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를 처음 시작했을 때,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 얻고 싶은 것 말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다. 사실 항해가 아니더라도 항상 하는 생각이긴 한데, 그게 뭐냐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나 '기억에 크게 남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따위의 중2병스러운 생각을 하긴 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느끼는 건 또 기어코 그러고야 말았다는 것. 너무나도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매섭게 성장하는 사람들,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협업하면서 겪어볼 그지같은 일을 나만큼 많이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번주도 한몫했다.
파이널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디자이너분들이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엔 순항하는듯했지만 이윽고 디자이너분들과 이슈가 생겼다. 결국엔 서로의 지향점과 입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지만 뒤늦게 알고 보니 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갈등이 고조된 시점이 있었고 근본적인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당시에는 원활한 해결이 어려웠다. 소통의 부재가 문제였을까?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서일까? 결론적으로 앞서 말한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컸지만 아직까지도 남은 찝찝함은 좀처럼 덜어내기가 힘들다. 자세히 적지는 못하지만, 하차까지 생각했던 작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더 우리에게 맞는 디자이너분들이 후속으로 들어왔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힘든 일을 겪어서인지 더 끈끈한 팀이 됐다는 점이다. (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 ) 내 항해 기간 동안 가장 마음 편한 코딩을 하고 있다.
벌써 8월이 되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겪은 것에 비해 시간이 이거밖에 안 됐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막상 항해의 2/3 가 지났다는 생각을 하면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아쉽기도 하고 항해 이후의 일들이 기대되기도 한다. 너무 재밌어 천직인거 같애