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신 후기_라 피신(La Piscine) 이란 이름의 지옥에서..

Ryu(Paul)·202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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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_Seoul_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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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피신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비밀서약유지를 위해 배제되었고, 알려드릴 수 없다. 이해 부탁드린다(...)

쥐가 나면 안된다.


어릴 적에 바다에 갔던 때 쥐가 났던 경험이 있다. 너무 재밌었다. 바다의 냄새, 친척들과 함께 왔었고, 마음씨 좋은 친척분에게 수영도 배웠었던 그 때, 쥐라는 놈이 갑자기 찾아왔었다. 하필이면 바다에서도 조금 깊은 곳에 갔었을 때말이다.

쥐가 나면 어떤가? 우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다 보통 한쪽 방향으로 과하게 오그라들거나 펴진다. 나의 경우 발 앞부분이 발 뒷꿈치 쪽으로 계속 밀어져서 정강이가 찢어질 것 같은 감각이 들었고 당황했었다. 생애 처음으로 쥐가 났다는 사실은 매우 무서운 일이었다.

물은 턱밑까지 올라와 있었고, 발이 말을 안 듣고, 격통으로 본능적으로 몸이 숚여지는데 심지어 조금만 허리를 굽혀도 몸이 바다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때 당시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점점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당황하면서도 해결이 되기는 커녕 더 허우적 거리고, 허우적 거릴 수록 짠 바닷물이 콧속으로 들어오고, 들어오니? 더욱 허우적거린다.

이게 바로 라피신, 2차 테스트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그때 어떻게 했냐고 묻는 다면 나는 '강제로' 힘을 주어 발목의 힘으로 근육의 경련을 막았다. 그리곤 자리에 서서 물을 마셔도 근육이 풀릴 때가지 그대로 기다렸다. 도움을 부를 수 없었던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물좀 먹고 나서 근육이 움직여도 다시 경련을 안 일으킬 때 즈음, 그때 비로소 나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


라피신을 처음 들어가면 정말 당황 그 자체다. 평가도 그렇지만, 과제 자체도 그렇다. 이공계를 다닌 사람들 조차도 그렇다. 당황 그 자체. 과제의 양에서 놀라고 수준에서 놀라며, 점(.) 하나 잘못 적었을 때 오는 충격적인 결과들을 눈 앞에서 보게 되는 순간, 나는 누구?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이 바로 튀어나오게 된다.

편하게 쓰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내가 손으로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흡사 원시인이 집을 짓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필요한 것은 망치부터 만든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이리저리 치이는데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면 어느새 클러스터 라고 불리는 학습 공간의 꽉 차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게 되고, 어느덧 한산한 공간이 되어버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 방법이 없을까? 문과생들은 무조건 지옥행일까?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 하면...? 그건, 아니다. 단언컨데 1도 몰라도 할 수 있다.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걸 단언하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은 결코 '성적 순' 입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42서울이 성적 순의 입학이라면 굳이 1달이란 기간을 두고 학습을 시킬 이유가 있을까? 저어기 옆집 SSAFY 같은 경우, 우수한 인재의 기준을 '실력'으로 보기 때문에 적성검사를 통해 빠르고 효과적이게 '잘하는', '어울리는' 인재를 판단하여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가? 하물며 1달을 진행시켜서 떨어질 수도 있는 600명 중 절반에게 진행 후 지원금까지 제공한다. 이건 너무 비효율적인 행동이 아닐까?

라피신을 진행할 사람들, 42서울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 말고 다른 글을 봐도 비슷할 것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말길 바란다. 물론, 이 말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힘을 빼고, 지금 당장 눈 앞에 쌓여서 답도 없어 보이는 수준에는 당황하지 말되, 그렇게 힘을 빼고 질리지 않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부딪히고 고민하고, 손가락을 움직이길 바란다. 생각해보면 2년이란 긴 시간을 지원해주지 않는가? 하루에 수 시간을 투자하고, 결과적으로 2년간 그런 노력이 쌓인다면, 우리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실력까지 도달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과 논리는 42서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인다. 즉, 라피신의 과정에서 성적은 결코 절대적인 기준치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이 부분은 좀 간결하게 정리해보겠다. 보고 참고가 된다면 다행이고, 아니라면... 뭐 열심히 해보길 바란다.

1. 모르는 것은 결코 끌어않고 있지 마라
라피신 과정에서 우린 '집단 지성'의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혼자 고민하면 1시간이 걸리지만, 적절한 구글링, 동료들과의 의견교류는 10분 안에 해당 문제를 해결 시켜준다. 반드시 난이도 있는 과제를 진행 중이라면, 반드시 리미터 시간을 지정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네임드 피시너에게 질문을 해보자.

