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0 |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Pt J·6일 전
post-thumbnail

DAY 00 |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전엔 어떻게 살아왔나

SeSAC을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3-4년 정도 전일 것이다. 어디서 처음 들어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3년 전 청년센터에서 만난 @이안이 SeSAC 지원서를 작성한다고 했을 땐 이미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신청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5년 전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나는 개발자로 취업을 할 생각이 없었고, SeSAC은 "개발자 데뷔코스"를 주장하는... 이름부터가 Seoul Software ACademy니까 말이다.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서 개발자가 되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전공 적성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학업 성취도는 아니었지만, (교양 학점이 주로 전공 학점을 갉아먹었던 것 같다.) 전공 과목 성적이 잘 나와서 후배들 공부 도와주는 멘토링 장학생 활동을 몇 학기 참여했었다.

아무튼 난 특별히 개발자가 하기 싫었다기보다는 그 어떤 취업도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을 뿐이다. 애초에 컴퓨터공학과에 원서를 넣었던 것부터가 하고 싶은 게 없어서였다. "이 전공을 통해 이러이러한 직업을 가져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게 없는 만큼 "전공을 안 살렸을 때 그나마 전공 지식을 써 먹을 수 있을 만한 학과가 어디인가"를 생각했다.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컴퓨터공학과에서 익히는 문제 해결 능력과 소프트웨어공학적 사고는 삶에 있어서 유용한 역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10대 시절, 혹은 그 이전부터 삶의 목표를 찾아 그걸 이루고자 나아간다. 때로는 어린 시절의 꿈을 마음 속에 묻어둔 채 다른 일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난 어린 시절의 꿈 같은 건 기억나지 않는다. 존재하긴 했던가. 10대 중후반 어느 시점부터인가는 별로 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난 내가 20대를 맞이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보니 서른 언저리더라.

그나마의 관심거리였던 연극과 출판도 이도저도 아닌 채 흩어 사라져 버린 후, 어느 순간 나에겐 고립은둔청년이라는 타이틀만 남아 있었다. 초반에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고 매니저님한테 툴툴대기나 하던. 그러다가 운동 동아리 자조모임을 통해 좀 더 마음을 열게 되었고, 지원사업 수혜를 받기 시작한 지 1-2년 정도 후에야 일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한 채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그럭저럭 할 만하다. 아직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하는 사회성 이슈가 남아있는 순간들도 종종 발견되지만, 그런 건 다 조금씩 겪어가며 개선해 나가는 거라 믿는다. 남들이 10대 20대 때 이미 겪었을 것들을 우리는 20대 30대 때 뒤늦게 겪는 것일 뿐. 완벽해지고 나서 사회로 나아갈 수는 없는 거고 전부 다 과정일 뿐이겠지.

취업 준비 같은 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뭘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분야조차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하며 지난 봄에 공부를 시작했다. 어떤 걸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학생 때 할 줄 안다고 주장했던 것들이 거짓말은 아니게 하고자 했다.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고 백엔드를 공부한다기보다는 학생 때 백엔드를 주로 했기에 그것을 위주로 다시 복구하는 느낌.

그래서 왜 SeSAC인가

여전히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었다. 단지 어떤 기회를 마주쳤을 뿐이다. SeSAC 홈페이지에는 [교육생 모집] 삼성 장학금 지급 가능! 취업약자를 위한 SW 기초 교육 교육생 모집이라는 제목의 공지로 올라와 있는 건데 나는 서울청년기지개센터 공지에서 보고 신청했다.

Python은 커리큘럼을 따라 배워본 적 없지만 학생 때 Flask, Django, FastAPI를 써볼 일이 있어서 대략적인 문법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지" 하며 Rust와 Python을 활용하 백엔드 공부를 시작한 후이기도 했고 말이다. Python 파트는 가볍게 넘어가도 AI 활용 파트는 배울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수료 시 SeSAC 가산점 및 장학금의 기회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Cursor는 들어봤지만 Antigravity는 이 교육에서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처음 써 봤다. 교육을 들을 땐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잘 와닿진 않았지만, 이 때 써봤던 게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줘서 이후에 이지스퍼블리싱의 Do it! 바이브코딩 스터디를 할 때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하여간 SeSAC 장학금의 기회가 포함되어 있는 SW 기초교육을 수료하고 나니, 이왕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라면 날리기보다는 받는 게 좋겠지 싶었다. SeSAC의 다양한 캠퍼스, 다양한 교육과정을 살펴 보며 어디를 지원할지 탐색해 보았다.

그러면 왜 용산 캠퍼스인가

SW 기초교육 수료 시점에는 아직 모집 공고가 뜬 교육과정이 거의 없었다. 멀리멀리 서쪽 멀리 캠퍼스에서 몇 개 올라왔을 뿐이다. "영등포구 멀어", "금천구 더 멀어" 같은 생각을 하며 흘려 보냈다. 거리도 거리인데 주제도 그닥 흥미가 가지 않았다.

마냥 기다리기도 애매해서 2025년에 개설되었던 교육과정 중 이번에 다시 개설되면 신청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며 살펴보았다. 가장 신청해 볼 만한 건 도봉 캠퍼스에 있었다. 작년에 개설되었던 교육과정이 올해도 개설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조금씩 오픈되는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니 개발자보다는 AI 활용 기획자/마케터 양성 과정이 더 많았다. 요즘 트렌드 자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개발자 과정 자체가 별로 없다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면 정말 신청할 만한 게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와중에 용산 캠퍼스의 교육과정이 올라왔다.

