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더라

노력을 즐겼던 사람·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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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회사에 입사한지 18개월만에 기획팀과 처음으로 협업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규 기능의 기획 문서를 직접 검토하고, 기획을 구현을 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곤욕을 치뤘다. 기획은 간단한 운영 admin 기능에 대한 기획이었고 기획 특성상 간단한 CRUD기능이라고 생각했고 작업을 시작했다.

막상 기능을 구현하다보니 로직의 복잡도가 이상하게 높았고, API 디자인도 기존 기능들과 일관성이 깨지게 되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여럿이 있었는데 전부 기획자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기획이 매우 모호하고, 오버스펙으로 정의되었으며, 정책이 모호하다보니 구현을 마친 후 QA 기간에 추가 스펙을 마구 집어 넣게 되었고, QA 기간에 추가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미 QA를 마친 기능들에서도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하는 등 생난리를 치게 되었다.

나는 상당히 자기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편이라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실력이 부족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20년차 베테랑 개발자도 기획자와 일할 때 힘들어 했다.

대기업 사원에게도 처음은 있더라

대기업 사원에게도 처음은 있더라. 대기업의 기획자이므로 당연히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나를 보아도 그렇다. 대기업의 개발자이지만 항상 버그가 가득한 프로그램을 찍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기획자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사원도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대기업 사원이니까, 나보다 경력이 오래되었으니까 라는 말에 굴복하지 말고 항상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함께 자라기

서론에는 기획자만의 잘못이라고 써놓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개발자(나)의 역량도 부족하여 시너지를 내며 대환장 파티가 만들어졌다. 그때에 스스로 자책하며 매우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팀원이 해주신 조언에 큰 힘을 얻고 인사이트를 얻었다.

기획자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 같이 성장하면 되기 떄문에 믿고 기다려주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지만, 그런 실수를 질책하는 분위기면 회사에 다니기 싫을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회사에 합류해서 아쉬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지만 배테랑인 팀원들은 누구도 나를 질책하거나 소모적인 피드백을 준 적이 없다. 만약 질책 받았으면 내가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기획 탓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기획이 부족하다면 기획 검토 과정에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 이번 난리를 친 이후에 담당 기획자와 절대 일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다시 한번 합을 맞춰보며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보고 싶다.

커리어를 이어가다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테다. 그 중에서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이타적인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날꺼고 이번엔 못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이번 기회를 성장의 기회로 여기려고 한다. 개발자로서 개발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동료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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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를 알면서도 게으름에 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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