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이력서

박이레·2022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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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언어이다

사진은 언어입니다. 사진학에서 『수학의 정석』정도로 여겨지는 책이 있는데요. 故한정식 선생이 쓴 『사진예술개론』입니다.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진은 언어이다'

사진은 언어 중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갖습니다. '사과'라는 문자는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면 이것이 사과인지 포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그 자체로 언어가 됩니다. 한국어를 알던지 모르던지 사과 사진은 어디서나 사과입니다.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기자가 되고 싶어 사진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중퇴하고 사진예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렇게 이십대 초중반을 보냈습니다.

글쓰기와 표현

대학에서 들었던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입니다. 필수 교양 과목었는데 그 강의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글로써 표현하는 것에 매료됐습니다. 암실 대신 도서관에 갔고, 카메라 대신 펜을 잡았습니다.

상허 이태준의 『문장강화』, 이오덕 『우리말 바로쓰기』 등을 성서처럼 받들었습니다. 시와 단편 소설을 탐독했습니다. 문학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렇게 이십대 중후반을 보냈습니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정말 앉아서 소설 쓰고 있었습니다. 신춘문예 등단을 목표로 쓰고 또 썼습니다. 그런데 이건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떤 이념보다 가장 무서운 '먹고사니즘' 앞에 문학은 그만 놓아주어야 했습니다. 사별한 사람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글쓰기라고 하더라도 언론사에 들어가면 글을 쓸 수 있다고해서 입사했습니다. 3년을 일했습니다. 그렇게 서른이 됐습니다.

Hello World

서른이 된 지금, 저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와 대화하는 언어입니다.

사진처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문학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서른이 지나갑니다.


이 글은 우분투 gedit으로 작성한 첫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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