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을 잘 아는가?

포비·2025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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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문득,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였던지라 밝히지는 않겠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는 이런 고민을 한 번도 깊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습관처럼 선택하고, 습관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마주한 순간, 내 머릿속에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갔고, 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며, 심지어 느끼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찰이 시작되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해온, 스스로를 조종하고 상황을 내 마음대로 설계하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에는 단순히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네 이거 안되겠구만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것들은 명확한 패턴과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성장시키면 내 삶을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들이었다.

1. 스토리텔링 & 자기세뇌적 거짓말

나는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것을 완벽히 믿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사실과 무관하게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 안에서 나의 행동과 선택을 자연스럽게 설계하는 것. 이 능력 덕분에 나는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지나치게 자기 스토리에 갇히면 현실과 충돌할 때 혼란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놓치게 된다. 이제 나는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신의 스토리와 현실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행동과 결과를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이다.

2. 자기암시

한 문장, 한 상상으로 나를 속이고 행동을 자동화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단순한 자기암시지만, 그 순간만큼은 원하는 결과가 이미 현실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 전 앞에 있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아니라 돌멩이나 어린 아이 그리고 내가 구제해야할 저능한 백성들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말이 잘나온다.

단점은, 너무 자주 사용하면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 헷갈린다.

3. 인지 부조화 활용

말하고 선언하고 약속하면, 행동은 저절로 그것에 맞춰진다.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는 압력을 주어 행동을 촉발시키곤 했다. 덕분에 나는 의지가 부족해도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자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인지 부조화를 긍정적 압력으로 재설계하려고 한다.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카톡방에다가 10시까지는 배포되있을거다 처럼말이다.

4. 역할몰입

나는 원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둔갑하고, 그 상태가 현실처럼 작동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연습과 몰입만으로, 나는 특정 역할을 수행할 때 스스로를 완전히 설계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냥 이건 문제가 많다. 그냥 바보같이 계속 이입하다가 나도 속는다.

5. 사회적 직관

상대의 미세한 신호를 읽고 내 말과 행동을 최적화하는 능력은 나를 사회적 상황에서 유리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읽은 대로 반응했고, 나는 그에 맞춰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너무 의존적이게 되어버림.

6. 인상관리

첫인상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심는 능력은 내 사회적 삶의 무기였다.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었고, 그것이 내 영향력으로 돌아왔다.

이건 당연한건데 너무 힘들다.

7. 감정전환

불안, 두려움, 게으름조차 내 연료가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불편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하여 행동을 촉발했다.

문제는, 때로는 감정을 억지로 바꾸려다 진정한 감정을 회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제 나는 감정전환을 진짜 감정을 인정하면서 행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8. 조건화/앵커링 → 연습중

작은 제스처나 소리만으로도 원하는 심리 상태를 불러오는 능력은 내가 연습 중인 영역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몰입, 자신감, 집중이 즉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강력한 자기조종 도구다.

이거 생각보다 효과쩐다.

9. 역할유연성

상황과 필요에 맞게 자신을 재설정하고 행동을 최적화하는 능력, 나는 이를 이미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명이 아니라 필요한 모든 역할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

이거 너무 힘들어용.

10. 회복탄력성

실패와 좌절은 나에게 학습과 성장의 연료였다. 패배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경험은 내 성장을 위해 설계되었다. 나는 좌절을 즉시 동력으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를 지나치게 합리화하여 진정한 실패의 감정을 외면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성찰과 학습을 동시에 진행하며, 감정과 경험을 균형 있게 활용하려 한다.

결론 – 나 자신을 설계하며 성장하기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미 많은 자기조종 능력과 성장 도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일부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성장과 설계의 여지가 있는 자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이 능력들을 더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단점조차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스스로를 설계하고 진화시키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결국 ‘나를 아는 것’은 단순한 자기인식이 아니라, 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행동으로 실현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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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되고 싶은 곰입니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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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0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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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0일

진짜 내 예상을 몇 배는 가뿐히 뛰어넘어서 할 말이 읍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