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개발자가 초보 개발자로(1)

노아카프카·2022년 8월 15일
1

一日一作

목록 보기
3/5
post-custom-banner

- 글을 쓰기 전에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직장이 없는 취준생이었다.
2년전에 취준을 처음 시작할때보다 훨씬 더 큰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멀쩡하게 좋은 회사를 잘 다니다가 퇴사했어서였을까? 주변의 무모하다는 시선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개발로 먹고살 수 있는 좋은 개발자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퇴사를 하기전까지는 확고했던 나의 생각들이 퇴사 후, 여러 기업에서 탈락소식을 전해들으면서 힘을 잃어갔다.
잊고있었다. 직장이 없는 상황은 얼마나 큰 불안함을 가져다주는지.

다행히도 C기업에 최종합격해서, 불안감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졌다.

짧았던 취준을 끝낸 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에게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
많은 지인들이 아직 취업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직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직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고, 취업은 그 자체로 막막하고 어렵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취업과 이직에 관한 경험이나 조언을 들려달라는 사람들이 꽤 생겼다.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경험을 말해주면서 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수요를 발견했다.

  1. 아무도 취업(이직)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2. 회사에 대한 정보가 너무 두루뭉실하다.

대부분의 취직, 이직에 대한 문제들이 위 두 가지에서부터 파생되고 있었다.
앞으로 2주 가량 나의 경험과 주변의 사례들을 통해서 두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물론 나는 대단한 개발자도 아니며, 엄청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큰 증권사에서 1년 7개월동안 모바일/서버 팀에서 근무를 했을 뿐이고,
단 10일동안의 취준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회사에 합격한 한명의 예비 직장인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이직을 통해서, 왕초보 개발자에서 초보 개발자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쳤다.

특급 개발자만이 왕초보를 초보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방금 거쳐온 따끈따끈한 초보 개발자가 오히려 더 왕초보의 시선에서 경험과 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는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나한테만 통했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발에 특출나지도 않고, 애매한 개발자인 나에게 도움되었던 방법이라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글을 쓸 예정이다.


- 애매한 개발자

여러분은 아래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두 '예' 인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당신은 개발자인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개발자인가?'

내가 처음 졸업하고 입사했을때는,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IT본부에서 개발직군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니 나는 개발자라는 생각 밖에 없었고,
당시에는 개발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는 자랑하고 싶었고, 스스로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6개월이 지난 후,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노아는 개발자잖아. 좋겠다."
나는 싱긋 웃기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개발자인가? 개발자란 뭐지? 난 아닌거 같은데.'
이 때 처음으로 스스로를 '애매한 개발자' 라고 정의했다.


- 개발자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개발자는 어떤 직업인가부터 생각해보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묻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되고 싶은 개발자 혹은 당신이 진짜 개발자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는 어떤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왜 개발자 되고 싶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늘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의 일상에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이전 직장이었던 증권사 면접에서도 위와 같이 대답했고, 당시에는 잘 대답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하지만 최근 면접에서는 전혀 다르게 답변했다.
내가 겪은 면접에 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의 나는 그런 개발자가 멋있어보였다.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비즈니스 과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싶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굉장히 면접지향적인 답변이지만, 1년 7개월동안 내가 했었고, 앞으로 새로운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그것이다.
비즈니스 과제를 인지하고 일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일을 하는 것에는 능률과 의사소통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회사에서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부를만한 일을 하고 했는가?
내가 근무했던 1년 7개월 중 마지막 2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은 그렇지 못했다.

회사 내, IT본부 사람들끼리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리는 개발자가 아니라 전산직 직원이라고 생각해야해."
직급을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약간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말들을 했다.

나는 IT본부 모바일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나와 동료들이 맡는 일들은 새로운 금융 상품, 서비스, 이벤트가 나오면 서버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로직을 포함한 화면을 만드는 것이었다.(모 대리님은 이것을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격하게 공감한다.)
전 직장을 폄하할 생각은 절대 없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때 최고의 '직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높은 급여, 비교적 친절한 동료들, 좋은 복지 이 모든 것들을 제공하는 최고의 직장에서 나는 개발자일 수 없었고,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발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post-custom-banner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