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파는가 -1

박문기·2026년 3월 29일

AI 시대, 욕망과 공포의 거래소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사고판다. 지갑을 열어 지출하는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기저에는 대부분 1차원적인 욕구와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미각적 욕구, 육체적 피로를 덜고 싶은 편안함에 대한 갈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소망이다.

물론 이러한 소비를 단순히 1차원적이라고 치부하며 깎아내릴 수는 없다. 개인이 소비를 통해 얻는 작은 편안함과 만족감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소비 형태, 특히 유행에 과도한 시간과 자본을 쏟아붓는 현상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의 사유마저 유행에 종속되어, 거대한 자본주의적 프로파간다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소비의 사회』에서 지적했듯,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사물 그 자체의 쓸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기호'를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호가 되어버린 이 시장에서,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고 있는가?

1. 욕망의 거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이나 여행 같은 소비는 즉각적으로 해소되는 1차원적 욕구다. 하지만 '투자'는 조금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갈망은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말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아주 단순한 모순을 안고 있다. 누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발견했다면, 혹은 거위가 황금알을 낳게 하는 확실한 메커니즘을 알아냈다면 그것을 공공연하게 시장에 내다 팔까? 절대 그렇지 않다. 비법이 대중에게 공유되는 순간, 황금의 공급은 늘어나고 그 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금속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부의 가치를 아는 자라면 자신의 자산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돈 버는 법'을 산다. 판매자가 실제로 파는 것은 부를 창출하는 기술이 아니라, 평생을 직장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대중의 절박한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수요를 가진, 가장 매력적이고 기만적인 상품이다.

2. 공포의 거래: AI의 발전 속도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

욕망보다 더 강력한 상품이 있다. 바로 '공포'다.

과거의 사회 시스템은 희망과 불확실성을 팔았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훗날 번듯한 직장과 집을 가질 수 있다."라는 서사다. 하지만 이 서사는 더 이상 강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보상은 너무 먼 미래에 있고, 불확실성은 크며,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판매자들은 더 직접적이고 눈앞에 닥친 공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공포 마케팅에 가장 완벽한 장작을 넣어준 것이 바로 'AI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다. 최근 생성형 AI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적응력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다. 어제 불가능했던 기술이 오늘 상용화된다. 판매자들은 이 속도를 무기 삼아 개인의 현재 상태를 AI, 혹은 AI를 다루는 소수의 우월한 타인과 비교하게 만든다.

"당신이 하는 일? 이제 AI가 더 빠르고 저렴하고 완벽하게 해냅니다. 당신은 곧 시장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액체 공포(Liquid Fear)』에서 현대인들이 형태가 없는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부유한다고 분석했다. AI가 내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실존적 위협은 사람들의 삶의 의지를 꺾을 수준의 거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이때 판매자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냥 이대로 도태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알려주는 이 방법으로 AI 시대에 살아남으시겠습니까?" 후자를 선택하지 않을 인간은 거의 없다. 결국 현재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것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군중의 공포'다.

3.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타인의 욕망을 이용해 가짜 해결책을 팔거나, 맹목적인 공포를 조장하여 면죄부를 파는 시장을 목격해 왔다. 기술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이러한 얄팍한 상술은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사고팔아야 할까?

우리는 더 이상 '정답'과 '공포의 위약'을 사서는 안 된다. AI가 현존하는 모든 데이터의 평균값을 가장 그럴듯한 정답으로 내놓는 시대다. 누군가 패키징해 놓은 얄팍한 성공 방정식이나 유행을 좇는 대신, '본질을 꿰뚫는 비판적 사유''고유한 철학'을 스스로 구축(소비)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팔아야 할 것은 '질문'과 '통찰'이다. 인간의 불안을 자극해 주머니를 터는 1차원적인 비즈니스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진단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해야 한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AI의 노예가 되거나 혹은 그것을 맹신할 때, 시스템 밖에서 한 걸음 물러나 현상을 조망하는 능력.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초거대 AI 시대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비싼 가치가 될 것이다.


References

  • Jean Baudrillard, 『소비의 사회 (La Société de Consommation)』
  • Zygmunt Bauman, 『액체 공포 (Liquid Fear)』
  • Yuval Noah Harari, 『호모 데우스 (Homo Deus)』 - 무용 계급(Useless Class) 개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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