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시작하기 전, 예리한 독자라면 한 가지 모순을 발견했을 것이다. 나는 직전 글에서 "'돈 벌게 해줄게'라는 말을 파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자는 절대 그 비법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우리는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것은 내가 비판했던 그들과 똑같이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기만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이 파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이고,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거위를 갈망하는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해부'다. 나는 당신에게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AI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요동치고 있으며, 이 시대의 시장이 어떤 원리로 굴러가는지에 대한 '메타적 고찰'을 제공하려 한다.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연구 철학이자, AI 사회학의 출발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높은 확률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지식 노동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코드를 짜든, 기획서를 쓰든, 데이터를 분석하든, 디자인을 하든 말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보자. 당신이 지금 모니터 앞에서 타이핑을 치며 고군분투하는 그 업무의 대부분은 현재의 거대 언어 모델로 대체 가능하거나, 곧 대체될 것이다. AI는 당신처럼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도, 감정 노동에 지치지도 않으며, 당신이 며칠 밤을 새워야 할 분량을 단 몇 초 만에 완벽에 가깝게 뽑아낸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인간이 가장 깊은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미지의 대상'을 마주할 때가 아니라, '나의 고유성과 쓸모가 부정당하는 순간'이다. 내가 평생을 바쳐 쌓아온 직업적 정체성이 단순한 프롬프트 몇 줄로 대체된다는 사실은 단순한 생계의 위협을 넘어선 실존적 위협이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수록 이 공포는 더욱 예리하게 가공된다.
"당신이 짠 코드, 어차피 AI가 더 빠르고 버그 없이 짭니다. 당신은 왜 필요하죠?"
이 질문은 모니터 앞의 노동자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효용성이 실시간으로 붕괴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토록 완벽하게 조성된 공포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아주 투명하게 작동한다. 사람들은 공포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미친 듯이 찾고, 시장은 그에 맞춰 상품을 찍어낸다.
우리가 여기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당장 팔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대체되지 않는 방법' 혹은 '대체된 후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런 류의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완벽한 해결책이어서가 아니다. 중세 시대의 면벌부처럼, '나는 도태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빠진 인간은 논리적인 이성보다 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지배당한다. 상대방의 공포를 날카롭게 찌르고, 그 상처 위에 연고를 발라주는 척하는 것. 이것이 현재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수익을 올리는 메커니즘이다.
자, 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인간의 공포를 자극해 심리적 위안을 파는 비즈니스는 돈이 된다. 하지만 나는 연구자로서,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지적 사유를 멈추지 않는 주체로서 그런 얄팍한 상술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은 '결과(돈)'를 판다.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은 '위안(생존)'을 판다. 이 둘의 공통점은 타인의 1차원적 욕구와 맹목적인 감정에 기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모든 정답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도출해 내는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팔아야 할(생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효율적이고 인간적인 것들이다.
1. 현상을 해체하는 통찰력: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가를 넘어, 그 기술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사회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혜안.
2. 본질을 향한 질문: AI가 내놓은 매끈한 정답에 안주하지 않고, "그 질문 자체가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는 비판적 철학.
3. 대체 불가능한 사유의 궤적: 정제된 데이터의 총합이 아니라, 한 인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며 만들어낸 날것 그대로의 철학적 관점.
나는 이 Velog에서 누군가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얄팍한 위안을 팔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어떻게 시험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지, 끝없이 질문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공포에 질려 'AI 생존 비법서'를 결제하기 전에,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지 '직업'인가, 아니면 당신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사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