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서 힘들 때 마다 이런 글이 쓰고 싶더라

노력을 즐기는 사람·2020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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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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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예쁘다. 똥폰 갤럭시 A8로 찍어도 이 정도로 푸르고 하얗게 나온다면 진짜 예쁜 하늘이라는 뜻이다.

2년 반동안 열심히 달렸고 3학년 여름방학 때 KISTI 인턴십아르바이트에 합격했다. 평소 카이스트를 동경해왔는데 동경하는 카이스트 캠퍼스 내의 정자에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찍은 사진이다. 참 예쁘다. 그때 좋았는데 정말
올해 여름방학은 그동안 눈감고 귀막고 열심히 달려온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인 기간이다. 귀와 눈을 너무 막았더니 적도 많이 생긴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 모두 미안하다.

올해 여름방학은 아주 의미있는 기간이었다. 타지에서 월세, 핸드폰비, 식비를 감당하느라 옷도 제대로 못입고 정크푸드만 먹으며 몸을 썩혔다. 2년 반동안 문화생활, 연애, 친구와 여행 모두 포기하며 살아야만 했다. 마침내 인턴십을 통해 경제적 풍요를 맞이했고 옷도 새로 사 입고 건강한 음식들을 섭취하며 건강한 몸도 다시 되찾았다.

여름방학에 인턴십과 함께 프로젝트도 병행했다. 프로젝트 초반엔 모두 순조로웠지만 막바지에는 정말 괴로웠다. 아마 같이 프로젝트 진행한 우리 팀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담당자,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른 팀들 또한 모두 그랬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인가 싶다. 누구의 잘못일까?
능력없이 나이만 먹은 교수들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기획? 예고없이 닥친 코로나? 의욕만 앞선 나? 팀원들을 현혹시킨 나의 세치 혀? 부족한 실력에 비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기획을 뒤 엎어버린 나의 오만함? 팀원들에게 한게 뭐냐고 소리를 지르는 리더? 너무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게 진짜 지옥이다. 방학에는 어떻게든 동작하게 만들어서 팀원들에게 포트폴리오로 사용하도록 배포해야겠다. 물론 내 포트폴리오에 넣기 위함도 있다.

여름방학만 끝나면 진짜 나를 위해 살고 싶었다. 2년 반동안 나를 잃고 살았다. 항상 타인을 위해야했고 모든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들이 모두 학업만을 위했다. 그래서 2학기에는 여유를 가지고 해야하는 공부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하고 헬스를 다니면서 근육도 좀 붙여보고 옷도 여러벌사서 멀끔하게 입고 다니고 싶었다. 근데 그게 다 무너졌다.
첫째로는 근로장학 업무가 생각보다 너무 바빴다. 그리고 나를 너무 굴렸다.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는 업무시간 외에도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둘째로는 원치않는 이성관계였다. 이것도 참 웃긴다. 사람이라는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내 시간은 할애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칼 같이 관계를 내치려고 했는데 그게 또 잘 안됐다. 잘 모르겠다. 이성관계는 참 어렵다. 이번 1학기와 여름방학 때 가치관과 성격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말정말 많이 변했다. 아마 원치 않는 이성관계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매일 밤 같이 운동장에 나가줘야했고 우리 집에 놀러와서 침대에 누워있으면 가끔가서 쓰다듬어줘야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게 아닌데. 나는 이제 나한테 기대는 사람 말고 내가 기댈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셋째로는 졸업프로젝트 무임승객에 대한 보복이었다. 졸업프로젝트를 하는데 무임승차하는 승객이 발생했다. 무슨 용기인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야기를 시도해봤는데 오히려 당신이 한게 뭐냐는 식으로 나오더라. 처음엔 미안한 척,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척 하더니 이름 빼겠다고 말하니 얼굴이 빨개지며 담배를 물면서 적반하장의 태도.. 환멸이 났다. 그리고 다음 주 이전에 어디선가 본인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들고와서 일주일만에 만들었다며 교수에게 제출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던 그 모습. 너무 추해서 그냥 강의장을 나와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교수님께 거짓말이다. 어디선가 진행한 다른 프로젝트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까지 추해지고 싶지 않았다.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 함께있기만해도 즐거운 사람들의 품으로 내 가족, 내 고향 친구들.. 고향 친구들이 정말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전화올 때 마다 언제 올라오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바쁘다고 말하는데 정작 보여준게 하나도 없다. 나는 지방대학을 다니는 학생이고 내세울만한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 너무 민망했다. 내년에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도하고 인턴십도 하면서 증명해보이고 싶다. 내 열정이 가짜가 아니였다고. 그때서는 내가 직접 열심히 살았다고 생색내지 않아도 남들이 너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자동으로 납득할만한 결실을 맺고 싶다. 이런 강한 욕망이 나를 더 부담스럽게 만들긴 하지만 버텨야지.

