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에 다 넣으려다 아무것도 못 잡았다
뷰티케어랩을 처음 만들 때는 카테고리별로 페이지 하나씩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눈성형 페이지 하나, 코성형 페이지 하나. 깔끔해 보였다.
그런데 운영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눈성형 페이지 하나가 쌍꺼풀도 설명하고, 눈매교정도 설명하고, 눈밑지방재배치도 다루고, 가격까지 넣으려다 보니 정작 어느 키워드에서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검색하는 사람 입장에서 "쌍수 라인"을 찾는 사람과 "쌍수 가격"을 찾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정보를 원하는데, 한 페이지가 둘 다 어중간하게 담고 있으니 검색엔진도 이 페이지가 무슨 페이지인지 헷갈려 했다.

눈성형 허브도 "쌍수"를 잡으려 하고, 쌍수 라인 페이지도 "쌍수"를 잡으려 하고, 가격 페이지도 "쌍수"를 잡으려 했다.
같은 집 식구끼리 같은 키워드를 두고 서로 물어뜯는 구조다. 이러면 셋 다 순위가 안 오른다.
확인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서치콘솔에서 특정 검색어의 성과를 열어 페이지별로 쪼개보면, 한 키워드에 여러 URL이 번갈아 노출되는 게 보인다.
노출은 분산되는데 클릭은 어디에도 안 몰리는 상태. 그게 카니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개편의 기준은 단순했다. 한 페이지는 하나의 검색 의도만 잡는다.
쌍수 라인을 찾는 사람에게는 인라인, 인아웃, 세미아웃, 아웃라인의 차이를.
쌍수 가격을 찾는 사람에게는 매몰과 절개별 비용 범위를.
라인은 라인 페이지, 가격은 가격 페이지로 나눴다.
이렇게 나누면 페이지끼리 키워드를 두고 경쟁하지 않고, 각자 자기 검색 의도에서 선명해진다.
이 원칙을 잡고 나니 작업이 오히려 명확해졌다. 새 페이지를 만들 때마다 던진 질문은 딱 하나였다.
"이 페이지는 어떤 검색어 하나를 위한 페이지인가?"
답이 안 나오면 그 페이지는 쪼개거나 합쳤다.
두 번째 원칙은 실제로 검색되는 키워드만 잡는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그럴듯해 보이는 조어를 제목에 넣곤 했다.
그런데 검색량을 하나씩 확인해보니 "안면윤곽 3종"처럼 우리가 당연히 클 거라 여겼던 키워드가 검색량 0이었다.
아무도 그렇게 검색하지 않았다.
반대로 "광대축소술"은 관련 키워드를 합치면 500이 넘었다.
그래서 안면윤곽 3종으로 잡던 페이지를 광대축소술로 갈아엎었다.
이런 결정이 계속 나왔다.
여자 코성형 페이지는 검색량 0에 가까운 이름들 대신 실제로 1,600이 찍히는 "매부리코"를 전담 페이지로 따로 뺐다.
반대 방향도 있었다.
메이크업 의도가 강한 "복코 쉐딩", 후기를 찾는 "눈매교정 전후" 같은 키워드는 볼륨이 커도 의도가 우리 콘텐츠와 안 맞아 일부러 제외했다.
볼륨이 크다고 다 잡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답할 수 있는 검색 의도만 잡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가격과 부작용을 다루는 태도였다.
가격은 평균가로 단정하지 않았다.
"이 수술은 얼마입니다"라고 못 박는 순간 그건 광고가 되고, 실제와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
그래서 과거 이벤트가부터 최근 공개 시세까지 폭을 잡고 공개 확인 범위라고 명시했다.
숫자 하나를 주기보다, 왜 병원마다 가격이 다른지, 표시 가격에 뭐가 포함되고 뭐가 빠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분량을 썼다.
부작용은 겁을 주지 않으려 했다.
성형 정보 사이트에서 부작용을 다루면 자칫 공포 마케팅이 되기 쉽다.
우리는 반대로 갔다.
"이런 증상은 회복 과정일 수 있고, 이런 증상은 확인이 필요하다"처럼 판단 기준을 주는 데 집중했고, 걱정되는 증상이 있으면 인터넷이 아니라 의료진에게 확인하라고 반복해서 적었다.

가장 고민한 페이지는 대문이었다.
기존 메인은 눈, 코, 가슴, 지방, 윤곽을 각각 몇 문단씩 설명하고 가격대까지 직접 제시했다. 자식 페이지가 할 일을 대문이 다 하고 있었다.
이걸 걷어냈다. 부위 설명은 카드 한 줄로 줄여 각 페이지로 내려보내고, 대문에는 뷰티케어랩이 어떤 곳인지만 남겼다.
남긴 정체성은 분명했다. 후기로 병원을 줄 세우지 않는다. 광고비 많이 낸 병원을 위에 올리지 않는다. 입찰로 노출 순위를 팔지 않는다.
대신 정보를 먼저 보여주고, 이용자가 상담을 직접 비교해 선택하게 한다.
리드 한 건당 최대 두 곳만 연결한다.
"없습니다"와 "있습니다"를 나란히 놓은 섹션을 대문 한가운데 박았다.
후기와 배너와 입찰은 없고, 선택권과 고정 단가와 정보는 있다.
이게 우리가 다른 성형 정보 사이트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었다.
작업은 며칠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 끝났다.
페이지 하나하나가 글자 채우기가 아니라 판단의 연속이었다.
이 키워드는 잡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이 섹션은 여기 둘 것인가 자식으로 내려보낼 것인가, 이 가격은 숫자로 줄 것인가 범위로 줄 것인가.
매 페이지가 그런 결정의 묶음이었다.
다만 결과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검색 결과는 오늘 작업한 게 내일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카니발이 실제로 해소됐는지는 몇 주 뒤에 같은 방식으로 서치콘솔을 다시 열어봐야 안다.
확인할 것은 정해뒀다.
한 키워드에 여러 URL이 번갈아 뜨던 게 하나로 수렴하는지, 그리고 분산돼 있던 클릭이 한 페이지로 몰리는지다.
성형 정보 시장은 정보가 없어서 문제인 곳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후기와 광고와 이벤트가 넘쳐나는데, 정작 내 기준으로 비교할 방법은 없다.
뷰티케어랩이 택한 건 정보를 하나 더 얹는 쪽이 아니라 비교할 기준을 만드는 쪽이었다.
51개 페이지를 다시 만들며 확인한 건, 결국 콘텐츠의 질은 얼마나 많이 썼나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히 나눴나에서 갈린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