2. 비교나 스스로 좌절하지 말아라. 다들 비슷하다.
진행하면서 아마 엄청난 괴수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명심해라. 나 같은 놈도 그 곳엔 많다. 그저 내가 못 찾을 뿐임을 명심해라. 비교할 시간에 차라리 손을 움직이면 된다.
(이것 때문에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오히려 실력은 나보다 좋았는데 말이다...진심으로 당부한다. 남들보다 쳐진다는 것으로 겁먹고 힘들어하지 말라. 그럴 시간도 없다 솔직히.)

3. 원래 알던 친구들이 독일 수 있다.
정말 많이 봤다. 함께 신청하고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진도가 겁나 밀리고, 지옥을 맛볼 수 있다. 왜냐? 둘이서, 셋이서만 지내다보니 남들 다 아는 팁도 제대로 못 듣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보았다.
(이부분은 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핵심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게 문제이다. 최소 10명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4. 고집은 내려 놓아라.
당연히 프로그래밍은 협업이 중요한건 알 것이다. 협업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협업을 해야하는 순간에 내 생각에만 집중하면 함께 나락으로 갈 수 있다. 내가 잘 한다고 해도 여기서 제공하는 것들은 어지간한 레벨로 혼자 해결할 양이 결코 아닌데, 그걸 붙잡고 있다간 물리적 양에 압박 당할 것이다.

5. 남의 것에 집중할 때는 내 것을 볼 때보다 더 철저해져라
라피신에서 배울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장소는 타인의 코드를 볼 때이다. 상대의 생각이나,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짰는지 반드시 보고, 물어보며,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해라.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6. 도전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구글링을 해보면 42서울과 관련된 다양한 git repository를 보게 될 것이다. 42 header, norminette, CPT, 그 외에 어떨 때는 과거의 과제 자료(!, 참고로 개정되니 100% 같진 않다.)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검색된 정보에서 조금씩 읽고 내 개발환경에 적용하다보면 내가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귀찮음이다. 귀찮음을 넘기면 더 편한, 더 빠른 코딩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7. 편리한 도구에 적응하지 마라.
조금이나마 코딩 공부를 하고 오면 vsc라는 엄청난 프로그램을 한 번쯤은 써보고 올 것이다. 조금 인강을 듣거나, 개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익히 해당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 말고 생각해본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데 라피신 과정에서 우리는 숱한 시련을 넘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편리함은 제공되지 않는다. 오로지 내 힘으로 코드를 짜고 실행 가능케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이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편리함에 몸을 맡기지 마라. 들어와서 제공되는 툴을 내가 직접 개조해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편리함에 몸을 맡기지 않기를 추천한다.

8. 이기심, 내 것을 지키려고 하지 마라.
본인의 과제에 대해, 아까워하지 마라. 내가 만든 자료로 나만 공부하면 될거라 생각하지 마라. 더 나누고, 더 공유하다보면 200% 장담컨데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내가 배려하고, 도와준 만큼 나의 막힘을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고, 그 선순환은 내 학습적인 면에서도, 내가 42서울의 라피신을 해쳐나가는데도 힘이 될 것이다.


마무리를 지으면서...


막 적다보니 제대로 적은게 맞는지 아리까리하긴 하다. 그래도 이정도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프로그래밍은 42서울을 오면서 처음 해보았다. 정처기를 배우면서 c 기초를 배우긴 했지만 사실상 연산자라던가, 2-3줄의 간단한 예제를 본 정도일 뿐이므로 제대로된 프로그램 작성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고, 자신의 마음으로 인해 흔들리는 일들을 최소화 하니 어느새 지금에 다다르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그때 나는 실력이 부족하여 자기의 과제를 해내기 급급했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이 자기 과제에 더 추가로 보너스가 될만한 것들도 다할 때 나는 홀로 묵묵히, 그러나 더 끈덕지게 다른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내 공부를 이어나갔다.

오히려 마지막에는 화가 너무 났다. 내 부족한 능력에, 내가 더 경험할 수 있던 것들이 남았단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부족한 내 실력에 탄식했다. 심지어 그때는 떨어질 것이라는 내심의 확신 같은 것이 있었다....만, 그럼에도 합격이 되었단 사실에 지금은 확신한다.

문과생이기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공계 중에도 내게 맞나 아닌가? 하고 애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번 기회를 잡아보겠다고 생각하나 경험이 부족하여 선뜻 나서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고, 그저 내가 좀더 좋은 환경과 기회를 잡고 싶어한다면, 실력을 막론하고 42서울의 문턱을 두들겼으면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수준의 IT 상식과 의지, 결정적으로 타인과 함께 고지를 올라가겠다 마음만 잘 먹는다면 100프로 확신컨데 노력의 정도에 따라 합격 여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적, 실력을 쌓는 것은 올라와서 해도 늦지 않는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스스로의 마음에 져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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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도전. 무한 실패. 무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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