대학 생활이 진짜 마무리될 것 같다. 12일정도 남았네. 원래 계획했던 현장실습이 엎어져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진짜 끝났다. 방학에 쉴 거라고 다짐했는데 정신을 못차리고 또 인턴십을 2곳이나 지원했다.

대학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말 본받을만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나 스스로 내 앞가림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어린데도 더 앞가림을 잘하는 친구도 있더라. 너무 현명해. 나도 그들처럼 조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대학생활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승지니어님의 영상을 봤다. 이기적인게 아니라 자기중심적인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주변의 주어진 환경에서 나의 성장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 그것이 관건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나는 주어진 환경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원하는 환경을 만드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둘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환경을 만드는게 당연히 더 큰 일인 것 같다. 좀 힘들었다 많이.

나이가 많은지라 대학생활동안 항상 리더를 해왔다. 그리고 성격상 리더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항상 의견을 내는 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나만 보는 것 같았다. 엄청난 오만이지만..
근로 선생님들도 맨날 나만 찾고 동아리, 가족, 애인, 프로젝트 팀원들 모두 내가 나서서 무엇을 하자고 으쌰으쌰하지 않으면 전혀 주도적으로 하려고하지 않는다. 이런 것에 너무 지쳐버렸다. 내가 뛰어나다고 으스대는 것이 절~~대 아니다. 너무 부족하다. 정말 너무 부족하다. 항상 리더의 자리를 맡으면 책임감을 느끼며 남들보다 2배 3배로 공부했다. 왜냐면 정말 부족하기 때문이다. 겸손이 아니라 정말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밑천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죽어라 공부한다. 그런데 이런게 너무 지친다. 내 파트가 아닌 것도 공부해야한다.
서울에 올라가면 나보다 경험많고 아는 것 많고 뛰어난 사람의 지휘아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팀원으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 나도 팀원 잘 할 수 있다.

그런 글을 봤다. 천재 4명과 평범 2명으로 이루어진 팀은 평범해진다고 평범한 사람들은 조직 전체의 속도를 저하시키고 브레이크를 건다고 한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정말로 그렇다. 이제는 나도 조금 더 잘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나 진짜 실력이 부족한데 어떻게 이 큰 대학에서 나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사람이 없을까? 모든 사람과 프로젝트를 해본게 아니지만.. 이래서 다들 서울권 대학을 가려고 하는가 싶다.

나는 항상 무언가 임박하면 의욕을 잃는다. 수능을 볼때도 수능 보기 일주일전에는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더라. 대학 생활동안 매 시험기간에도 그랬다. 시험 전날엔 아무것도 손에 안잡힌다. 이제 대망의 대학생활의 종결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손에 아무것도 안잡힌다.
이럴수록 더 열심히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기 싫은것을 어떡해.. 그래도 해야지. 더 멋진 사람이 되자. 운동도 열심히하고 공부도 열심히해서 말 그대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모르겠다 잘 이 또한 지나가겠지

방학에 면허나 따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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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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