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학을 잘 모른다. 수학을 좋아했던 기억은 있다. 초등학교 입학도 전 학습지에서 수도 없이 따라 써야만 했던 한글과 한자등과 다르게, 숫자만 적으면 빠르게 끝나서 좋아했었다. 음, 중학교 때 어떤 경험에 의해 나는 수포자의 길로 들어섰고 심지어 수능시험에도 아예 응시하지 않고 외국어 영역 준비를 했었다.(별로 효율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여튼, 어찌저찌 이차저차 살다보니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벌써 10년을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수학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부채감이나 열등감같은 감정을 느낀다. 두번째 회사에서 K모 대학 출신 CTO께서 '당연히 이 정도는 알 것'이라는 전제로 내게 외계어로 말을 걸어오셨고, 무지에 부끄러워 아는 척넘어간 이후로 '어떻게든 필요하니 뒤늦게 중학교 수학정도는 해보자', '필요한 개념에 대해 입댈정도로만 알아보자', 라는 식으로 땜질로 버텼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마 제일 적절 한 시기에 가장 쉬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가 버렸던 일이었던것 같다. 이런 일은 대게 나중에 곪기 마련이다.
이 몇년동안 머신러닝이니 딥러닝이니 이슈가 되고 가까이서 AI관련 업무가 진행되는 걸 눈앞에서 보고 해보자! 하고 달려든게 몇번이나 됐지만 위와 같은 게으름에 대한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면 결국 "그래도 뭐 내가 어느정도 할 줄 아는 개발자인데 굳이 이런것 까지 해야하나..." 하며 오만하게(생각해보면 부끄러워서 그랬던것 같다.) 몇번을 반복해서 스노우볼을 굴렸고 안일한 생각은 결국 필요할 때 필요한 대응을 못하게 만들었다. 좋은 기회를 그냥 한번 날려버렸고, 개발자 호황은 끝났고, 회사는 어렵고 난 그냥 평범한 개발자다.
올해는 다시 AI분야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내가 잘 모르는 개념들에 대해 대충 넘어가려는 욕망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와 C... 공식은 x,y밖에 모르는데 뭐 왜이렇게 흉측하게 생겼냐.' 싶다가도 부채를 쌓지 않기 위해 하루이틀만 고민해보면 영 모를 말은 사실 별로 없다. 내가 수능보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번에는 확실히 공부하고 정리하고, 글을 쓰자. 이해하자. 잘할 필요는 없다. 자주 되뇌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는것 같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방정식에 제곱이 들어갈 경우 그래프가 왜 곡선을 그리는지 일차방정식에서는 양과 음의 관계가 왜 같은지, 그리고 이차방정식이 왜 또 다른 모양을 그리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가중치의 변화에 따라 그래프의 모양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이해하고 나서는 정말 큰 쾌감을 느꼈다. 물론 겨우 중학생 수준이나 될까 말까하니 어떤 사람들에겐 당연히 가소로워 보이겠지만,뭐 어떤가...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나에게는 마치 퍼즐하는 것 같은 기분이고 너무 즐겁다. 부끄러워 하면서 또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미분' 듣기만 해도 알레르기가 날거같은 단어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었다. 함수가 연속된 값이라 이어지는 그래프를 그릴수 있는거구나(!) 그래서 미분가능해야 한다는 거구나... 미분은 변화율(?)이구나(!) 순간의 변화구나(!) 그래야 측정이 되겠네? 뭐야 별것도 아니네! 근데 뭐야 도함수? ㅎㅎㅎ 뭔 소리야 이건또... 하다가 갑자기 웃픈 맘과 센치한 마음이들어 이렇게 길게 글을 쓰게 됐다.
계속해서 이 카테고리에 글을 업데이트 하려고 한다. 개발자 초년생일때 단순히 에러케이스 해결에 대해 쌓아 놓다가 방치했던 블로그는 부끄러워서 폐쇄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겠지. 누군가는 나같은 사람도 있을텐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