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이직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easyhooon·2026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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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이직을 할 순 있는걸까?

서두

이직을 2년째 준비하면서, 어째 점점 더 '할만할 것 같은데?'가 아니라 '이거 할 수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시장의 상황은 달라졌고,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으며, 내가 경쟁력이라고 믿었던 강점들도 예전만큼 힘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위와 같이 생각하게 된 이유를 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넋두리 시간

본론

AI로 인해 기존의 강점이 경쟁력을 잃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AI의 발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네가 부족한 것을 왜 AI 핑계를 대냐?' 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것도 맞다. 실력이 있는 분들은 요즘처럼 이직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하는 목표(재취업, 이직)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일단 조금만 더 핑계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공감 좀 해줘

나와 비슷한 경력의 개발자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라고 생각했던 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기술 스택을 직접 실험하고 제품 형태로 완성해본 경험이었다.

Android에만 머무르지 않고 KMP/CMP를 적용하여 iOS 앱까지 출시해봤으며, Circuit처럼 아직 국내에선 널리 쓰이지 않는 기술도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실제 운영 가능한 수준까지 다뤄봤다.

단순히 써보는 데서 끝낸 것도 아니었다. 아직 국내 자료가 많지 않은 기술들은 직접 내부 동작 원리를 파고들었고, 구조나 설계 의도를 분석해서 기술 블로그 글로 정리하기도 했다. 누가 정리해둔 길을 따라간다기보다, 문서와 코드를 같이 보면서 이해한 내용을 내 언어로 풀어내려고 했다.

물론 이는 회사에서 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아쉽다.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기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많고, 실제로 나도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해보기 어려운 기술적 시도들은 주로 사이드, 팀 프로젝트를 통해 풀어보려고 했다.

10개가 넘는 Android 앱을 출시했고, iOS 앱도 개발하여 운영해봤다.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 중인 건 최근에 만든 2~3개 정도지만, 그래도 여러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고 배포하고 운영까지 해본 경험 자체는 내 나름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다. 특히 Circuit이나 KMP/CMP 같은 기술을 쓰는 회사라면 더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술은 아직 경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신규 채용된 개발자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온보딩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써보고, 내부 동작까지 파본 사람이라면 그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AI가 발전하면서, 내가 장점이라고 믿었던 부분이 경쟁력을 잃었다고 느낀다.

물론 AI가 나쁜 영향만 준 것은 아니다. 나 역시 AI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혼자서는 부담스러웠을 도전들을 더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 변화가 내가 차별점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의 희소성도 함께 낮춘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앱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화면을 만들고, 상태 관리를 고민하고, 서버를 붙이고, 배포 가능한 형태로 다듬는 일까지 전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짜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마음만 먹으면 앱 10개가 아니라 20개, 30개도 찍어내는 게 불가능한 시대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프로세스만 제대로 구축한다면 간단한 앱은 하루에 하나씩 뽑아낼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기존에 몇 달 동안 붙잡고 만들었던 앱들의 가치가 예전만큼 값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들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 그 경험이 예전만큼 높게 평가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앱 출시 경험이 많다”는 말이 예전에는 실행력과 다양한 경험의 증거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질문이 하나 더 붙는 것 같다. 그 앱을 통해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얼마나 깊게 고민했는지, 어떤 사용자를 얻었는지, 기술적으로 무엇을 증명했는지까지 말해야 한다.

그 자체는 당연한 변화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조금 뼈아프다. 내가 경쟁력이라고 믿었던 부분이 이제는 예전만큼 특별하게 보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 결국 회사에서 진행한 업무와 성과로 경쟁을 해야하는데, 여기서 솔직히 자신 있게 “같은 2~3년차 중에서 내가 크게 앞선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좋은 회사에 다닐수록 회사에서 얻는 경험의 밀도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좋은 동료, 큰 트래픽, 복잡한 문제, 잘 정리된 프로세스를 압축적으로 경험할 확률도 높다.

나는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지만, 지금의 시장에서 눈에 띌 만큼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프트 스킬이라는 약점

두 번째 문제는 소프트 스킬이다.

요즘 많이들 말한다. AI 시대에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조율하고, 프로덕트 관점에서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이 말도 맞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에 약점이 많다.

