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30] 2번의 퇴사 회고

죠랭이·2021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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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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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도 하기 힘들다는 퇴사, 두 번을 하다

사람은 각자마다 인생에 고난은 하나씩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선 그것이 바로 직장생활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쉽게 구하고 적응하는게 직장이라고 한다면 나에게는 그게 잘 안되었다. 첫 직장은 안드로이드 개발 및 운영업무를 맡았으나 SI업체 특유의 개발 문화와 조직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기에 퇴사하고(일이 너무 많아 다니면서 이직 준비가 어려웠다ㅠ) 이직을 위해 다시 취업준비를 하였다. 그러다, 운좋게도 바로 전직장 software engineer로 근무를 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맡은 position이 verification engineer라고 항공기 소프트웨어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엔지니어였다. 일하면서 파악한 바로는, 해당 엔지니어는 개발자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테스트 하기 위한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여 품질을 검증하는 기술자라고 한다.(해당 업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업무 회고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여러모로 내가 생각했던 개발 업무와는 차원이 달랐는데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이 길이 나와 안맞는다는 점이다.(입사 전에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더라면...정말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이전 퇴사 경험을 통해 나가면 얼마나 추운 현실인지 알기에 직무 변경 후 커리어 전환을 하고자 사내 팀 포지션 변경 신청을 하였는데...6개월이 지났음에도 언제 이동할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할 수 없이 퇴사하고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듣기론, 내 후임이 입사하질 않아서 그랬다는데 내가 그만두겠다고 이야기 하자마자 새로운 입사자 분들이 생기는건 도대체 왜일까...)

이래저래 상황이 내가 계획한 것과 맞지 않게 되면서 나의 미래를 더이상 그릴 수 없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는게 나에게 있어선 지옥과도 같았다. 주변의 이야기도 듣고 퇴사 관련한 영상이나 글도 찾아보면서 고심한 끝에...두 번째 사직서를 던지게 되었다.

실제로 이렇게 집어던지진 않았다...

나에 대해 잘 몰랐기에 2번의 실패를 했다...

26살부터 부랴부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구하는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간과했던게 이렇게 쓰디쓴 고배를 마신게 아닌가 싶다. 첫 취준할 적에는 정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조금이라도 소프트웨어적인 업무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그래서 닥치는대로 원서도 집어넣었다) 그러다 정말 운이 좋게도 첫 직장을 대기업 SI회사에 들어가서 시작하였는데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확실히 우리나라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거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주변에서 내가 한국 기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학부 때와는 달리 일하면서 전혀 두근거리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첫 사수였던 대리님과 개인 면담을 해보니 내 성향은 IT기업이나 외국계 조직문화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일이라도 뭔가 배우는게 있으면 그나마 버티면서 하겠지만...그저 급하게 업무를 쳐내는 것밖에 없어서 과감히 정리하고 나왔다.

찐 퇴사 후 현실

정말 일할 적에는 몰랐던 힘듦을 몸소 체험했던 시기였다. 이때, 아무 계획없이 퇴사하면 정말 추운 현실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 생각없이 퇴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였다. 퇴직금을 어떻게 쓸지부터 언제 다시 재취업을 할건지, 생활비는 어느정도로 예상하고 쓸건지 등등 여러 조건들을 계산하여 그에 맞게 퇴직일을 결정하고 나와야 했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나는 중간에 알바도 하고 취업지원금으로 재직 시절과는 사뭇 다른(대학생 때와 비슷한) 생활을 하였다.

3대 인생 선택 중 직업 선택을 잘못함...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개발, 프로그래밍)을 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준비하였으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기술면접에서 여러번 낙방하면서 자존감 바닥인 시절...ㅠㅠ) 그러다 2번째 회사였던 외국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그냥 1년 더 취업준비를 하더라도 기다릴걸 이다.

테스트 업무를 수행하는 나의 모습

아키텍처들이 설계해놓은 소프트웨어 요건정의서를 분석하면서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덕분에 TDD 개발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음.이건 장점!) 일단,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를 보지 않고 요건정의서에 기재된 specification을 기반으로 테스트 케이스를 짠 다음 내가 설계한 테스트 케이스가 잘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업무였는데 항공기 소프트웨어이다보니 소프트웨어적인 지식보단 항공기 설계 지식 혹은 하드웨어 통신 지식이 더 많이 요구되었다.(주변 개발자 분들하고 내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반응이 '어려운 일을 하시네요' 였는데...역시 그들도 보기에 '재밌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ㅠ) 정말 일을 하면 할수록 이 길 끝엔 나의 커리어 단절이 보였다.(업계가 좁아져 이직이 더이상 힘들어지는 길...)

올해 초에는 프로젝트 이동 신청도 했었는데 승인은 났지만 나의 backfill이 들어와야 이동이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대략적으로는 6월에 옮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그런지 그때 즈음엔 이동하겠구나란 생각에 희망을 가지고 잠자코 기다렸다. 그러다 5월 즈음에 매니져로부터 나의 팀 이동 신청이 언제 처리될지 모르니 올해 말까지 열심히 일하라는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분명 내가 약속 받기론 6월 즈음이었는데 갑자기 내 후임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더 기다려야 한단다. 사실 원래 지원한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그다지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서 갈까말까 고민이 많이 되었던 팀이었는데 그래도 개발 프로젝트라 참고 배워보자는 마인드로 있었다. 그런데...갑자기 내가 약속받았던 기한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다음 계약은 없을 수도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는데...이때부터 2번째 퇴사 다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퇴사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시기는 6월 중순이었으나 예산을 계획하고 플랜을 짰을 때는 9월 퇴사가 가장 이상적으로 나왔다. 더 일찍 나오고 싶은 마음은 컸으나...아무래도 처음 경험했을 때 예산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껴 조금 더 참고 기다렸다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퇴사 통보를 하고 잔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을 시기가 나에게는 더없이 편하고 행복했던 시기였다.(이렇게만 회사 다니면 10년도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ㅋ..) 여러모로 부담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향한 준비를 하며 짧지만 여태 가졌던 직장생활 중 가장 최고의 시기였다. 퇴사 통보 이후에는 다행히 더 쪼거나 부려먹으려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으나 이번에 2번째 퇴사를 맞이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 내 성향은 맞지 않는데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까 혹은 내가 맞춰 봐야지 마인드로 접근한 나머지 오래 가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현실과의 타협은 어느정도 필요하지만 그 타협이 결코 나를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의 계획

취린이 시절, 내가 준비했던 분야는 원래 Backend 분야였다. Java랑 Spring Framework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공부했는데 정작 현업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프로그래머의 길에서는 멀어졌는데...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다시 전환해서 가보려고 한다. 물론, 쉽진 않은 길이지만...이전과는 달리 길을 확실히 정해서 뭔가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밤새 공부하는게 요새는 별로 지치지가 않는다ㅎㅎ) 비록 어렵고 힘든 길이겠지만 인생에 있어 후회가 남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한번 열심히 도전해보려고 한다. 결과야 어떻든 마지막에는 값진 도전이었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에...나와 비슷한 환경 혹은 상황에 놓이신 분들에게도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친다.


p.s. 퇴사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시거나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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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개발자를 목표로 하는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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