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a star in your role

이동훈·2021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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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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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Rust 관련해서 글을 쓰다가 오늘 무심코 읽은 짧은 인터뷰에 감명을 받아서 기술블로그가 아닌 기술팀으로서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 글을 더 쓰기 전에 제 소개를 잠깐 하고자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매일 저녁을 포기하고 농구를 열심히 했습니다. 다만 저는 슈팅이 뛰어나지도, 드리블이 특출나지도 않았습니다. 노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슈팅이랑 드리블이 크게 늘지는 않더라구요. 다만 수비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으며 상대팀 에이스가 센터가 아닌 이상 제가 수비를 전담해서 하곤 했습니다. 제게는 제가 수비를 해서 상대편을 락다운 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던 어느 날, 경기가 끝나고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비라는건 사실 열심히만 하면 모두 할수 있는게 아닐까? 사실 내가 없어도 팀이 잘 돌아갈것 같은데 난 뭐지....". 그래도 농구 자체가 좋았기에 더 깊게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이 생각이 남아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저는 현재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AXE팀 개발 리드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개발팀에서는 리서치 팀에서 연구한 주문 집행 머신러닝 모델을 실제 사용자들이 사용할수 있게 서비스로 옮기는 일 전반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회사의 규모가 작다보니 기술분야별 팀이 따로 없어서 저희 팀에서 인프라 구축, 마이크로서비스 개발, 설치, CI/CD, 운영 모두 다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제 능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팀을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여러 분야를 제가 팀에서 가장 깊게 알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여러 분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제 셩격 또한 여러 분야를 넓게 아는걸 좋아하고 퇴근하고 취미로 개발 이것저것 찾아보기 때문에 딱히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도중, 요즘 문뜩 "AXE의 주문집행 핵심은 강화학습 모델이니까 난 팀에 무슨 의미일까? 개발팀은 대체 가능한 자원이 아닐까... 다른 회사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친구는 나보다 연봉도 높은데 난 뭐하는 거지.." 의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팀원분들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도 계시는걸 알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의 가치는 연봉으로 정해진다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제 미래가 걱정되고 없던 자존감이 더 없어지더라구요.

그러던 도중 오늘 우연히 제가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인 Draymond Green(이하 DG)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습니다. DG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셔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DG는 현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즈라는 미국 농구 팀의 선수로서 2015~ 2020년 골든스테이트 왕조에 한 축이되었던 선수입니다. 슈팅이 뛰어나지도, 드리블이 특출나지도, 애매한 신체 사이즈로 2라운드에 드래프트된 선수이지만 애매한 신체사이즈를 오히려 자기 장점으로 승화시켜 모든 포지션을 수비하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되었고 뛰어난 시야와 적절한 패스 타이밍으로 같은 팀의 슈터들을 살려주는 훌륭한 조연으로 2010년대 후반 최고의 팀의 기둥 중 한명이 되었죠. 이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첫 감독이었던 Mark Jackson이 자기가 드래프트되자마자 해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Listen, I want you to come here as the same Draymond I've been watching on TV for years. I want you to be an animal, be a dog and be a leader. I don't care who is in front of you, I don't care who has more money than you, who has more status in the league than you -- I want you to come in and be the same leader that you've been your whole life"

그리고 DG는 아래와 같은 말로 Mark Jackson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And I'm forever thankful for Mark Jackson because to hear that from your head coach as a second-round pick, it's almost like a stamp of approval. And I think a lot of guys don't necessarily get that coming into the league. I was very fortunate to have Mark Jackson tell me that from the very beginning.

어찌보면 애매한 능력치 때문에 1라운드에 뽑히지 못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선수에게 감독이 선수 그 자체를 인정해준다면 얼마나 기뻤을까요. '지금 너 모습 그대로 우리 팀의 기여한다면 분명 우리는 훌륭한 팀이 될수 있어!'. 연봉으로 선수의 가치가 정해지는 프로농구에서 연봉이나 지위의 높낮음을 신경쓰지말고 팀의 리더가 되어서 팀의 일부가 되어달라는 말은 DG가 말하듯이 정말 큰 'approval' 이었겠죠. 이 인터뷰를 보니 제가 고등학교 때 농구를 하면서 했던 생각과 개발자로서 제 가치에 대한 최근생각들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Mark Jackson이 DG한테 해준말이 저한테 해주는 말처럼 들리더라구요. 농구도 개발도 결국은 하나의 팀으로써 공통된 목표를 성취함에 그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어떤 능력(저 같은 경우 농구에서는 수비, AXE팀에서는 백엔드 개발)을 가지고 있던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팀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노력한다면 DG와 골든 스테이츠가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팀으로써 성공 할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Mark Jackson 이 DG게 해준 이 말을 저 스스로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팀에서 연봉 혹은 지위로 높낮이를 따지기 보다는 하나의 팀으로서 프로덕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로 두는것. DG가 비록 지금 미국 프로농구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한 기둥인것처럼 개발자도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서 프로덕트를 수행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덕트의 하나의 축이 될수 있겠죠 (물론 가끔 정말 안좋은 회사는 보상을 충분히 안해주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로덕트가 성공하면 이에 맞게 보상도 받는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발팀의 구성원 모두가 "Be a star in your role"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그 팀은 성공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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