동안 월급 없이 일해야 됐습니다. (물론 그 돈은 퇴사 후에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회사부터 함께 해 왔던 경력직 Sun, Jason의 경우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월급을 못 받으면서 까지 이 회사에서 일해야 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Web을 담당하는 Sun이 먼저 퇴사를 했고, Jason이 Web과 Android를 함께 담당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발 전부를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에 Sun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Jason도 퇴사하게 되었고, 개발자는 저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열정이 넘쳤던 저는 '내가 다 커버하면 되지!!' 라는 야무진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부는 커녕, Web 조차 커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Cavin 과 저도 동요하지 않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Cavin과 진지하게 '우리도 퇴사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도 빨리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취업을 준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대표님과 면담을 요청했고, Cavin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달했습니다. 당연히 많이 당황해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선은 알겠다... 조금 만 시간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말하고 나니 후련했습니다.
일과 시간이 끝난 후 평소와 같이 사무실에 남아서 저녁을 먹을 참이었습니다. 그 날은 간단히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려는 중이었습니다. 라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대표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당연히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녁은 챙겨 먹었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순간 아까 뱉은 말이 너무나 미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그냥 눈물만 주룩 주룩 흘렀습니다. '나한테 이렇게 잘 대해 주는 사람에게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라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놈의 정(情)이 뭔지... 간신히 통화를 마친 후 Cavin에서 전화를 걸어, '나 퇴사 못 할 것 같아, 조금만 더 해 볼게' 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Cavin도 '니가 하면 나도 해야지' 라고 말했고, 다음 날 대표님께 퇴사를 철회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대표님은 우선 자금 문제를 해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외주 업무를 받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기획 업무, 아이폰 앱 유지 보수 등의 업무였습니다.
고정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무실 임대료였습니다. 그래서 인원도 줄게 되었으니, 더 작은 곳으로 옮기자고 하여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에서 구로디지털단지의 오피스텔로 사무실을 옮기게 됩니다. 가산 사무실로 처음 입주 했을 때 스타트업 분위기를 내자고 Cavin과 둘이서 직접 페인트를 사서 벽에 칠했던 것들도 생각나고, 라꾸라꾸 놓고 자던 것도 생각나는 너무나 정든 사무실이었습니다.
정든 가산을 떠나서 구로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로 옮긴 사무실에 대해 아직도 생각나는 것은 사무실 앞에 정말 맛있는 짬뽕 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금치 즙이 들어간 듯 한 녹색 면발에 국물에서 느껴지는 불 맛이 예술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산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짓고 구로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라꾸라꾸 생활은 중단하고 수원에서 출퇴근을 하게 됩니다.
정말 재밌네요.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RSS 구독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