📢(용산5기) AI 활용 Flutter 웹/앱 풀스택 개발(만족도 100%)📢

개발자다. 개발자. 더군다나 Flutter면 초창기에 건드려 본 적 있는 녀석이다. 2018년인가 2019년인가 누군가 React Native를 주장할 때 나는 Flutter를 주장했던 기억이 있다. 눈여겨봤던 녀석이다. 분명 그동안 문법이고 뭐고 잔뜩 바뀌었겠지만 그래도 React나 Java 같은 것보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나쁘지 않다. (나는 약간?의 Java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Flutter 찍먹을 할 때도 네이티브 코드를 작성해야 할 땐 Java가 아닌 Kotlin을 선택하곤 했다.)

Rust와 Svelte를 주장하는 비주류 녀석이 적당한 기업에 취업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언젠가는 적절한 언어와 프레임워크로 타협을 하겠지, 하며 당장은 아니라고 뻐기고 있었는데, Flutter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선택과 대중픽의 교차점에 있는 녀석인데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개설이 될지 말지도 알 수 없는 도봉 캠퍼스의 교육과정을 기다리느니 이걸 신청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용산 캠퍼스는 원래라면 내 생활권의 가장 서쪽보다도 더 서쪽에 있어 고민이 되었겠지만, 니트컴퍼니 용산점 시즌3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일시적으로 생활권이 확장되어 있는 상태라 거부감이 줄었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지원을 하고 나서

서류 합격자 대상으로 코딩 테스트를 하라는 메일이 왔다. Flutter를 배우러 가는데 Flutter 문법을 묻는다...? 대체로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기억하는 것들도 종종 있어서 신기했다. 머릿속에 여러 언어의 문법이 뒤섞여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기도 하고.

코딩 테스트 후에는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15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앞 면접이 조금씩 밀려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면접을 보기 전에 손코딩으로 하는 2차 코딩 테스트가 있었다. 분명 그런 걸 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언어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는데, 난 솔직히 어떤 언어도 손코딩은 자신이 없었다. 어디까지가 어느 언어의 문법인지 너무 헷갈린다. 1번 문제의 정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언어인 Rust로 작성하기로 했다. 하다 보니 점점 헷갈리더라. 3번 문제는 적다 보니 이거 Rust 문법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많이 수정했다. 3번 문제까지 다 풀고도 몇 분은 더 기다려야 내 차례가 왔다.

면접관 분은 나의 무경력 기간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문제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가볍게 넘기지도 않는. 그런 태도가 날 더 편하게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얘기하다 보니 Rust도 Flutter도 난 정말 초창기 유저였다. 요즘이야 둘 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았지만 그 당시엔 아니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Notion, Figma, Rust, Flutter, Svelte, FastAPI 등등 내가 흥미를 가졌던 것들 중 Svelte 말고는 대체로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더라. 이제 와서는 문법이 많이 바뀐 기술도 많아 사용하려면 다시 공부해야겠지만 말이다.

까먹은 것도 많고 문법이 바뀌어서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겠지만 기본 로직이나 이론은 그래도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이메일로 받은 온라인 코딩테스트에서도 그랬고, 면접 전 손코딩테스트에서도 그랬고, 전공지식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객체지향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셨을 때도 그랬고.

SeSAC에서 운영하는 여러 교육과정 중 용산의 Flutter 과정을 선택한 이유도 물어보셨는데, 그 사이에 디자인이라거나 다른 것들을 좀 건드려 봤지만 역시 개발자가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과 Flutter는 대학생 때 데모 앱 정도는 만들어 봤기에 익숙한 이름이 보여 신청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기획/AI/마케팅 쪽이 많다는 걸 공감하시며 그래도 개발자가 앞으로 쭉 침체기는 아닐 거라며 격려도 해주셨다.

기록을 남겨 보자

작년 상반기에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연계로 기술교육원에 다닐 땐 브런치에 기술교육원 학습 일지를 매주 남기곤 했다. 무엇을 배웠는지보다는 그 주에 어떤 걸 느꼈는지 감상 위주의 학습 일지였다. 이번에는 브런치가 아니라 벨로그에 기록을 남겨 보기로 했다. 어느 쪽에 남기기에도 살짝 결이 안 맞는 것 같긴 한데... 감상 위주로 남길 거면 브런치, 학습 내용 위주로 남길 거면 벨로그가 더 나을 것 같더라.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곳에 왔다.

기록을 남기다 보면 좀 더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수업을 들을 때도 제대로 안 들으면 기록을 할 수가 없으니 좀 더 열심히 듣게 되는 것 같다. 감상만 남기지 않고 무엇을 배웠는지도 기록해 둘 경우 나중에 "뭐였더라? 어떻게 하더라?" 할 때 찾아볼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그런 거랑 별개로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한다. 테크니컬 라이터 같은 걸 해도 적성에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버크만 검사를 해도 늘 기술과 문학이 1, 2위를 다투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은 화목토 연재로 계획하고 있다. 월수금 수업이니까 화목토에 복습 겸 기록을 남기는 느낌.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profile
Peter J Online Space - since July 2020 | 아무데서나 채용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학생 때 하던 거 아무거나 공부하고 있고요, 취업시켜 주시면 그 분야로 공부할게요)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