일단 사교성이 높은 편이 아니다. 말더듬이나 말막힘도 있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글로 쓰면 그나마 낫지만, 회의나 면접처럼 바로바로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알고 있는 것도 매끄럽게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비개발자와 이야기할 때도 설명을 남들보다 쉽게 해주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디부터 모른다고 가정하고 설명해야 할지 기준을 잡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같은 개발자와 이야기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앞부분 컨텍스트에 대한 설명을 건너뛰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상대 입장에서는 다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조금 자조적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수가 까이는 스타일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말이 조심스러워지고, 조심스러워질수록 더 어색해진다. 악순환이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향하는 흐름

시장 자체도 변하고 있다. 네이티브 앱 개발자 공고는 줄어드는 게 체감되고, 그 적은 파이를 Flutter, React Native와 나눠 갖고 있다. 반대로 프로덕트 엔지니어 공고는 조금씩 더 눈에 띈다.

그래서 프로덕트 엔지니어 쪽도 지원해보고 있다. 프론트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회사와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 있으니 완전히 동떨어진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고를 보면 프론트엔드나 백엔드 중 하나를 확실한 베이스로 요구하는 곳이 많다.

네이티브 개발자가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전향하는 건 사내에서 점진적 전환이면 몰라도, 이직으로 바로 넘어가기엔 공고들의 자격요건을 봤을 때 꽤나 어렵게 느껴진다.

결국 문제는 전략이다.

내가 가진 경험을 어떻게 다시 해석할지, AI 시대에도 설득력 있는 강점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할지, 네이티브 앱 개발자로 계속 갈지 아니면 프로덕트 엔지니어 쪽으로 넓힐지 고민이 남는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는 이제 어느 정도 파악했는데, 그래서 다음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들을 붙잡는 중

그래서 요즘은 일단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메타를 쫓아가기만 하기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 기본기를 더 탄탄히 해두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CS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Kotlin과 Compose 내부 원리를 다루는 책도 읽고 있고, 네트워크 전공책 스터디도 진행 중이다. 면접을 위한 CS 강의도 몇 개 듣고 있고, 면접과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있다.

온갖 노력을 하고 있긴 하다. 적어도 불평만 하고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공부와 별개로,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이력서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다듬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했고, 어떤 강점이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성공률은 오히려 더 낮아진 느낌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 더 그렇다. 2~3년차 공고는 많지 않고, 그렇다고 5년차 이상 공고에 넣어봐도 서류 합격은 쉽지 않다.

이제는 ‘주니어 개발자가 이직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가끔 비슷한 연차의 공고가 올라와도 이상하리만큼 서류에서 잘 안 된다. 다들 이런 건지, 아니면 어디 블랙리스트에라도 오른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농담

그냥 시장이 어렵고, 내 이력서가 아직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은 거겠지. 음음

결론

그래도 어쩌겠나. 이직을 하고 싶으면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 그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만족시킬 수밖에 없다.

AI 때문에 기존에 강점이었던 부분이 예전만큼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그 강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앱을 많이 만들었다는 말에서 끝내지 않고, 어떤 문제를 풀었고, 어떤 판단을 했고, 무엇을 배웠고, 그 경험이 회사 일에 어떻게 이어지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 스킬이 약하다면, 그건 타고난 성격이라고만 넘길 수 없다. 말이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설명의 구조를 미리 준비하거나, 글로 먼저 정리하거나, 상대가 모르는 맥락을 건너뛰지 않는 연습은 할 수 있다.

근본이 되는 CS나 Kotlin, Compose 내부 동작 원리를 공부하는 것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AI가 코드를 생산하는 시대에도, 기본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거라고 믿고 싶다.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꽤 막막하다. 이력서를 넣어도 답이 없고, 공고는 줄어들고, 지원해볼 수 있는 선택지도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은 해보려고 한다. 추천이 가능한 곳이라면 추천을 부탁해서라도 다시 지원해보고, 이력서도 AI 시대의 변화된 메타에 맞게 다시 다듬어볼 생각이다.

요즘은 혹시 모를 해외 취업도 염두에 두고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쪽도 선택지로 열어두고 싶어서, 듀오링고를 하거나 JLPT 책을 보면서 일본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가능하면 JLPT도 N3부터 차근차근 취득해서 N1까지 가보고 싶다.

국내에서는 KMP 같은 영역의 기회가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일본이나 유럽 쪽에는 조금 다른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 번쯤은 외국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당장 국내 이직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선택지를 조금씩 넓혀두고 싶다.

혹시 요즘 같은 시장에서 이직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면 좋을지 경험을 나눠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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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고통의 총합이다. Android 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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