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글또 9기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회고해보았다. 요새 이런저런 고민들도 많기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기에 이런 부분들을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지금 나는 백엔드 엔지니어를 업(業)으로 삼아 IT 서비스를 구현하고 출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포지션으로 커리어를 쌓은지 이제 2년차인데 그전까진 정말 다양한 포지션으로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였다. SI업체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두 번째 직장에서는 소프트웨어 품질 검증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하고 정말 다채로운 커리어를 경험해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된 것일까?
나는 남들과 달리 취향이 확고한 아이였다. 태생부터 내향인이기에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만화영화나 비디오 게임을 주로 하였다. 건담이나 슈퍼마리오, 로봇 장난감에 더 흥미를 느꼈고 학창시절 자습이나 공부를 할 적에도 이런 만화영화나 게임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상상하기를 즐겼다.(오죽하면 참고서 페이지 1장을 펴놓고 1시간 이상을 공상 과학이나 판타지 장르의 이야기를 그렸을까...ㅋ) 한번은 교내 로켓 발사 대회에 참가하여 직접 로켓을 만들어 쏘아올렸는데 이때 내가 만든 로켓이 가장 높이 쏘아올린 로켓으로 수상하였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건담 일본 애니메이션 상영시각이 밤 10시였는데 이걸 보겠다고 혼자 기다렸다가 보고 다시 잤을 정도였다. 중학생 때는 만화방에서 수시로 만화책을 빌려 읽었는데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볼 적이면 공부 안하냐며 종종 꾸짖기도 하셨다. 그 시절 가장 인상깊었던 만화는 강철의 연금술사였는데 등가교환
이라는 표현과 스토리에서 인생의 교훈을 깨우치기도 했다☺️
이렇듯 개성있는 밝고 활발한 아이였지만 부모님은 이런 나를 잘 모르셨기에 그저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여 모범생으로 잘 자라줬음 하는 마음이 크셨다. 이때의 나도 내가 어떤걸 좋아하는지 혹은 잘하는지 확신이 없었기에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혈안이었다. 고등학교에서 계열을 결정할 적에도 그 당시의 성적과 단편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인문계열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살고 있던 와중 대학교 입시 컨설턴트분의 조언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생겼다. 컨설턴트분이 나의 기질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여 경영과 컴퓨터 학문의 융합인 정보시스템 전공을 추천해주셨고 새롭게 도전해보자는 마인드로 조언대로 진학하였다. 1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겠으나 2학년 때까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점 따는 정도로만 공부하였다. 그러다 때는 3학년 팀 프로젝트에서 웹 사이트 구축을 동기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별거 아닌 프로젝트였으나 학과 친구들과 밤새워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험이 굉장히 짜릿했다. 이 경험으로 나는 무언갈 만들어낼 때 희열을 느낀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덕분에 자신감있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학과 동기들은 도전적인 포지션을 선택하기보단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대기업 혹은 금융 공기업 IT 사원으로서 취업하기를 선호했다. 주변에서 다들 이렇게 가다보니 나도 그렇게 가야할 것만 같아 처음엔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 IT부서를 선호하였다. 그렇게 대기업 SI업체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입사하여 1년 2개월이란 시간을 보낸 후 여기서는 더이상 내가 배우거나 성장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어 퇴사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해외취업에 대한 열망도 있었기에 무지성으로 영문이력서를 작성하여 구글, 아마존, 보잉 등 외국계 기업에도 지원하였다. 그러다 운좋게 항공기 제작 회사인 보잉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여기서 열심히 일하여 미국 본사로 넘어가고자 하는 큰 꿈을 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러 제한으로 인하여 미국 본사에서 근무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무엇보다 품질 검증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쌓고 싶진 않았기에 물경력이 쌓이기 전에 빠르게 퇴사하고 나왔다. 이때 정말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였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정말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등등 이런저런 고민들을 거듭한 끝에 다시 예전처럼 개발자로 돌아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때, 이전처럼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돌아갈 수도 있었으나 백기선 님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백엔드 엔지니어링의 매력을 알게 되어 서버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지금의 회사에서 프로덕트에 기여하는 백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시도와 도전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장 원했던 포지션으로 엔지니어의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통해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값진 선택인지 알 수 있었고 이전에 했던 실패들이 얼마나 귀한 경험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대로 혹은 무지성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였지만 중간에 이런저런 시도들과 도전들 그리고 뼈아픈 실패들을 겪으며 훌륭한 엔지니어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떤 엔지니어가 되길 꿈꾸는지도 생각해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니콜라 테슬라, 일론 머스크, 에디슨, 빌게이츠, 리누스 토발즈, 스티브 워즈니악, 김범준 등등 세상을 바꾼 엔지니어들은 결국 우리가 삶 속에서 흔히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꾸준히 기술과 경험을 갈고닦아 언젠간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에 고마운 존재로 오래 기억에 남고 싶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