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1주차를 보내며

혀누·2021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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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의의

이곳에와서 개발 공부를 시작한뒤 날마다 새롭고 모든 배우는 내용이 신기할따름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동기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인 걸 알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남들 다 가고싶어하는 소위 대기업에서 오신 분들도 꽤 계셨다. '남이 주는 시키는 일만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삶'을 추구하며 이곳에 들어오셨다고 한다. '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건데' 하는 내적공감을 하며 문득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대학공부를 하며 학과공부에도, 다른 어떤것에도 재미가 떨어져 하루 하루 살아가는 흥미가 점점 없어지던 시기가 있었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고 순간의 즐거움이 주는 달콤함에 속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쏟기도 했다. 그리곤 찾아오는 공허함과 무력감에 몸서리쳤다.

나는 인생을 쏟아야하는 재미있는 일을 찾고있었다. 이것은 마치 게임처럼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고, 너무 어려워도 재미가 없다. 나에게 쉬운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고 어려운 일은 내 전공인 '물리학 연구' 였다. 쉽고 어려운 일의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을 가장 적절히 설명하는 말은 "이 전공을 연구하는건 너무 재밌지만 얘가 나를 밥먹여줄지는 잘 모르겠다." 였다. 이곳의 한 동기분이 말해주신 건데 마음에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하는 정글과정이 쉽다는건 아니다. 함께하는 동료의 차이가 난이도에도 영향을 미치는것 같다.)

결국 정글 프로그램의 의의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커리큘럼은 다른 프로그램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실무에 당장 쓰일 커리큘럼을 원하고 누군가는 기본기가 탄탄 커리큘럼을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정글의 진짜 가치는 '몰입하는 환경'에 있다. 눈 뜨고 눈 감을때까지 코드만 바라보고,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때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는 환경. 그야말로 인생에 다시 없을 귀중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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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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